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대에 관한 안 좋은 소식들이 많다. 7월 4일, 해병 2사단의 강화군 해안 소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부터 시작해서, 잊을 만하면 나오는 군내 폭력, 비위생적인 환경까지 군대에 관한 흉흉한 이야기들은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다. 새삼스럽지 않은 소식이지만, 군대에 피 같은 자식을 보낸 부모들은 이 같은 소식들이 있을 때마다 아들 걱정에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모 외에도 군대 소식에 민감한 이들이 또 있었으니, 일명 '고무신(약칭 곰신)'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무신’은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 친구를 지칭하여 부르는 말로, 보통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많지만, 상황에 따라 고등학생부터 20대 후반의 여성까지 매우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이들이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방식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 또한 매우 다르지만,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고, 이야기 하고 싶을 때 이야기 할 수 없는 ‘군대’라는 곳에 남자친구를 잠시 ‘빌려준’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이러한 똑같은 상황 때문에 이들은 서로 강한 유대감을 느끼는데, 이들이 주로 공감하는, 고무신들만이 느끼는 애환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알아보았다.



예비곰신, 주변에서 해주는 이야기들로 걱정이 태산


 

이미지출처 - http://blog.naver.com/seyou2000/10040126218

 보통 고무신들은 남자친구를 보내기 전, 즉 ‘예비 곰신’일 때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 마련이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부터 시작해서, 이미 군대를 갔다 온 예비군 오빠, 친구들까지 모두 한마디씩 충고를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이들이 듣는 말들은 대게 여자 친구가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게끔 하는 말인 경우가 많다. 

 남자친구와 학교 과 동기로 만나, 1년째 연애중인 A양(22)은 이번 8월 달에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많은 추억을 쌓으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려 했지만, A양은 요즘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머리가 아프다. 친하게 지내는 예비군 오빠한테서 다 기다리고 나면, 오히려 남자가 제대해서 바람을 피우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자신은 절대로 그럴 리 없다고 극구 부인하지만 마음이 좋지 않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군대를 갔다 온 경험자가 말하니 더 불안하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의 문제를 떠나서,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은 이 외에도 많은데, 남자가 군대 내에서는 잘해줄 지도 모르나 나온 후에는 ‘얘는 주변에 봐주는 남자가 나 밖에 없나보다.’ ‘진짜 기다리다니, 엄청 독하다.’ 등의 생각을 갖게 된다는 식이다. 군복무 중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남자친구가 군대 내에서는 여자 친구를 많이 의지하게 되기 때문에 혹여나 자기 여자 친구가 바람을 피게 될까봐 집착의 정도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샤워하느라 전화를 5통 이상 못 받았을 때, 남자친구가 뭐하느라고 전화를 못 받았느냐며 추궁하는 바람에 크게 다투었다는 곰신도 있다. 

 이와 같은 ‘겁이 나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 것은 남자 쪽도 마찬가지이다. ‘여자가 끝까지 기다린다는 건 정말 힘들다더라. 보통 중간에 헤어지자는 소리를 듣는데, 군대 안에 있을 때 헤어지면 죽고 싶다. 그러니 가기 전에 헤어지는 게 낫다.’는 충고부터 시작해서 ‘여자 친구가 진짜 군대를 다 기다리게 되는 시기가 오면 관계가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다. 무조건 책임져야 된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식의 충고까지 다양하다.


고무신들의 애환, 남자친구가 있어도 외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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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은 갖은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여자 친구에게 기다려달라고 한 남자들과, 남자 친구를 기다리기로 한 여자들은 일단은 첫 위기를 극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고무신’이 된 뒤에도 여자가 남자 친구를 기다리는 일이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B양은(21) 2년 전, 남자친구를 재수학원에서 만났다. 힘든 시기를 함께 겪으며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었고, 수능이 끝난 뒤에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 후 연인이 되었다. B양과 그의 남자친구는 주변에서 각자 대학에 가면 금방 헤어지게 될 것 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에도 굴하지 않고, 각자 다른 대학에 가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예쁜 사랑을 이어갔다. B양에게 있어서 남자친구는 힘들 때마다 가장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군대에 간 이후로 기대기가 힘들어지자, B양은 많은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바쁜 생활을 할 때는 괜찮다가도 가끔씩 울컥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고무신이 아닌 친구들은 안쓰럽다며 그냥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고 한다. 또한 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때마다 남자친구 있냐는 이야기가 나오면 있다고 말하지만, 전화가 자주 오긴 하더라도 자주 만나지 못하니 있는 지 잘 모르겠을 때도 많다.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남자친구와 사귀게 된 C양(22) 역시 600일이 다가오지만 그다지 기쁘지 않다. 600일이라도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어서 함께 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C양은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이후로, 그냥 남자인 친구들도 만나기 꺼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바람피우는 건 아닌데 남자 친구한테 괜시리 미안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 때문에 많은 곰신들이 남자친구가 없어서 외로운 경우와는 다른, 남자친구가 있어도 외로운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주변에 이럴 때 자상하게 대해주는 ‘군필자’가 있다면 더욱 힘들어진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외로움을 덜 느끼기 위해서 많은 곰신들이 바쁜 생활을 추구한다. 대부분의 곰신들이 학생 또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일부러 바쁘게 만들지 않아도 바쁜 삶을 살기 마련이지만,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기 전보다 자기 계발에 더욱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D양(23)은 남자친구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자신보다 한 살 어렸던 남자친구는 6개월 사귀고 군대에 입대해 조금 있으면 일병이 된다. D양은 자신이 열심히 사는 것이 남자친구한테도 좋고, 자신한테도 좋은 것이라며 영어 공부와 자격증 따는 일에 열중이다. 그러나 D양도 휴가 때 남자친구랑 재밌게 놀다가 또 다시 혼자 사회에 남겨졌을 때의 ‘휴가 후유증’은 어쩔 수 없다.



꿈만 같은 제대… 그러나 제대해도 문제?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지 1년이 넘고, 남자친구가 어느 덧 병장이 되기 시작하면,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남자친구의 제대 날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그 날을 ‘꽃신 신는 날’이라 부른다. 너무나도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제대 후 매일매일 문자하고 전화하고, 데이트하고, 꿈과 같은 나날들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남자 친구가 대학교 저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간, 비슷한 또래인 커플은 남자 친구가 제대할 때쯤에는 여자 친구는 고학년이 되어 대게 취업 준비가 한창이다. 준비할 것이 산더미라 남자친구랑 놀러 다닐 수만은 없는 입장인데, 남자친구는 막 나온 ‘사회’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활동들을 하기 시작한다. 동아리에도 들고, 대외활동도 시작하고, 여자 친구는 이 같은 왕성한 활동을 하는 남자친구가 불안하다. 군대 보내기 전에 들었던 갖은 얘기들이 떠오르고, 설상가상으로 남자친구는 군대 내에서 사고의 변화도 있었던 것 같고, 눈도 높아진 듯 싶다. 군대라는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사귀었던 커플들도 이 같은 상황에서 다툼이 잦아져 결국 헤어지고 마는 경우까지 생기고 만다. 물론 이 같은 사례 말고, 예쁘게 계속 사랑을 이어가다가 결혼까지 가게 되는 커플들도 존재한다.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는 동안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욱 강해져서 보통 커플들보다 더욱 끈끈해지는 경우도 많다. 남자든, 여자든,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텨온 사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서로가 더욱 특별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같은 고무신의 처지였다 하더라도, 고무신을 기다리고 있는 결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랑’ 하나로 기다리는 고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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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개월(해군-23개월, 공군-24개월). 절대 짧다고 할 수 없는 기간, 여자 친구가 남자 친구를 기다리는 이유는 그만큼 그 남자를 믿고,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경우의 수가 있을지라도, 많은 곰신들이 여자 친구가 끝까지 ‘기다리느냐, 안 기다리느냐’는 여자들도 잘 해야겠지만, 남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고 말한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에겐 여자 못지않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곰신들에 대해서 자기 일이 아니라고, 혹은 너무 자기 일처럼 생각해서 함부로 말을 하지만 남자 친구를 기다릴 것인지 아닌지는 각자 선택의 몫이기 때문에 기다린 사람은 바보고, 기다리지 않은 사람은 매정하고, 이런 식의 평가는 옳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각자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저 ‘사랑’ 하나로 힘든 연애를 견디고 있는 곰신, 군화들이 ‘사랑’ 때문에 아프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