고려대학교 43대 총학생회가 집행부 싸이월드 커뮤니티, 강의정보 사이트 등을 통해 학생들의 활동을 감찰하는 등 '신상을 털어 온' 것으로 알려져 고려대 학내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감찰 사실은 고려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 관계자가 고려대학교 커뮤니티인 고파스(http://koreapas.net/)에 익명의 내부고발자가 보낸 메일 내용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중선관위 관계자가 공개한 메일에는 총학생회의 감찰을 입증할 수 있는 캡쳐 사진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고려대 43대 총학생회장은 민주당 전병헌 의원의 딸 전지원 씨로, 당선 당시부터 이미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터라 정치권에까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감찰 방법은 총학생회가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와 강의정보 커뮤니티 '클루'(http://kuklue.net/)를 이용한 것이었다. 고려대 43대 총학생회 '소통시대'는 2010년 여름방학, 강의정보 커뮤니티인 클루를 오픈하면서 가입자들에게 학번을 필수로 기입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가입자의 본명 등의 신상 정보를 파악 가능하다.) 고파스의 경우 43대 총학생회가 직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고파스 운영을 41대 부총학생회장 박종찬 씨가 맡고 있으며, 현 총학생회인 '소통시대'가 고려대학교 40대, 41대 총학생회였던 '고대공감대'를 잇는 선본이었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고파스도 총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고려대 학생들의 분석이다.

캡쳐된 파일에 의하면 총학생회 집행부는 두 사이트를 통해 학생들의 기본 정보를 알 수 있었고, 심지어 구글링을 통해 개인의 신상 정보마저도 검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차기 총학생회 선본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이나, 총학생회에 비판적 어조의 글을 쓰는 학생들의 신상을 '털어', 집행부 싸이월드 커뮤니티를 통해 그들을 평가하고, 조롱하며, 희희낙락거린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고려대학교 방송국 KUBS의 보도에 따르면, 43대 총학생회장이자 현재 중선관위장을 맞고 있는 전지원 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중 ID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발생하기도 했다. 동일 IP로 작성된 다양한 ID의 사용자가 전지원 씨가 아닌 총학생회 관계자로 밝혀졌지만, 고려대 학우들은 현 총학생회의 연속 집권을 위한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44대 총학생회 선거운동이 진행 중인 가운데, 중립을 지켜야 할 중선관위장이 다중 ID를 사용하여 '소통시대' 선본에 우호적이고, 타 선본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의혹이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 김군호(가명) 씨는 "디씨인사이드 코갤러도 아니고, 학생사회를 대표한다는 총학생회가 이런 일을 했다니 황당함을 금할 수가 없다."며 분노를 표했다. 한편, 전지원 전 총학생회장은 논란이 커지자 중선관위원장 직을 사퇴하고, 회의를 거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닉네임 '아마르티아센'(고려대 중선관위 관계자)가 고려대학교 커뮤니티에 11월 24일 작성한 글의 전문이다.





답답하고 화가 나서 공청회 중간에 나와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공청회가 시작되기 10분 가량 전에 후마니타스 선본장님께서 익명의 한 학우가 제보한 것이라며 중선관위에 문서를 하나 주셨습니다.

문서의 내용은 위와 같습니다.


저는 공청회 이전에 이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주장했지만 지정된 시간이 있기 때문에 공청회 진행 후에 논의하자고 하시더군요그러나 공청회 이후에 논의하자고 태평하게 넘길 사안이 아닌 것 같아서 이렇게 부득이하게 고파스에 글을 올립니다.

문서를 보면, 충격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과격하게 생각해서 중선관위원장님이 고파스와 클루를 통해서 선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학우의 개인 신상을 볼 수 있다는 말 아닙니까..

더군다나 마치 학우 분들을 조롱하는 듯한 댓글은...

학생회 하면서 근거 없는 비난이나 비판에 직면하면서 힘들고 학우 분들이 막 싫어지고 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아무리 집행부만의 커뮤니티라고 하더라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가슴 아픕니다.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인지...
중선관위 회의에서 또 얼마나 속 쓰린 말들이 나올지...
학생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중선관위원장님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1년 동안 같이 했기에.... 차마 과격한 말은 못하겠네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