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쩨쩨하다’라는 표현은 감정적으로 유치하고 속 좁은 사람에게 쓰이는 표현이다.보통 우리는 이렇게 유치하고 속 좁은 사람에게 ‘쩨쩨’하다며 손가락질을 한다.그러나 손가락질을 하던 우리도 사랑을 할 때면 그 누구보다 쩨쩨해 지고야 만다.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쩨쩨해진 우리의 모습을 대변해 준다. 즉 사랑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정배(이선균)와 다림(최강희)은 성인만화가와 스토리작가로 만나게 된다. 무려 1억 3천의 상금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 소식에 정배(이선균)는 전직 섹스칼럼니스트 이었던 다림(최강희)을 스토리 작가로 구인한 것이다. ‘섹스’ 에 관한 온갖 것들을 연구하고 조사하며 , 둘은 서로에게 쩨쩨하게 굴며 사랑에 빠진다.




야하지만 저급하지 않은 19세 영화

영화에서 풋내가 난다. 섹스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어째 설익고 풋풋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 영화의 특징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여자 주인공의 노출신이 없다. 그럴싸한 반전이 없는 이 영화에서 굳이 반전을 뽑으라면 여주인공의 노출신이 없는 19세 영화라는 점이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 있어 아쉬워하는 관객은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남녀가 부둥켜안고 정사를 하는 신이 적은 대신 감독은 삽화와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신선한 섹스 묘사를 추구했다. 정배(이선균)의 손으로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정사 신은 실제 정사 신이 아니라 아쉬워야 할 이유가 없었다. 충분히 자극적이다. 여자 주인공의 노출 수위에 따라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달라지는 현실에서 그림으로 성적행위를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꽤 신선했다.


수위 높은 장면과 대사들이 이 영화의 주를 이루는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저급하지 않은 절대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남녀 간의 성적 담론이나 코드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스토리 라인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보통 이러한 성인용 코미디, 혹은 성인용 로맨스 영화는 성적 자극을 유도하는 장면만큼은 최고지만 스토리 구성에 있어 소홀한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오감도’ (2009년 개봉)와, ‘S러버’(2009년 개봉)를 들 수 있다. ‘오감도’는 많은 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으로, ‘S러버’는 한국 여심을 사로잡는 할리우드 스타 ‘애쉬든 커쳐’의 주연으로 두 작품 모두 주목을 받았던 작품들이다. 그 뿐만 아니라 여배우들의 과감한 노출 신과 수위 높은 배드 신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도 하였다 . 그러나 개봉 후 관객들은 점차 외면하기 시작한다. ‘오감도’를 본 대다수의 관객들은 영화가 시각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 다소 스토리가 지루하고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평을 내렸다. 또한 ‘S러버’는 자극적인 장면에만 깊은 공을 들인 나머지, 스토리가 뻔하고 진부하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관객들에게도 외면당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르다. 신선한 배드 신과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로운 스토리 라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즉 섹스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남. 여의 밀고 당기는 심리전과, 사랑에 다 다르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성적 자극을 중시하는 기존의 성인용 로맨틱 코미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그 보다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하는지를 아는 감독의 촘촘한 차별화가 눈에 띈다.


최적의 배우에게서 나오는 재치 가득한 대사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뻔 한 요소들을 뻔 하지 않게 그려낸 다는 것이다. 섹스라는 흔한 소재를 신선하게 나타낸 것이 감독의 공이라면 뻔 한 캐릭터를 새롭게 그려낸 것은 배우들의 공이 컸다.


남모르게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사는 까칠 남과, 엉뚱하고 발랄한 푼수녀의 로맨틱 코미디라.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뻔 한 캐릭터를 이선균과 최강희는 그들의 절대적인 개성으로 재미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이 영화의 특징인 뭐든 과하지 않다는 것에 걸맞게 캐릭터를 소화해 내기에 이선균과 촤강희의 조합은 그리고 그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대사 또한 그렇다. 같은 대사라 할지라도 어떠한 느낌으로 표현해 내느냐는 아마 배우의 몫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저질스럽게 들릴 수 있는 노골적인 표현들마저 유쾌하게 전달된다. ‘ 섹스계의 호날두’, ‘팔뚝만한 물건’ ‘ 정배씨건 이만 한가 보죠? (최강희가 남성의 성기 부분을 검지로 나타내고 있다) ’ 등 충분히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대사들마저 최강희의 입을 통한다면 그렇지 않다. 이러한 대사들에 관객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최강희만의 뻔뻔하지만 사랑스러운 표정에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겠는가? 남자와 관계를 한 번도 맺어보지 못한 다림 역을 맡은 최강희의 입에서 나오는 음담패설은 귀엽고 순수해 보이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이러한 노골적인 표현에서 웃음 포인트를 잘 잡아주어 담백하게 표현해 냈다.
Hot 한 것에 그칠 수 있는 대사들이 Cool하게까지 전달된다.


이 영화의 스토리가 마지막까지 탄탄했다고 보긴 어렵다. 점점 영화가 끝에 다다를수록 관객들을 설득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극중 우리나라 최고의 스토리 작가는 아직 등단도 못한 정배(이선균)를 고집한다. 정배(이선균)가 아니면 안 된다며 본인의 재산까지 정배(이선균)에게 빌려주며 정배(이선균)를 원하는 납득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어 낸다. 또한 다림(최강희)을 무참히 버리고 갔던 정배(이선균)는 연락한번 없이 공모전 시상식에서 짠하고 나타나고 둘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의구심이 들게끔 하는 개연성 부족한 전개는, 정배와 다림의 발칙한 대사에 깔깔 웃다가도, 둘의 헤어짐에 눈물짓다가도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흠 잡을데 없는 완벽한 영화에만 박수 쳐 주라는 법 없다. 기존 같은 장르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시도와 뻔 한 요소들을 더욱 뻔 하게 표현 할 줄도, 그리고 뻔 하지 않게 나타낼 줄도 알았기 때문이다.
도전과 용기, 신선함과 유쾌함이 묻어나오는 영화다.


뭐든 과하지 않은 유쾌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하나 추천하고 싶다.
‘쩨쩨한 로맨스’, 영화는 결코 쩨쩨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