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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과 정치외교학을 통해 바라본 대학수업

나의 현재 신분이 대학생이다 보니 아무래도 가장 흔히 받는 질문이 전공에 대한 질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나는 나의 전공을 말하기 전에 멈칫하기 일쑤다. 나의 전공을 말하기가 참 민망하기 그지없다. 우선은 전공이 나의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고 또한 이어지는 질문에도 나는 ‘아니요.’라는 대답을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쯤 되면 나의 전공이 궁금해졌을 것 같다. 그런데 타자를 두드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전공을 얘기하려 하니 조금은 머뭇거려진다. 최대한 떳떳하게 얘기를 해보이자면 나의 전공은 ‘법’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우선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법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사법시험 준비 하고 있어요?”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최고 인기의 경영학을 불편하게 느끼는 이유

왜 다른 나라에는 경영학과가 없을까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이 경영학이지만, 다른 나라에는 학부 과정에 경영학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경영학에 관심이 있는 경우 학부에서 다른 전공을 공부한 후에 MBA같은 경영관련 대학원을 통해 경영학을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른 나라에서 이러한 과정을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경영학을 깊이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경영학은 역사가 오래 된 학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다른 사회과학에 기반으로 두고 있으며 학문 내의 논리적 일관성이 있기 보다는 과거에 일어난 현상을 분석하여 요약한 것에 불과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뒤적이게 되는 사전으로써의 역할만을 할 뿐 본질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회계/재무와 같이 기술적인 분야는 좀..

신방과 대학생이 말하는 애증의 신방과

신문방송학, 이 마성의 단어는 얼핏 고함이라는 곳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전공인 것처럼 보인다. 왠지 평소에 하고 자빠진 일이 매일 기사 쓰고, 취재하고, 방송 만드는 그런 일일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문방송학에 대한 어떠한 체험적,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사람들이 범하는 인식의 오류이다. 그래서 ‘저는 신문방송학과 누구누구입니다’라고 소개했을 때 바로 ‘아, 그럼 기자? PD? 아나운서?’라는 무조건 반사적 질문을 신방과 사람들에게 던지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 문단을 읽고 나면 대충 짐작이 가겠지만, 그렇다. 나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신방과 학생이 되기 전까지의 나 역시 신방과에 대한 그 편견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신문사 사람들이 하는 일, 방송사 사람들이 하는..

우리는 전공에 정통하지 못한다.

대한민국 대학생들 중에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혹은 대학교 1학년 생활만에 자신의 전공에 확신을 갖고 선택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있을까. 대한민국 대학생들에게는 전공에 관한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의 진로교육이라야 한번 정도씩 하는 ‘적성검사’가 전부니까. 게다가 그 검사를 가지고 제대로 된 상담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하기 위해 하는’ 검사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막연히 자기 점수대에 맞추어 대학교와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학부를 기준으로 들어와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학부 자체를 잘못 선택하는 마찬가지의 일도 벌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학부는 잘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1학년 이후 전공을 선택할 때 역시 전공에 대해 잘 모른다. 고작 1년간, 개론 수업 하나 ..

그 흔한 ‘지망생’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내게 꼭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직도 갖지 못한 그것, 열정. 열정으로 채우지 못한 허한 가슴을 새벽 2시의 라면과 치맥으로 달래는 당신에게 고한다. 지금 막 열정에 눈 뜬 사람이 여기 있으니, 자극 좀 받아보시라. 널 처음 만나는 고함20에는 어떻게 소개해줬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는 ‘지망생’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이름은 박진우. 스물다섯. 인천대학교 휴학 중.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할 지도 모르는 지망생, 그 중 ‘배우 지망생’이야. 포장 좀 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청년 정도?” 지망생, 수험생, 고시생, 장수생, 취업준비생. 어쩌면 정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직업일지 모르는 ‘-생’들. 이 중 미래가 결코 준비된 비단 길이 아닐 게 분..

배움의 장에 휘몰아치는 구조조정의 바람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회사에만 부는 것인 줄만 알았었다. 구조조정이라는 말의 뜻도 모른 채, 그저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우리 아빠가 혹은 친구의 아빠가 회사를 옮기게 될 지도 모르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1997년, 신문이며 뉴스에서 떠들어대던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는 꽤나 깊게 머릿속에 박혔었고 이후로도 경제지표가 요동칠 때면 심심치 않게 들어 왔다. 그것의 본질은 ‘효율’을 앞세워 자본주의의 논리에 움직이는 자본주의 십계명의 제 1항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은 대학생들조차 ‘구조조정’의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그들의 전공이 비인기 과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나라 전체가 효율을 외치며 사기충전하고 있는 마당에, 대학이라고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한 학교의 울타리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