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고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정말 캐릭터 같은 학생들이 탐정단이라는 걸 운영하고 있다. 탐정단은 진지하게 수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증거를 위장하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들은 학생부터 선생님까지 여러 사람에게 의뢰를 받아 사건을 접수하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행동한다.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려 다소 심각하고 거대한 상황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런데도 씩씩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선암여고탐정단의 이야기다.


ⓒ JTBC '선암여고탐정단' 스틸컷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다. 근데 뭐지? 이 위화감?”

JTBC 드라마 '선암여고탐정단'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2014년 12월 16일부터 방영하였다. 화요일 밤 11시에서 수요일 밤 11시로 시간대를 한 번 옮기고 총 16화에서 14회로 조정되는 과정을 겪었지만, 시시때때로 튀어나오는 예능 방식의 전개와 여자고등학교라는 배경 등을 통해 작품만의 매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MBC에서 JTBC로 옮겨 '느낌표', '황금어장', '썰전'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여운혁 PD의 첫 드라마 도전인 만큼 처음 제작을 발표할 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진지희, 강민아 등 극 중 주인공과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를 캐스팅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선 주목에 비해 프로그램은 현재 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다소 저조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는 작품이 나빠서, 혹은 경쟁 프로그램이 강해서만은 아니다. 우선 이 드라마는 학교에 다니는 10대 청소년을 소재로 삼고 있으며, 그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데 충실하다. 끊임없이 비춰지는 공간적 배경, 주인공들의 모습부터 종종 등장하는 은어까지. 또한 집단 괴롭힘, 자살, 낙태, 동성애 등 극에서 등장하는 주제들도 때로는 복잡하고 심각하다. 원작 소설을 생각하면 드라마의 무게감은 덜하지만, 가벼움과 진지함을 오가면서 드라마만의 긴장과 갈등을 만든다. 그래서 보편적이라는 인상을 바로 주지는 않으며, 보는 이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 JTBC '선암여고탐정단' 스틸컷


"피해자가 가해자였고, 가해자가 피해자였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당사자들이 겪는 문제를 선정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탐정단이 주인공이지만 주로 사건의 당사자에게 초점을 두고 그들의 맥락이나 감정을 집중해서 보여주는 등 나름대로 섬세한 접근을 가져가는 식이다. 드라마는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의 권력과 그로 인한 다툼, 학생들이 겪는 가정 문제를 포함해 비교적 민감한 부분까지 다룬다. 집단 괴롭힘 문제를 그리더라도 3화, 4화에서는 교실이라는 같은 공간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가 받는 압박이나 가해자들의 심리, 피해자가 택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그려내며 좀 더 상황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낙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8화에서는 10대의 성을 무조건 미숙한 것, 부정적인 것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당사자들의 책임감과 부성애를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11화에서 등장한 여고생 간의 키스신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었고,  ‘파격’, ‘논란’과 같은 단어가 붙은 기사로 생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여고생 간의 사랑 역시 존중받아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주류 언론에서 10대의 사회는 타자화됨과 동시에 ‘미숙하다’는 가치관에 기초해 다뤄져 왔다. 드라마는 완전하진 않지만 그러한 시선에서 벗어나 보고자 노력한다.

같은 맥락에서 드라마는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어떠한 분석이나 가치관이 개입하지 않는다. 물론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명확히 드러나지만 그것을 위해 모든 에피소드와 장면이 힘을 쓰지는 않는다. 심지어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좌충우돌하며 주변 사람에게 실수하거나 상처를 줄 때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맥락 안에서 살고 있음을 드러난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거나 그런 기회를 주기보다는,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꺼낸다.


ⓒ JTBC '선암여고탐정단' 스틸컷


“누가 생각하는 건 다 맞고, 누가 생각하는 건 다 틀리고, 지금 그런게 아니잖아요”


의미 부여를 차치하더라도 선암여고탐정단은 꽤 재미있는 작품이다. 진지한 요소뿐만 아니라, 시트콤 스타일의 편집,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화학적 결합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구석이 많다. 여기에 전체적인 큰 갈래가 있음에도 그 안에 에피소드 식으로 몇 가지 사건이 담겨 있어 이야기를 따라가기에 복잡하지 않다.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어느새 선암여고탐정단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 속 제각기 다른 다섯 사람을 보고 있으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낄 수도 있지만 어쩌면 답답할 수도 있다.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연민과 짜증을 동시에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잔망스러운 애교, 진지한 모습, 따뜻한 배려 등을 보여주는 다섯 명의 탐정단은 계속 지켜보고 싶은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더라도, 선암여고탐정단은 사건에 집중하고 고민하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