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라 하면 무엇이 있을까? 항상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아슬아슬한 남북관계, 리비아나 시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유혈사태,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한 진흙탕 싸움 등등.... 이렇게 나열만 해도 몇 페이지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것 같은 복잡한 모습을 가진 것이 2011년 현재 모습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가 분명히 살아봤고, 경험해봤던 5년 전의 모습은 어땠는지 말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는 5년이란 시간. 잘한 것은 계속 잘 하고 있는지, 못한 것은 잘 고쳐졌는지 복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끔 도와주는 한 권의 책이 있어서 얼른 집어들었다.


“대한민국 열 가지 화두가 더 이상 현안이 아닌 대한민국을 그리며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머리말 中)
제목부터 아주 도발적인 ‘What's wrong Korea?'가 흥미를 끄는 점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10가지 화두가 1000명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응답빈도 순으로 고용 불안, 정치적 리더십 부재, 저출산 및 고령화, 집단 이기주의, 경쟁력 낮은 교육, 노사 갈등, 기업 활동 규제, 분단 체제와 그 비용, 반기업과 반부자 정서, 성장 동력의 소진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여느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세태에 대한 날선 비판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해결책을 심도 있게 제시하고 있는 것도 필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걱정할 줄 아는 경제문제

일단 위의 10가지 화두를 살펴보자. 정치, 교육 문제 및 저출산 문제를 빼면 결국엔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들’로 귀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10가지 모두 결국 경제 문제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한 세기도 안 되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보유하게 된, 흔히 말하는 ‘압축 성장’을 이루면서 나타난 여러 가지 부작용이 결국엔 경제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강한 어조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은 10가지 화두 중 가장 하위에 있는 ‘성장 동력의 소진’이다. 여기서 글쓴이는 지금이 21세기 성장 엔진을 돌릴 정신 동력을 충전할 때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구한 말 국채보상운동에 비유되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범국민적 금모으기 운동을 상기시키면서, 이 때 보여준 정도의 정신 동력을 다시 한번 충전하여 국경 없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원을 가다듬을 때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막연한 낙관론이 아니라 희망과 개척 정신 등을 아우르는 ‘캔두이즘(Candoism)’을 다시 한번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우리도 경제에 대해 할 말이 많다구요.

천안함과 연평도라는 단어만으로도 떠오르는 또 하나의 문제

다른 국가, 특히 아시아권에서 본인을 “I'm Korean”이라고 소개하면 부족하다. 이걸 듣고 뭔가 더 궁금한 표정을 짓는 현지인에게 웃으며 “South!"라고 말을 해주면 그때서야 원활하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다. 

통일 문제는 그 시기나 효과, 감당해야 할 자금규모 등을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우리가 마치 수면만 보고 여기가 수심 30미터도 안 되는 연안인지, 아니면 수심이 몇 천미터에 이르는 먼바다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글쓴이는 20여년 전까지 우리와 사정이 비슷했던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1990년 세계 3위의 경제 대국 서독과 세계 25위의 동독의 통일 당시, 뮌헨에서 활동 중인 시사만화가 하이칭거의 작품이 흥미를 끈다. 한 서독인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데 태양이 반쯤 올라왔을 때는 EINHEIT(통일)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하지만 태양이 모두 떠오르니 그 밑에는 돈 구멍과 함께 KOSTET(비용)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당시 서독인들도 통일이 다가오자 통일의 환희보다 그 비용을 생각하고 우울해했다는 내용이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에 대비한 ‘통일 비용’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가 제도적, 절차적으로 아직 때가 아니라는 정치권의 목소리로 흐지부지 된 적이 있다. 5년 전에 쓰인 이 책에서는 당연히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을 담고 있지 못하지만, 엄청난 통일 비용을 감당해낼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현재 부담하고 있는 분단 비용(국방비 등)의 감축이 커다란 완충 작용을 해줄 것이라는 것에 공감가는 바가 컸다. 

독일인들은 아직도 통일 후유증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특히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당시의 현안들에 대한 통찰과 그것들을 현안에서 제외시키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9시 뉴스 꼭지 마지막 즈음에 흔히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전문가들의 조금은 ‘당연한 소리’들이 코멘트로 달려 있다. 이들의 말대로만 되었다면 5년이 지난 지금 이 문제들은 현안이 아닌 유물이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어떠한가? 노사분규는 더욱 심각해지면서 무력 동원은 예사가 되었고, 남북관계는 천안함 및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통해 극도로 냉각되어서 통일비용 문제 같은 건 아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느낌이다. 그리고 사교육을 비롯해 교육부담은 더욱 증가했고, 나날이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실업률은 정부의 땜질식 처방으로 인해 오히려 더 큰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해도 우리는 복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반성을 해야 언젠가 우리에게 올 전화위복의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도로 진보적이거나, 극도로 보수적인 매체들이 넘쳐나는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현상을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바이다. 조사되어 있는 수많은 데이터들이 왜곡된 것만 아니라면 이 책은 정말 객관적인 관점의 서술이라고 단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