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을 함께 이끌어 갈 새 인물들을 뽑았습니다. 지원자들을 만나는 소위 ‘면접’은 거의 보름 남짓한 기간 진행됐는데요. 처음으로 전국 각지에서 인원을 선발하다보니 그런 것도 있고 어쨌든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지원자들의 배경은 참 다양했어요. 나이도, 전공도, 사는 곳도 그리고 꿈도 관심사도 전혀 다른 사람들이 제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이전의 ‘고함이들’ 중에는 없었던 캐릭터를 볼 때마다 그들이 가지고 있을 새로운 시선,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 갈 글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더랍니다.

그런데,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물론 예외는 있기는 했지만 면접을 볼 때마다 너무 같은 상황이 반복되어 지겨워질 정도였어요. 그 공통점은 바로 대부분의 지원자가 고함에서 쓰고 싶은 글을 ‘문화’에 관한 글로 꼽았다는 겁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치나 경제에 관한 것은 자신이 없다고들 하더군요. 고함에 들어가게 된다면 열심히 관심을 가지고 하겠다는 말이 덧붙여지기는 했지만요.

기존 고함 사람들도 사실 아주 다르지는 않습니다. 고함 카테고리들을 눌러보세요. 정치, 경제 카테고리에는 합쳐서 50건, 사회, 문화 카테고리에는 합쳐서 182건의 기사가 있어요. (7월 28일 현재) 특히 경제 분야는 다들 너무 어려워만 하는 분위기라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들어오기를 마냥 기다리고만 있기도 했답니다.
 

한국 교육은 암기만 가르치지 말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지요

아는 것도 없고, 배운 적도 없는

팔불출 같긴 하지만 고함에 지원서를 내고 함께 글을 써 보겠다고 하는 분들, 고함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고함이들’은 꽤나 똑똑한 분들이 많습니다.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고자 하고, 또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 분들이라 그런지 말이에요. 사회에 관심은 많지만 정치나 경제라는 단어만 나와도 쩔쩔매는 습관, 바로 당신의 이야기라며 공감하고 있지는 않나요?

사실 변명을 하려면 적당한 근거를 찾아서 잘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20대 뿐만 아니라 다른 세대들도 정치나 경제를 잘 알지는 않으니까요. 이건 구조의, 그러니까 교육의 문제라고요. 

특히 7차 교육과정 세대라면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기는 합니다.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조직되는지를 알기 위해 매우 중요한 내용인 정치, 경제, 법과 사회 등의 과목들이 모두 선택 과목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죠. 민주 사회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사회에 나오게 된 것이죠.

아는 것도 없지요. 거기다 ‘말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더구나 우리나라 교육의 최대 맹점이 더해지니 이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아는 범위 내에서라도 정치, 경제 같은 사안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조차가 없으니 말이에요. 아는 것만큼이라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아는 것도 모르는 것만 못하게 되니까요. 정치, 경제에 대한 무지는 그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리고 무관심이라는 태도로 나타나 버립니다.


출처 : 참여연대

어려워도 알 필요는 있죠

그래서일까요.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 정치나 경제, 법 같은 사회가 구성되고 운영되는 체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혹은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20대를 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법학도는 사법고시 준비해야 하고요. 경제학도는 솔루션(문제풀이) 하나 더 외워야하고요. 정치학도는 복수전공 찾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릴 뿐이에요.

사회에 관심 좀 있다, 혹은 좀 똑똑하다, 사회참여 좀 한다는 친구들도 관심은 있을 뿐 핵심에서는 멀어요.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게 실현되려면 정치 분야에서 어떤 의결 과정을 거쳐서 실현 가능한지를 고민하는 20대를 찾기는 어려워요. 우리나라 국가 경제에서 어느 정도의 세금을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투입하는 게 가능한지를 현실을 바탕으로 고민해보는 경우도 드물어요. 반값 등록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 물론 대단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넘어 현실 사회에서의 방법을 이성적으로 고민하고 내놓고 이야기해야 해요.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에서 엄기호 씨는 이렇게 진단합니다. 지금의 20대에게는 정치에 대한 언어가 없다고, 그래서 기성세대들이 이렇게 또 저렇게 무시한다고요. 그러나 엄기호는 20대에게 언어가 없는 게 아니라 20대의 언어가 기성의 언어와 일치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기성의 언어에 포섭되지 않는 언어를 다른 세대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고요.

동의하는 지점이 꽤 많은 분석입니다만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세대별로 언어가 다른 건 확실합니다. 부정할 수 없죠. 그러나 정치, 경제, 법 등 사회 체계를 다루는 분야에서 사용하도록 된 언어는 사실 일반적으로 정해져 있거든요. 이건 기성세대가 자신의 언어에 신세대를 맞추라는 강요를 하는 게 아닙니다. 기성세대들도 정치, 경제, 법을 다룰 수 있는 언어를 배우고 습득하고 거기에 적응한 것이에요. 20대도 공론장에 끼어들려면 그 언어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게임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20대의 문제라면, 아니 세대를 묶는 걸 떠나서 당장 자신의 문제라면? 당연히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적어도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 정치인이 내놓은 대안이라는 것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해석해서 옳은지 그른지 정도는 따져볼 수 있는 사회 체계에 대한 그런 정도의 능력은 각자가 가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언어를 알아야 하구요.


모른다고 겁먹지 말아요.

물론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정치나 경제 같은 걸 잘 알아서 이렇게 쓰고 있는 건 아니에요. 저도 고등학교에서 지리나 국사 같은 과목만 줄창 배워왔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대학에 와서 몸으로 부딪히면서야 아주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정치나 경제를 알고 싶다고 말할 뿐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요? 물어보신다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우리 함께 그만 겁먹자고요. 어렵고 복잡한 용어가 나온다고 해서 멀리해버리는 이 습관이 평생 우리 세대를 정치에서 경제에서 법에서 배제된 세대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사회나 문화 같은 부분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정작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따돌림 당할지도 모르니까요. 부딪히고, 조금이라도 알려고 노력하고, 남들보다 조금 몰라도 아는 척이라도 해가면서 이 공식적인 논의에 끼어들어보자는 겁니다. 그래야 사회에 대한 우리의 열정과 의지 같은 게 현실이 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