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 만화계의 거장 중 한 명인 이현세 씨가 레진코믹스에서 처음으로 웹툰 형태의 작품을 발표했다. 장태산 작가 역시 네이버 웹툰에 '몽홀'이라는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두 사람이 40여년 만화를 그리며 발표해온 작품들을 생각하면 존경심이 들면서도 새삼 신기하게 다가온다. 90년대 '용비불패'로 유명세를 떨쳤던 문정후 작가 역시 레진코믹스에 '초인'이라는 작품을 연재한다. 한국 출판 만화계에 위기가 찾아온 뒤 2000년대 초 많은 만화 작가들이 게임산업 쪽으로 가거나 학습만화, 혹은 일본 만화시장으로 진출했다. 이후 웹툰이라는 포맷과 시장 영역이 형성되면서 시장의 판도는 다시 변화했다. 짧은 시간 동안 숱한 환경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꾸준히 좋은 작품을 선보인 작가 중 열 명을 꼽아 소개해본다. 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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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돕고 싶다. 그러나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겠다. 봉사활동을 가려는 강력한 의지는 주말 아침 밀린 피로에 짓눌린다. 몸으로 하는 봉사가 안 되면 기부라도 하고 싶다. 하지만 이번 달에 있을 친구 생일, 식사비, 회식비 등 불가피하게 사용할 비용들을 생각하니 내 통장 잔고가 한없이 초라하다. 누군가를 돕고 싶지만 몸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돈은 있지만 꼭 사야 할 게 있어 기부까지 하기엔 후들거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해결책을 준비했다. 장애인, 위기 청소년과 같은 취약 계층의 고용 증진과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이 그 해결책이다. 밥, 커피, 간식, 사회적 기업에서 즐기는 건 어때? 소풍가는 고양이 ⓒ소풍가는 고양이 한강 피크닉이나 벚꽃 놀이를 가기에 딱 좋은 ..
충무로에 여성들을 위한 ‘판’이 있을까. 영화에는 어떤 여성이 얼마나 등장하고,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당장 포털사이트에 최근 개봉작만 검색해도, 아니 머릿속에 최근에 내가 본 영화들만 떠올려 봐도 답이 나온다. 제대로 된 ‘판’의 부재, 영화의 양성평등 지표로 사용되는 '벡델 테스트'가 이를 입증한다. 무엇을 '여성 친화적' 영화라 말하는가 벡델 테스트는 1980년대 중반에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영화에서 여성이 주체적으로 그려지는가에 대해 세 가지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기준을 모두 통과하면 ‘여성 친화적인 영화’로 인정된다. 1. 대사가 있는 여자 캐릭터가 두 명 이상인가? 2. 영화에서 이 여성들이 단 한 번이라도 서로 대화를 하는가? 3. 남자에 관한 것이 아닌 다른 주제의 대화를 ..
경기도 지역에서 버스를 타면 대부분 스크린이 두 개 붙어있다. 하나는 타는 문 근처에, 하나는 내리는 문 근처에 있다. 그리고 스크린에서는 이런저런 영상이 계속 반복되며, 정거장에 도착할 즈음에는 이번 정거장과 다음 정거장을 알려준다. 이 화면에서 나오는 영상 채널을 지버스티비(G BUS TV)라고 한다. 3월 24일 22시54분에 남양주시 30번 버스를 타고 양정동사거리 역에 도착할 즈음 찍은 지버스티비 화면 경기도민들의 채널, 지버스티비 지버스티비는 2009년에 처음 도입되었다. 처음에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버스정류장 표출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정류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에 조금씩 콘텐츠를 늘려 길게 방영하게 된 것이 지금의 형태로 굳어진 것이다. 꽤 많은 시간 운..
※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스포주의) 우리 사회는 종종 각종 수치를 증거로 여권의 신장과 평등을 자신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모든 영역에서 소외받던 여성들이 사회 전반에 참여하여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보다 ‘살만해졌다’는 이유로 여성을 향한 억압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수치와 같은 거창한 사례를 찾지 않아도 여성들은 일상생활에서 ‘여성’이기에 억압당하고 있다. 프랑스의 단편영화 '억압받는 다수'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얼마나 당연하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준다. ⓒ 영화 카메라는 한 남자의 일상을 쫓아간다. 남자는 유모차를 끌고 우편물을 확인한다. 꽤 다정하고 평범한 남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남자를 둘러싼 일상은 이상하다.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여자는 상의를 탈..
'갓 헬프 더 걸(God Help The Girl, 2014)'은 '찬란한 여름'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이브, 제임스, 캐시. 세 명의 친구들은 여름날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밴드 '갓 헬프 더 걸'을 결성한다. 영화의 각본과 감독은 밴드 '벨 앤 세바스찬(Belle and Sebastian)'의 스튜어트 머독(Stuart Murdoch)이 맡았다. 영화와 밴드는 어느 정도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다. 벨 앤 세바스찬 역시 글래스고에서 우연히 결성됐다. 밴드는 뮤직비즈니스 수업 팀플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영화 속 밴드 '갓 헬프 더 걸' 역시 우연한 만남들을 통해 결성된다. "우리가 밴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밴드가 우리를 만드는 거야" - 제임스 하지만 이런 배경지식 몰라도 상관없다. 이는 어느 날 '..
미디어가 어떠한 소재를 다루고자 할 때 대상의 단면만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소재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와 고찰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정체성이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소재의 경우 미디어의 편협한 태도가 대중의 인식과정에 낙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M.net의 여성 래퍼 서바이벌 '언프리티 랩스타'는 힙합이 가지는 성격 중 갈등과 관련지을 수 있는 일부만을 극대화하여 아직 국내에 명확하지 않은 ‘여성 힙합’의 정체성을 ‘여성 편견’과 ‘갈등’만으로 채우고 있다. 여성 힙합을 이야기 위해서는 힙합 씬을 이야기해야 한다. 씬 (scene) 이라는 단어가 무대를 의미함을 고려하면 사전적으로 힙합 씬은 힙합이 등장하는 무대이다. 보다 관용적으로는 힙합 씬은 ‘힙합 문화 공연자 차원의 범위’..
어느 여고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정말 캐릭터 같은 학생들이 탐정단이라는 걸 운영하고 있다. 탐정단은 진지하게 수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증거를 위장하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들은 학생부터 선생님까지 여러 사람에게 의뢰를 받아 사건을 접수하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행동한다.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려 다소 심각하고 거대한 상황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런데도 씩씩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선암여고탐정단의 이야기다. ⓒ JTBC '선암여고탐정단' 스틸컷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다. 근데 뭐지? 이 위화감?” JTBC 드라마 '선암여고탐정단'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2014년 12월 16일부터 방영하였다. 화요일 밤 11시에서 수요일 밤 11시로 시간대를 한 번 옮기고 총 16화..
영화 '신세계'에서 신입 경찰 이자성은 우연히 강 과장의 눈에 띄어 범죄 조직에 잠입하는 ‘프락치’ 역할을 맡게 된다. 이후 이자성의 인생은 궤도를 이탈하여 자꾸만 의도하지 않았던 곳으로 향한다. 결국 그는 본래 자신의 정체성을 완벽히 포기하고 범죄 조직의 이자성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신세계' 스틸컷 누아르 영화가 주는 쾌감은 주인공의 윤리적 결단 갈등과, 구조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의 판타지에서 시작된다. 누아르는 새로운 공간을 생성해놓고 그 안에서 펼쳐져야 판타지가 완성되기 때문에 시대나 공간 배경이 뭉뚱그려진다. 애매한 시간과 공간 배경은 현실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형성한다. 하지만 누아르와 역사가 만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차남들의 세계사'는 대한민국의 1980년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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