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나 유성기업, 그리고 명동3구역(카페 마리) 등의 농성 현장에는 소위 ‘용역’이라고 불리는 용역깡패들이 자주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용역깡패들은 사측에서 명목상으로는 시설 경비의 목적으로 고용한 것이지만, 사실상 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노조원들을 쫓아내거나, 재개발을 위한 강제 철거를 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주요 공장시설이나 철거대상으로 지정된 건물을 점거하고 있는 노조원들이나 시민들을 무기로 위협하거나 폭력을 행사한다. 욕이나 성적인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렇게 깡패와 비슷한 일을 하는 용역들이 전부 조직 폭력배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은 딱 봐도 어려보이는 20대이며, 돈을 많이 준다는 소리를 듣고 몰려온 단기 알바들이 많다고 한다. 유성기업이나 한진중공업에 간 용역들 중에서는 알바 구하는 사이트에서 일당을 많이 준다는 말을 보고 멋모르고 왔다가 졸지에 용역깡패가 된 대학생들도 있었다.





돈만 많이 주면, 뭐든지 한다

예전에 나는 쌀국수 가게 서빙을 하면서, 같이 일하던 동생에게 “이제까지 해봤던 알바중에 어떤 것이 가장 괜찮았어?” 라고 물어보았다. 다양한 알바를 많이 해봤던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용역이요, 양심에 조금 찔리긴 하지만 돈도 많이 주고, 사실 하는 일도 별로 없고요.” 대답을 듣고 나니 씁쓸해지는 기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는 키도 작고 마른 몸이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용역깡패의 모습과는 좀 달랐다. 덩치나 힘에 관계없이 용역알바를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가 잘 보여주고 있었다.

20대들이 용역깡패 알바를 한다는 것은, 돈만 많이 벌 수 있는 알바라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그들의 비뚤어진 노동관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 밖에도 20대들은 고소득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불법 성인오락실에서 알바를 한다든가, 안마방이나 키스방 같은 곳에서 일하기도 한다.

성인오락실 같은 경우 돈을 많이 주고, 팁도 많이 벌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학생들이 알바를 하지만, 손님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불법을 저지르면서 오락실을 운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만약 경찰 단속에서 불법 업소로 적발된 경우 직원이 같이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많은 알바들이 이점을 애써 무시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법 성인오락실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자신이 불법행위에 동조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언제든지 처벌의 위험이 있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안마방이나 키스방등에서 일하는 학생들도 많다. 짧은 기간에 목돈을 만들고 싶거나 등록금으로 인한 대출을 갚으려고 하다보면, 일반적으로 하는 알바로는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 퇴폐업소 알바 쪽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는 거의 없을 것 같지만, 내 지인 중에서는 24살 대학생인 A가 자신의 친한 언니가 안마방에서 알바하고 있으며, 자신도 그 언니의 소개를 받아 면접까지는 봤다는 사실을 털어놓아서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누가 20대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현재 20대들은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돈이 왜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자란 세대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IMF를 경험하면서 돈이 없다는 것이 가정에서, 그리고 국가에서 어떤 문제를 초래하는지 은연중에 알게 되었다. IMF를 극복하고 한국 사회가 본격적인 소비사회로 들어서면서, 소비를 얼마나 할 수 있느냐가 곧 개인의 능력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고, 돈에 대한 열망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대부분의 20대들은 알바를 한다. 안정된 직업을 얻을 수 없는 현실에서,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보편적인 20대의 삶을 영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를 한다면 데이트 비용이 필요하고, 남들 다 가는 여행을 하는 것도 돈이 없으면 안 된다. 토익, 토플같은 어학 스펙을 쌓으려고 해도, 취업준비를 하려고 해도, 학원에 다니든가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밖에 없다. 20대에게는 돈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특별한 기술 없는 20대가 당장 돈을 많이 벌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과외를 할 수 있는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20대들은 프랜차이즈 카페, 음식점, 대형마트, PC방 등에서 그다지 큰 돈을 받지 않고 일하고 있다. 20대 알바들이 과연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4580원이다. 8시간을 일해도 35000원 정도다. 한 달을 해도 100만원이 넘을까 말까다. 

그러나 용역이나 성인오락실 알바, 또는 성매매는 그것보다 2배, 많게는 3~4배까지 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의하면 서울 중구청에서 ‘특수임무수행자회’ 라는 폭력시위 단체에 용역을 맡겼는데, 하루에 10명씩, 1년에 5억에 계약했다고 한다. 용역 한 사람당 일당으로 따져보면 19만원 정도 된다. 아마 그들과 같이 활동하는 다른 용역들도 그 정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알바가 윤리적이냐, 또는 불법이냐 따지는 것은 돈의 위력 앞에서 무색해진다. 위에 열거한 일들이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일이라는 것을 체감하면서도 결국 계속 그 일을 하게 되는 것은 돈은 어떤 식으로든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리 사회가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편법을 저지르거나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게 되고, 심지어 재벌그룹의 회장도 천문학적인 금액의 탈세를 하지 않는가?




정당하게 돈 벌수 있는 환경 만들기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돈을 버는 용역깡패들은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자화상이다. 용역깡패와 같이 비정상적이고 지극히 악질적인 알바를 하는 것을 막으려면, 불법을 자행하며 돈을 버는 집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시행함과 동시에, 최저임금 상승과 포함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정착시켜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편법, 불법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을 막는 것은 하루아침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비교적 간편하면서도 효과는 가장 좋다. 열심히만 일하면 알바를 하더라도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20대들에게 깨닫게 할 수 있고, 나아가 젊은이들이 잘못된 알바의 길로 빠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는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대도 스스로 올바른 노동관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먼저 내가 하는 알바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인지 생각해보자. 그 다음 내가 하는 알바를 남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이렇듯 생각의 과정을 거쳐나간다면, 우리는 결코 고소득 알바라는 명목하에 자신의 가치를 낮추는 알바를 하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