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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바지 때문에 성폭행 당한 남자? '억압받는 다수'

※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스포주의) 우리 사회는 종종 각종 수치를 증거로 여권의 신장과 평등을 자신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모든 영역에서 소외받던 여성들이 사회 전반에 참여하여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보다 ‘살만해졌다’는 이유로 여성을 향한 억압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수치와 같은 거창한 사례를 찾지 않아도 여성들은 일상생활에서 ‘여성’이기에 억압당하고 있다. 프랑스의 단편영화 '억압받는 다수'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얼마나 당연하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준다. ⓒ 영화 카메라는 한 남자의 일상을 쫓아간다. 남자는 유모차를 끌고 우편물을 확인한다. 꽤 다정하고 평범한 남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남자를 둘러싼 일상은 이상하다.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여자는 상의를 탈..

성장이 아닌 생존하는 '영재'들을 위한 이야기, 영화 <거인>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스포주의) 흔히 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고 한다. 부모와 집,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연약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영화 의 주인공 영재처럼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영재는 부모의 무책임에서 벗어나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함께 모여 사는 그룹홈에 스스로 들어간 아이다. 하지만 그룹홈에서의 생활도 만만치 않다. 눈칫밥을 먹어야 하고 생존하기 위해 자신을 꾸며내야 한다. 신부라는 꿈도 영재의 것이 아니다. 그룹홈의 원장 부모에게 잘 보여서 그 곳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영재는 철저하게 생존을 위해 행동한다. 신부가 되겠다며 누구보다 착한 척 연기하지만 반대로 돈을 벌기 위해 후원물품을 ..

<프랭크>, 가면은 특별하다는 착각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는 영리한 영화다. 예고편이나 포스터에서 예측할 수 없던 요소를 건방지듯 던지다가도, 유머가 이야기의 바탕임을 시종일관 내비친다. 영화가 흐를수록 탈의 표정은 평범해진다. 특이한 모습에 관객이 적응한 것이기도 하고, 이야기가 프랭크를 '보통'으로 만들어가는 까닭도 있다. 로드무비로서 서사를 도입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동네에서 숲으로, 다시 도시로, 그리고 개인에서 팀으로 그들은 옮겨다닌다. 두 명의 주인공, 탈을 쓴 프랭크(마이클 패스벤더)와 존(돔놀 글리슨)은 머리에 쓴 탈의 유무가 아닌, 음악 재능의 유무로 영화 내내 비교되는 인물이다. 프랭크는 만화 주인공 혹은 영화 예고편의 내레이터 같은 목소리를 가졌다. 어떠한 상황에서 탈을 벗지 않는 프랭크 덕분에 관객은 ..

일상에 끌려다니지 않는 법, <족구왕>과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스포주의) 지금 이곳에는 여행에 대한 환상이 넘쳐난다. 일탈만 있다면 내가 자아를 찾고, 내 일상이 바뀔 수 있을 것 같은 환상. ‘인도 여행’이 그런 부류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대표주자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전처럼 내 것 같지 않은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는 여행으론 우리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기엔 역부족이다. 청춘영화의 어느 부류는 무전 여행처럼 방구석을 박차고 나서야지 비로소 시작되는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를 집어넣어 낭만을 노래한다. 하지만 여름에 개봉한 두 영화 과 는 다르다. 두 영화 속 청춘들은 그들의 현실 속에서 발을 붙이고 살면서, 여행의 돌발 상황 따위 없어도 일상을 스스로 변화시..

영화<프란시스 하>, 씁쓸하고 답답했던 순간

꿈은 있지만 기회는 오지 않는 것 같다. 주변에서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애써 거짓말하며 조언하는 그들과의 대화에서 벗어난다. 씁쓸하고 답답한 그 순간들, 새로운 시작을 앞둔 불안한 20대라면 공감할 것이다. 꿈과 취업을 동일시하는 건 그저 환상일 거라고 생각하며 좌절하고, 남들이 말하는 ‘현실’에 나도 모르게 맞춰가며 20대를 보내는 지금 우리들은 답답하다. 영화 속 프란시스는 누구보다 뛰어나지는 않지만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몇 년째 무용 견습생이지만 말이다. 뉴욕이란 대도시에서 그녀가 의지하던 절친은 결혼할 남자와 떠나버리고, 애인과도 헤어지게 된다. 새로운 룸메이트를 만나지만 공연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그마저도 돈이 없어 나오게 된다. 그 후 그녀는 무용수라는 꿈을 접고 단장이 추천한 공연..

[거지왕의 청춘영화] '누군가는 상처 받고 있다' -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리뷰

드디어 방학의 문이 열렸다. “방학만 해 봐! 누구보다 멋지고 알차게 살아주겠어!”라던 그대들의 다짐은 어떤가? 공부, 연애, 여행, 공모전 등 원대한 계획들이 방학 시작과 함께 이불속으로 직행하고 있지는 않나? 자, 그렇다면 차라리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영화 한 편 보자. 영화 속에서 내가 살지 못 한, 미처 생각 못 한 다른 청춘들의 모습을 보자. 여기 오늘밤 무엇을 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는 그대들을 위한 청춘 영화가 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윤종빈 감독의 2005년 개봉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돌풍을 일으킨 당시 최대의 화제작이다. 윤종빈 감독은 군대라는 설정을 통해 폭력의 피해자가 자연스레 가해자로 동화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 상처 받는 이들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남들보다..

[거지왕의 청춘영화]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 EASY RIDER

드디어 방학의 문이 열렸다. “방학만 해 봐! 누구보다 멋지고 알차게 살아주겠어!”라던 그대들의 다짐은 어떤가? 공부, 연애, 여행, 공모전 등 원대한 계획들이 방학 시작과 함께 이불속으로 직행하고 있지는 않나? 자, 그렇다면 차라리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영화 한 편 보자. 영화 속에서 내가 살지 못 한, 미처 생각 못 한 다른 청춘들의 모습을 보자. 여기 오늘밤 무엇을 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는 그대들을 위한 청춘 영화가 있다. ‘EASRY RIDER(이하 이지라이더)’는 데니스 호퍼의 1969년 작품이다. 이 영화가 단순히 영화 이상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청춘의 방황과 혼란을 담은 본격 청춘영화이자 로드무비의 전형이요, 무엇보다 미국 영화 최초의 독립영화기 때문이다. 또한 감독이자 주연으로 출연한..

[거지왕의 청춘영화] 막 살고 싶은 청춘을 위해 - ‘반드시 크게 들을 것’

드디어 방학의 문이 열렸다. “방학만 해 봐! 누구보다 멋지고 알차게 살아주겠어!”라던 그대들의 다짐은 어떤가? 공부, 연애, 여행, 공모전 등 원대한 계획들이 방학 시작과 함께 이불속으로 직행하고 있지는 않나? 자, 그렇다면 차라리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영화 한 편 보자. 영화 속에서 내가 살지 못 한, 미처 생각 못 한 다른 청춘들의 모습을 보자. 여기 오늘밤 무엇을 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는 그대들을 위한 청춘 영화가 있다. 소개할 영화는 2010년 개봉한 백승화 감독의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다. 이 영화는 타바코 쥬스와 갤럭시 익스프레스, 두 인디밴드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적은 제작비와 홍보에도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후지필름 이터나상 등을..

여성감독 전성시대를 꿈꾸며

지난 5일, 신촌 메가박스에서 8일 간 진행된 제 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막이 내렸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이번 축제는 1997년 처음 개최하여, 현재 아시아 최대의 여성영화제로 발돋움하고 있다. 90년대 여성주의 문화운동의 흐름에 따라 여성영화인 모임이 결성되고, 서울여성영화제를 시작한 이래로 이들의 지향점은 한결같다. ‘전도유망한 여성영화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여성감독은 이들은 왜 여성감독을 늘리는 것에 주목할까? 실제 영화계에서 ‘여성’의 존재에 대해 살펴보면 그 원인을 알 수 있다. 지난 해 70편이 넘는 한국영화가 개봉했다. 관객 동원 수를 기준으로 한 박스오피스 상위 10편의 영화 중 단 한 편만이 외국영화일 정도로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