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이번 학기에 이 질문만 수십 번도 들은 것 같다. 앞으로 만나는 사람에게 또 일일이 설명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앞이 까마득하다. 자유전공은 2009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 인가를 받은 대학들이 신설한 전공이다.
 

출처 :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view.html?cateid=1038&newsid=20100310040333165&p=mkeconomy



각 대학마다 자유전공은 운영되는 시스템이 저마다 다르다. 자유전공의 이름에 걸맞게 자기 주도적으로 전공을 만들어가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고, 2학년이 되면 각자가 원하는 전공을 택하는 시스템을 택한 학교도 있다. 필자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자유전공학부 내 세 개의 트랙 중 하나의 트랙을 택하고 복수전공을 필수로 해야 한다. 자유전공의 존재를 미약하게나마 알고 있는 사람의 경우, 자유전공은 2학년이 되면 전공을 선택해서 뿔뿔이 흩어진다고들 생각하거나 고시를 전문적으로 준비하는 학과라고들 생각한다. 그래서 전자도 후자도 아닌 필자의 입장에서는 매번 입이 아프게 설명을 해야만 한다.

“자유전공이면 원하는 과목 원하는 대로 들을 수 있겠네요?”

두 번째로 많이 받는 질문이 이거다. 자유전공의 ‘자유’ 를 통용된 의미의 자유인 ‘내·외부로부터의 구속이나 지배를 받지 않고 존재하는 그대로의 상태와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 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물론 자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크로스리스팅(cross-listing)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타과 전공을 이수할 수 있다. 복수전공이 아니더라도 정해진 범위 내에서 타과 전공을 수강하면 내 전공이 되는 셈이다.


▲ 타 과의 전공을 내 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는 크로스리스팅(cross-listing)시스템

졸업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전공학점이라는 개념이 자유전공 내에서는 무의미하다. 자유전공학생만 들을 수 있는 전용강좌도 있긴 하지만 제1전공인 ‘자유전공’을 타과 학점으로 채워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전용 강의보다는 대개 타 전공의 강의를 수강하고 있지만 고시트랙을 택한 이유민(가명, 21)씨의 경우, 전용 강의만 집중적으로 듣고 있다. 김성수(가명, 21)씨는 타 과 전공을 겁 없이 수강했다가 학점을 엉망으로 받은 경험을 토로하며 애매모호한 시스템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자유전공은 골라듣는 재미와 자율권이 주어지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요구된다. 자칫하면 자유전공이 방종전공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뚜렷한 정체성이 없다. 학교에서는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어 통합교육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라고 공표하며 애매모호한 정체성을 포장하려 한다. 그러나 다른 과들이 어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띠는 데 반하여 자유전공은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김수린(가명,21)씨처럼 행정 관련 과목을 집중 이수하지 않는 한 전문성을 띠기는 어렵다.


▲ 자유전공의 폐해를 중점적으로 보도한 언론

“고시준비 위주이거나 로스쿨 준비한다면서요?”

자유전공은 고시나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들어가는 곳으로 언론에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에 의해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고 법조인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다수 있다. 애초부터 고시를 생각했던 학생들의 경우, 타과에 비해 비싼 등록금을 내지만 고시 관련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는 혜택에 만족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 같이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자유전공을 택하여 ‘자유’ 라는 권리를 행사하는 학생도 있다. 필자는 성격상 구속받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그런지 타 과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자유전공은 필자와 100퍼센트 싱크로율을 이룬다. 다른 학생들처럼 고시준비를 하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딱히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비싼 등록금은 허리를 죄어 오지만 한편으로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아직 자유전공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지 아무도 모르지만 무한정 불안하게 보거나 고시준비학과 혹은 프리 로스쿨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저마다 원하고 추구하는 바가 다른 학생들이 모인 자유전공에는 자신의 꿈을 향해 진취적으로, 주체적으로 달려가는 학생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전 자유 전공을 전공했습니다.”

오늘 또,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면 내 전공인 ‘자유전공’ 에 대해 주구장창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해야 한다. 단 한 마디로 설명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 전, 장난기 많은 친구로부터 면접 때 ‘무엇을 전공 했냐’ 하는 질문을 받으면 자유를 전공했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필자는 그저 웃어 넘겼지만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래야 할까 보다. 정치외교학과는 말 그대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학과고 경영학과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과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자유전공 역시 자유를 전공한다고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은가. “전 자유 전공을 전공했습니다.” 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필자의 모습에 면접관은 당황해 할까 아님 지금의 나처럼 그저 웃어 넘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