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성폭행, 공무원 성폭행 등 잊을만 하면 성폭행 사례들이 보도된다. 사회적 약자인 여자를 배려의 대상 보다는 점령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이 시대. 매력적인 모습을 한 여자들의 잘못일까, 본능이라며 절제하지 못하는 남자들의 잘못일까?

7월부터 아동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화학적 거세가 본격적으로 실시 된다. ‘화학적 거세법이란 16세 미만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폭행 범죄로 기소되어 징역형이나 치료보호감호형을 선고받은 19세 이상 성도착증을 가진 범죄인에게 약물 투약등을 통해 성적 능력에 대한 치료를 하겠다는 법이다. 매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산을 억제시키는 약물을 투입하여 성욕이 없도록 만든다. 그리고 여기에 심리치료와 인지 치료 등 정신과 치료도 함께 병행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많은 유럽국가들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화학적 거세는 끊임없이 찬반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성폭행을 부르는 미니스커트

 

밤늦게 귀가하는 여대생을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경우 여성의 노출을 성폭행의 원인으로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20대 여성 성폭행 사건을 다루는 보도에서 여성의 미니스커트차림을 자료화면으로 제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과거와는 다르게 여성의 노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관대해 진 것은 사실이다. 갖가지 시상식에서 파격적인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에 들어선 여배우들은 연일 화제가 되고, 패션과 메이크업 상품 광고에서도 ‘SEXY’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연예인 뿐만 아니라 매체에 노출된 일반인들도 섹시아이콘을 따라가기 바쁘다. 그런데 성폭행의 원인을 여성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 심하게 노출된 옷을 입는다거나 지나치게 과한 것은 문제가 된다. 하지만 인간의 본능, 기본적인 욕구라는 점을 주장하며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다. 만약 그렇다면 여성들에게 이슬람권 국가처럼 차도르를 입혀야 한다는 것인가? 우리가 도난 당할 것을 염려하여 값비싼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성폭행 당할 것을 염려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성폭행 범죄자들의 인권 존중 문제

 

화학적 거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가해자의 인권을 문제로 삼고 있다. 또 다시 발생할 범죄에 대한 가능성만을 생각해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처벌이라는 점이다. 성범죄는 출소 후 재범죄 확률이 가장 높은 범죄이다. 그러나 범죄자들을 일일히 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재범죄를 막아보고자 전자 발찌를 만들어 그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위치를 추적하려는 노력을 해왔으나 내구성 등의 문제로 범죄자들이 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경우가 발생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두번째로 인간의 기본적인 성적욕구를 임의로 없애 인권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성적욕구를 임의로 없애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나라에서는 물리적인 거세가 시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 형벌에 비하면 화학적 거세는 다분히 인간적인 방법이다. 또 본인 자체가 성욕을 느끼지 못할 뿐이지 신체적 고통이 없다는 점도 상당한 배려를 한 것이다. 물론 모든 인간의 기본권은 침해되어서는 안되지만 자신이 존중 받으려면 상대방부터 존중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대의 인권을 침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주면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인권에 대해 운운할 자격이 없다.

 

 

화학적 거세, 확실해요? 이게 최선입니까?

 

성폭행자의 끔찍한 범죄에 비해, 화학적 거세는 물리적 거세보다 비교적 인간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만이 성폭행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 의문이 든다. 성폭력은 폭력이다. 성적욕구를 제외한다고 해서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화학적 거세 이전의 범죄자들이 충동에 의해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런 약물 투입 후에는 좀더 계획적이고 극악무도한 수법의 범죄들이 발생 할 수 있다. 성적 기능이 없는 남자라는 것은 그들에게 심한 굴욕감과 심리적인 장애요소로 작용될 확률이 높다. 그것이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회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어 2, 3차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성범죄의 재범률이 높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삼고 재범을 막기 위해 화학적 거세를 시행한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가 그 확률을 낮춰 준다는 것은 장담 할 수 없다.

 

화학적 거세는 물리적 거세와는 다르게 징벌이라기 보다 치료의 목적이 더 짙어 보인다. 범죄자들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또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대책 마련도 미비한 실정이다. 화학적 거세에 쓰이는 약물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2차적으로 발생 할 수 있는 부작용 문제 또한 고려해 봐야 할 문제이다.

 

20대 여성 및 부녀자, 심지어 어린 아이들까지 나날이 끔찍해져 가는 성폭행 수법으로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다치고 있다. 이렇게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논란이 일지만 그것은 단순한 분개에 그치고 만다. 성폭행 재범을 막기 위해서 범죄자 스스로 불순한 의식 자체를 개선하지 않는 한, 그리고 그들이 개선 의지의 노력을 보이지 않는 한 범죄는 끊임없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현재 성폭행을 방지하기 위한 체계나 시스템 자체가 미흡한 실정이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범죄임에도 그에 비해 형벌이 약해 범죄, 재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여성들의 안전성을 확보해 주고, 어린 아이들을 맘놓고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근본적인 문제점. 즉 성폭력 범죄자들의 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그들이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제성을 두고, 범죄자들이 어떠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는지 행동에 내재된 과거의 경험들을 상담과 교육을 통해 해소시켜 2,3차 재범죄의 가능성을 낮춰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