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의 원리로 쓰이는 문법 지적질 몇 달 전 맞춤법을 모르는 이성에 관한 설문조사가 화제가 되었다. 알바몬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인데, 응답자 중 89.3%가 이성이 맞춤법을 실수했을 때 호감도가 떨어진다고 답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호감도라고 하는 것이 계량화하기 힘든 수치이지만 감정적으로 맞춤법을 틀린 사람에 대해 불편한 감정이 든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설문조사에서처럼 맞춤법은 당연히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예의, 상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맞춤법을 틀린 사람은 예의를 어긴, 상식적이지 않은 말을 내뱉은 사람으로 간주된다. 인터넷 공론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축구 이야기를 하다가도,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도 맞춤법을 틀리면 문득 배제되곤 한다. 문법 나치를 비판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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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하다던데? 진짜야?"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고 말할 때마다 가장 많이 돌아온 역질문이었다. '…나는 사정했다'는 문장이 하루키 문학에 대한 요약으로 대표되니 그럴만하다. 에세이에서는 섹스 얘기가 덜하다는 부연이나 “나의 하루키는 이렇지 않아!”라는 항변은 촌스러운 동시에 '노잼'일 수밖에 없다. 농담을 그대로 옮겨와보자. 스토리를 사정행위만으로 끝내버리는 이 작가는 왜 이렇게 인기가 높을까?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걸까? 노벨문학상 탈락작가, 이성을 꼬실때 파악해야 하는 책, 베스트셀러라서 읽는 작가 등 이런저런 이미지 때문에 하루키라는 사람에게 접근하기 힘들어 하는 이들을 위해 반도의 흔한 하루키 팬이 준비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나도 하루키 책 전부 읽은 건 아니다. 이것은 무라카미..
세월호 사건 이후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난하는 여론은 거셌다. 속보 경쟁은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만들어냈고 특종을 노린 과도한 취재는 단원고 학생들과 유가족에게 또 다른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언론을 향한 대중의 분노는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신조어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최근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의 주인공 최달포(이종석) 역시 언론의 2차 가해로 인한 피해자다. ⓒ SBS 드라마 '피노키오' 기사에서 ‘팩트’보다 중요한 건 ‘임팩트’? 소방관인 달포의 아버지 기호상은 공장 화재 진압 중에 목숨을 잃지만 다른 소방관들과 달리 그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다. “기호상이 공장 안에 아무도 없는데 소방관들에게 들어가라고 지시했다”는 공장 직원들의 거짓 ..
겨울이 되면 날씨 때문에 야외에서 못 하게 되는 것이 많아진다. 프로야구도 그 중 하나다. 시즌이 끝난 겨울이 되면 선수들은 잠시 휴식기를 갖다가 따뜻한 곳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그 동안 야구팬들은 지루함과 그리움에 휩싸인다. 그들은 늘 저녁 시간이 심심해서 공허하다. 아쉬웠던 지난 시즌을 생각하며 내년에는 이 ‘발암’야구를 절대 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가도 날이 언제쯤 풀릴까 하고 기대하는 게 그들이다. 기나긴 겨울, 이들은 무엇을 하고 시간을 보낼까? 야구팬인 기자의 모습과 주변 야구팬들, 야구 커뮤니티에서 수집한 그들의 삶을 관찰해보았다. 야구 팬들의 고통을 표현한 뫼비우스의 띠 1. 복습은 어떤 장르든지 진리, ‘명경기와 하이라이트 복습하기’‘복습’의 사전적 의미는 이미 배웠던 공부를 되풀이해..
6개월 전, 밀양은 살아있는 지옥이었다. 십 년 가까이 송전탑 반대 시위를 하던 주민들에게 정부는 ‘행정대집행’을 단행했고, 경찰 2500명과 공무원 250명이 투입되었다. 남아있던 네 개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한전은 서둘러 철탑 공사를 재개하며, “밀양 투쟁은 종료됐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싸움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중 박배일 감독이 독립영화 을 발표했다. 은 765kV 송전탑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의 투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영화 에 이은 밀양 시리즈 2부작이다. 지난 11월 30일, 서울독립영화제(SIFF)의 장편영화 경쟁부문에 후보로 올라 상영되었으며, GV(관객과의 대화)도 함께 열렸다. GV에는 박배일 감독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김태철 씨, 밀양 주민 김영순 씨와 김영자 씨가 함께..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스포주의) 흔히 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고 한다. 부모와 집,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연약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영화 의 주인공 영재처럼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영재는 부모의 무책임에서 벗어나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함께 모여 사는 그룹홈에 스스로 들어간 아이다. 하지만 그룹홈에서의 생활도 만만치 않다. 눈칫밥을 먹어야 하고 생존하기 위해 자신을 꾸며내야 한다. 신부라는 꿈도 영재의 것이 아니다. 그룹홈의 원장 부모에게 잘 보여서 그 곳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영재는 철저하게 생존을 위해 행동한다. 신부가 되겠다며 누구보다 착한 척 연기하지만 반대로 돈을 벌기 위해 후원물품을 ..
11월 22일 광화문 KT빌딩 1층에서 2014 아프리카人 이해세미나가 열렸다. 본 세미나는 미개함, 빈곤과 질병, 오지의 대륙이라는 일반인들의 지배적인 인식을 전환해보자는 취지에서 개최되었다. 월드투게더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 연구소의 주최 하에 진행된 이해 세미나는 아프리카 문화예술 분야부터 본국과의 지원‧개발 협력 사업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대해 세부적으로 다뤘다. 첫 번째 발제자는 ‘쏘울오브아프리카(Soul of Africa)’ 이영주 대표로 아프리카의 예술품 판로 개척 사업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쏘울오브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내 상업적 가치가 있는 회화작품을 발굴해 판로개척을 지원하고 아프리카 예술인에게는 수익증대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이 대표는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닌 상호협력적인..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보이는 것이 진실을 압도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가면 뒤의 옹졸하고도 흉측한 얼굴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속 사람들은 빛나는 것에 열광한다. 그들은 아름답고 처연한 빛깔 고움에 현혹돼 사람이 아닌 가면에게 동정과 사랑을 담아 보낸다- ⓒ 포스터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닉과 에이미는 모든 이들이 부러워하는 이상적인 부부다. 결혼 5주년째 되던 아침 그녀가 사라지며 문제가 발생한다. 에이미는 그녀의 어린 시절을 모티브로 크게 인기를 끌었던 동화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주인공이었기에 일의 파장은 더욱 컸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녀 뒤로 어설피 남겨진 단서들은 증거로 변해 닉을 살해자로 지목한다.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 그 자체 사람들은 한 남자..
예술가가 예술적인 방식으로 발언하는 것 1호선 끝자락 인천역 1번 출구. 차이나타운을 지나 쭉 걸어오면 된다는 안내를 듣고 걸었다. 하지만 보이는 건 그물을 꿰는 아저씨들과 경찰서뿐이었다. 고개가 아플 정도로 주변을 한참 둘러봤다. 빨간 벽돌 건물들 가운데 텅 빈 넓은 공간, 간격을 두고 걸려있는 전시 현수막을 겨우 발견했다. 투박한 철조물들로 이어진 빨간 벽돌 건물들 사이로 공사현장에 있을 법한 노란 플라스틱 바리케이드가 널려있는 것이 먼저 눈에 띄었다. ‘우리는 눈에 띄어야만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노란 플라스틱 바리케이드의 작품명이다. 이 작품은 보행자에게 접근을 막는 용도인 바리케이드를 이용해, 곤충을 유혹함으로써 생존해나가는 꽃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널브러져 있던 꽃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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