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학, 이 마성의 단어는 얼핏 고함이라는 곳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전공인 것처럼 보인다. 왠지 평소에 하고 자빠진 일이 매일 기사 쓰고, 취재하고, 방송 만드는 그런 일일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문방송학에 대한 어떠한 체험적,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사람들이 범하는 인식의 오류이다. 그래서 ‘저는 신문방송학과 누구누구입니다’라고 소개했을 때 바로 ‘아, 그럼 기자? PD? 아나운서?’라는 무조건 반사적 질문을 신방과 사람들에게 던지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 문단을 읽고 나면 대충 짐작이 가겠지만, 그렇다. 나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신방과 학생이 되기 전까지의 나 역시 신방과에 대한 그 편견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신문사 사람들이 하는 일, 방송사 사람들이 하는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뭔가 특화된 학과일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신방과 생각보다 별 거 없다고, 심지어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학생들 모집해서 학생들에게 실망만 안겨주는) ‘낚시과’라고 이야기 할 때도 ‘그냥 낚시 당하고 말지’ 하는 생각이었다. 『미디어와 현대사회』 같은 신문방송학 입문 도서 같은 걸 봐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데서 오는 일종의 자신감 같은 것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거 배울 줄 알았지.
(이미지출처 : http://cafe.naver.com/poto1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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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낚시가 실제로 일어났다. 아무리 이론 위주의 강의가 많다고 해도 대부분은 미디어에 대해 논의할 거라고 생각했고, 분명 실기 강의들도 꽤나 많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현실의 이론 강의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커뮤니케이션 이론’들을 던져주고, 실기 과목들은 실기 과목대로 그 수가 너무 적을뿐더러 뭔가 애초에 예상했던 것들과 달리 꽤나 예술적인 실기 과목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학에 온 3년 동안 개인적으로 나는 전공 수업을 통해서는 내가 꿈꾸어 온 직업 세계에 전혀 다가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전공이론에 있어서 풍부한 지식을 갖추게 되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어서 너무도 슬프다.

언론학개론, 커뮤니케이션론, 영상제작이론, 대중문화론, 정치커뮤니케이션, 글로벌저널리즘, 인터넷과사이버스페이스, 영화예술의이해, 다큐멘터리제작

이상 9개의 과목 이름은 지금까지 내가 들었거나 현재 듣고 있는 전공과목들의 이름들인데, 얼핏 보기엔 적어보이지만 여기서 3과목의 전공만 더 들으면 졸업 요건을 채우게 된다. 언론학도가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도, 대중문화론이나 영화예술의이해, 인터넷과사이버스페이스 같은 과목들은 매우 교양틱해 보인다. 나름 빡센 전공이라고 우겨봐야 사실상 빡세긴 해도 타 전공 수강생들이 들어도 전혀 따라잡기에 어려움이 없을 거란 것만은 확실하다.

신문방송학은 전반적으로 큰 틀에서 뻗어나온 줄기들이 학문을 이루고 있다고 하기 보다는, 말그대로 신문, 방송과 관련 있을 것 같은 여러 분야에서 조금씩 내용을 가져와서 묶어놓은 학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어울린다. 한 교수님은 이런 측면에서 언론학이 모든 학문의 십자로인 게 아니겠냐고 멋지게 말하셨지만, 사실상 심정적으로는 공감하고 싶지만 공감이 안 된다.




앞서 나열한 과목들 중에 대중문화론은 문화인류학, 정치커뮤니케이션은 정치외교학, 영상제작이론, 영화예술의이해, 다큐멘터리제작은 영화학에 개설되어 있는 것이 더욱 어울릴 것 같은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었다. 커뮤니케이션론을 비롯해 커뮤니케이션 관련 과목들은 그 세부 내용에서 심리학, 사회학의 내용을 응용해 배우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저널리즘이나 인터넷과사이버스페이스 등과 같은 미디어 관련 과목들은 다분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논의가 전개되는 경우가 많아 이게 정말 내 전공과목이란 말인가 싶을 때가 많다. 본인이 듣기 꺼려해서 수강하진 않았지만, 신문방송학과 커리큘럼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관련 과목들은 경영학에서도 다루는 부분이다. 심지어 커뮤니케이션과 무슨 관련이 있나 싶을 정도의 차라리 컴퓨터공학과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은 게임제작 과목도 우리 학과에 개설되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과목들이 한 학과에 모여 있다 보니, 많은 친구들은 나의 시간표를 보고도 내가 신문방송학과 학생이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경제학을 이중전공하고 있는데, 내가 봐도 내 시간표만 봐서는 경제학 전공 3개와 교양 3개를 듣는 경제학과 학생의 시간표 같다. 과목을 수강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이런 쪽 맛 잠깐 보고, 저런 쪽 맛 잠깐 보고 나면 졸업이 가까워져 와서 전공 듣는답시고 여러 분야에 발만 살짝 담갔다 뺀 것 같은 느낌이어서 뭔가 개운치가 않다.


이 시간표에 무려 똑같은 전공의 과목이 4개나 있다던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내가 신문방송학도라는 사실이 참 좋다고 생각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뭔가 개운하게 한 분야에 정통해지지는 못하지만, 정말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관심을 얕게나마 갖출 수 있게 도와준다고나 할까. 어차피 학부에서 스페셜리스트의 자질을 갖추기가 어렵다면, 언론인에게 필요한 제네럴리스트적 기질을 채워주는 이런 커리큘럼도 사실상 나쁘지 않다. 매학기 정말로 새로운 것을 항상 배우는 것도 나름대로 흥미롭다. 이것이 나의 신방과가 애증의 신방과가 된 이유!

진정 언론인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신문방송학과의 커리큘럼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신문방송학과뿐만 아니라 어떤 전공을 선택한다고 해도 막돼먹은 언론인 말고 제대로 된 언론인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단련해야 할 것들이 많다. 내 전공이 조금 얕아 보인다면, 좀 남는 시간에 풍부한 독서와 고함과 같은 이런 활동들을 통해 보완하면서 살아가면 그게 진정 공부하는 자세의 신문방송학도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오늘도 이렇게 기사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