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이돈’ 패러디가 재미없으면 오세훈 지지자?
서울을 덮친 수해 속에서 '역류'한 진보적 가치

무섭도록 비가 내린 27일 트위터 팔로워들의 비난의 ‘홍수’가 신 군을 덮쳤다. “오세이돈 같은 패러디 재미없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본 신 군의 팔로워들은 “너 오세훈(시장) 지지자냐”, “대학교는 공부하고 들어간 거 맞냐”는 등의 멘션을 보냈다. 신군은 “자신은 오세훈(시장) 지지자가 아니며 정치에는 담을 쌓고 살았다”며 답변과 해명을 하려 했지만 비난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신 군은 그와 관련된 자신의 글을 모두 지우고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너 짧게 글을 올렸네요.”라고 사과문을 올리고 말았다.

탈 권위는 진보적 가치다. 그러나 신군이 겪은 일은 진보가 권위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화나 토론이 아닌 감정적이고 일방적인 비난글로 한 사람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군대 같은 공간에서 선임자가 후임자에게 일방향적으로 명령, 지시, 교육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실제로 신군은 “오세훈(시장)이 광화문 배수로 공사를 엉망으로 했다는 거 알기나 하냐”, “오세훈 덕분에 서울시 수해 방지 관련 예산이 1/10로 줄었다”는 등의 멘션을 받았다. 신군은 이들이 자신을 아무 것도 모른다고 여기며 가르치려는 말투라고 받아들였다. 권위적인 진보가 존재 할 수 있는 이유이다. 신군에게 멘션을 보낸 이들이 모두 진보는 아니겠지만 오세훈 시장을 비판하는 이들은 대부분 진보라고 생각 될 수 있다. 


 

중립을 표방한 이들은 탈권위적 가치를 배반한 진보의 위선에 환멸과 냉소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makmakhada라는 트위터 계정을 쓰는 황보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솔직히 행동하지 않으면서 미주알고주알 말로만 떠드는 위선자들이 더 별로라고 생각한다”며 “그래봐야 피차일반인데 지가 더 잘난 줄 알고 선입견 꽂고 가르치려드는 자세가 더 문제라는 거다”고 덧붙였다. 목적이 옳다고 해도 권위적인 태도가 오히려 반감을 가져온다는 얘기다.

정치적 중립이나 무관심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 문제라는 또한 지적도 있다. @borameesm이란 트위터 유저가 김대중 잠언집을 인용하여 “‘나는 야당도 아니고, 여당도 아니다. 나는 정치와 관계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봐왔다. 그러면서 그것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태도인 양 점잔을 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악을 악이라고 비판하지 않고 선을 선이라고 격려하지 않겠다는 자들이다.(후략)”라며 신군에게 충고한 것에 대해 황보 씨는 “그렇게 징징거리는 사람들 중에 제대로 문제에 대해 고찰하고 그것을 지적하거나 바꾸기 위해 자신의 미래나 진로를 결정하는 부류는 몇몇밖에 없다.”며 “매번 말로만 이러네 저러네 쓸 때 없는 우월감 느끼려고 들고 한심하다.”고 말했다.

‘아군이 아니면 모두가 적’라는 식의 폐쇄성도 문제다. “오세훈 시장 지지자도 잘못됐고 정치적중립이나 무관심도 잘못됐으면 잘된건 자신들뿐이란 얘긴가?”라고 반문하는 이도 있었다. 한나라당 강재천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민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피력한바 있다. 진보를 표방하는 이들이 이번 사건에서 보이는 태도들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강재천 의원을 파시스트라고 비난했는데 자신들도 그렇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듯 많은 진보들이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며 권위적인 자세로 군림하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는 자신의 칼럼에서 ‘B급 좌파’ 김규항 씨 또한 권위적으로 군다며 비판한 바 있다. 진 씨는 김 씨가 오연호 오마이뉴스 사장과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의 저서 <진보집권플랜>을 “자유주의개혁세력이지 진정한 진보가 아니다”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B급 좌파가 다른 진보들을 C급 좌파로 만들어 가르치려 들고 있다”며 반박했다. 유럽 같은 곳도 사민주의 같은 다른 길을 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강성’만이 옳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한편 홍세화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위원과 성한용 <한겨레> 편집국장은 서강대에 마련된 강연회에서 “사회에 진보만이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강한 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곳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진보적 가치만이 옳은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이명박정권의 실정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진보도 하나의 권위가 돼가고 있다. 푸코는 <성의 역사>에서 성에 대한 담론 자체가 권위가 될 것이며 권력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성의 담론처럼 진보적 가치를 담은 담론 또한 권력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에 쓰는 140자 짜리 글도 내용에 따라 권위적으로 사람들을 짓누를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진보만이 옳은 것인 양 주장하는 현실은 냉소와 환멸, 무관심을 가져올 뿐이다. ‘진보집권플랜’에 차질을 가져올 수도 있다. 목적을 위해 꼭 끌어들여야 할 중립·무관심 세력이 보수 세력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신 군의 눈에 비친 진보의 태도는 목적이 어떻게 됐든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미 노무현 정권에 실망해 이명박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국민의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진보집권플랜은 아직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