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도 보이는 대학교의 정문. 그것을 바라보며 설레는 마음을 금치 못한다. 고등학교에 비해 몇 배나 큰 학교에 넋을 잃으며 바라보고, 학교가 커서 어디가 어디인지 찾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로운 장소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기 마련. 새내기 호칭을 단 신입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교수님! 소리가 왜 안 나오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무려 12년 동안 선생님과 함께 지내왔다. 선생님께 물어보고, 선생님께 상담도 해보고, 선생님과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가보았다. 오랜 학창 시절을 선생님과 함께 해오다보니 우리에게 ‘선생님’이란 호칭은 익숙 그 자체였다. 그러나 대학교에 오면서 선생님이 아닌 교수님이라는 호칭을 불러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강의 시간에 출석을 부르시는데 이름을 놓친 교수님께 손들고 “선생님, 제 이름 불러주시지 않은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뒤에 앉아 있던 동기들이 큭큭 웃더니 “교수님보고 선생님이래.” 라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교수님은 웃으면서 넘어가셨다. 오래 된 습관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사복은 매일 찾아오는 스트레스
‘교복이 좋은 거야. 교복 입을 때가 행복한 줄 알아.’ 고등학생 때, 주변의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보며 하던 말이었다. 이 말에 공감하게 될 줄 몰랐다. 그저 철없는 고등학생 때는 매일 교복을 입고 등교하고 하교하고…하루를 교복과 같이 보내는 것이 싫었다. 형식적인 교복이 아닌 예쁜 옷도 입어보고 운동화 대신 구두도 신어보고 싶었다. 일종의 어른 흉내를 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대학교에 들어와서 대학생이 된 기념으로 옷을 사도 얼마 가지를 못했다. 새 옷을 입은 기쁨도 잠시였다. 매일 등교하는 대학교에 뭘 입고 갈까? 라는 고민이 처음에는 행복했으나 점점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개성 있게 입고 싶으나 나에게 주어진 옷은 한정적이고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결국은 맘에 안 들어도 입고 나오는 옷이 많다. 결국 학교 가는 길 내내 옷이 맘에 안 들어 스트레스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대학 들어와서 어려웠던 건 선·후배 관계이다. 인사는 당연히 하는 거지만 저 분이 우리 과인지 아닌지 모르는 것이다. 길거리에 마주친 과 선배님을 보아도 인사를 할까 말까 어물거리다가 결국은 인사 할 타이밍을 놓치고 만다. 고등학교 때는 명확한 선·후배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에 인사를 한다는 건 선생님뿐이었다. 그러나 대학교에서는 2년, 3년 위의 선배보다 더 높은 일명 고학번의 선배들까지 인사를 해야 한다. 고학번의 선배들까지 기억하고 인사하는 예의바른 새내기가 되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할 일이다.
perfume이 아닌 nostalgia
대학에 들어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은 모든 게 어색한 새내기. 새내기에게는 고등학교, 중학교 시절의 친구가 그립다. 힘든 시절을 서로 의지하며 지낸 친구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리워만 지는 친한 친구들. 대학에서 사귄 친구들은 대학 와서 사귄 친구라는 형식적인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마음 한 쪽 구석에 밀려오는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들은 중·고등학교 친구들뿐이다. 서로 다른 대학에 가고 멀리 떨어지게 되면서 못 보는 시간이 오래 될수록 그리워지는 친구들. 메신저로 서로 비는 시간을 맞춰서 만나게 되면 하루 종일 대학생활에 대해 떠드느라 날이 세는 지도 모른다. 그리웠던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 생활을 비교하면서 아련한 향수 속으로 빠져든다.
자유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
성인이 되기 전의 학창시절은 부모님이 있고,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에 보호 아래에 안전한 생활을 했다. 하지만 보호로 인해 집에 들어와야 하는 시간, 용돈 등의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자유를 부러워하며 대학생활을 꿈꿔왔다. 대학생이 되어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꿈. 대학에 와서 자유는 많았다. 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닌 하고 싶었던 공부,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고,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찾아서 할 수도 있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행도 가는 등의 자유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대학생의 자유가 찾아와도 그리 달갑지가 않다. 자신을 신경써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시작한다. 갑자기 찾아 온 자유로 인해 생활이 엉망진창 되어 버린다. 즉, 자기 자신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도 이것저것 고민을 해야 되고 그것에 따른 책임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온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난 것도 잠시, 잔소리에 대한 그리움이 몰려오는 새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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