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학벌 (15)

서울대 고교별 합격자 명단은 왜 발표하나?

"신입생은 원료이고 졸업생은 최종 제품입니다" 일명 CEO형 총장으로 유명한 서강대 전(前) 총장이자 전(前)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 손병두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흔히 대학의 고객은 학생이라고 생각하지만 고객은 기업입니다. 신입생은 원료이고 졸업생은 최종 제품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학교가 학문의 전당에서 취업의 관문으로 바뀐 것은 이제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학생들 간의 무한 경쟁은 어느 샌가 합의가 되어버린 듯, 이제는 아무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경쟁하는 것은 학생만이 아니다. 더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유치하기 위해, 더 높은 취업률을 내기 위해 대학에서는 취업이 안 되는 과를 통폐합시키고, 기업의 이름을 딴 건물을 학교 곳곳에 들어서게 하고, 고교등급제를..

대학생의 자존감과 학교 순위의 상관 관계

우리나라에서 학벌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너무 흔한 얘기라 말하는 입장에선 입이 아프고 듣는 입장에선 귀가 아픈 얘기다. 이런 이유로, 첫 수능의 결과를 받아들고 대학에 진학하는 순간 거의 모든 사람들은 학벌에 대한 트라우마 하나씩을 갖게 된다. ‘한 문제만 더 맞혔다면’ 뭐 이런 생각도 꽤나 오래 가고 말이다.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만들어지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지만, 그렇다고 그 콤플렉스를 엉뚱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은 참 보기 안쓰러운 꼴이다. 법대생은 고개도 들고 다니지 말라니... 최근 들어 각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가장 시끄러울 때는 총학생회 선거철도, 내년도 등록금 책정 시기도 아니다. 각종 고시나 시험의 합격자나 여러 기관에서 평가한 대학순위가 발표되었을 때 오히려 더 많은 글들이 올라온..

서울대 음대 강사, 학력 위조했지만 괜찮아.

지난 27일, 서울대 음대 강사가 허위학력 기재 논란 끝에 해임되었다. 해당 강사는 2006년부터 서울대 기악과에서 ‘현악기구조 및 관리’ 수업을 담당해 왔으며, 국민일보의 기자의 제보를 통해 붉어진 논란으로 인해 결국 강의를 더 이상 맡지 못하게 되었다. 분명 응당 해당 강사의 잘못이 맞으며, 그에 맞는 벌이 가해진 것도 맞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 나면 정의가 실현되었다는 통쾌함보다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더욱 더 크게 밀려온다. 서울대학교 학내언론인 ‘대학신문’의 10월 4일자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음대 측은 최종 학력(대학원 과정으로 추정)은 확인했으나 학부 과정에 대해서는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대 음대의 정태봉 학장은 “해당 강의의 특수성으로 인해..

대한민국 대학생이라서 느낀다, 차별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 과거 KTF의 광고 중 육군사관학교의 여생도를 소재로 만들어졌던 캠페인의 카피.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차이는 당연히 인정하는 것이지만, 이를 근거로 사람을 구분 짓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보면 상식은 전혀 다른 곳에 가 있다. 언제나 차이에 대한 인식은 그 대상물을 우열 관계 속으로 편입시키고, 이러한 우열 가름은 차별을 낳는다. KTF의 광고가 가져왔던 센세이션과는 별개로, 이러한 메커니즘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보편적 양태로 자리하고 있다. ▲ 큰 이슈가 되었던 KTF의 광고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 편 (출처 : http://blog.naver.com/whlovese?Redirect=Log&log..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한 마을극장에서 3월 26일, 27일 이틀간에 걸쳐 어마어마한 연극이 펼쳐졌다. 바로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열린,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연극이다. 극단 ‘드림플레이’가 펼친 이 연극은 연극 제목 그대로 대한민국 20대에 관한 연극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20대에 관한 연극이라고 해서, 대한민국 20대만을 위한 연극인 것은 아니었다. 20대 뿐만 아니라 10대, 30대, 40대 등 다양한 세대들이 이 연극을 보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연극은 옴니버스 연극이어서 단 하나의 스토리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는 없지만 잠시 연극의 단면들을 엿보기로 하자. 잔액이 부족합니다.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연극은 가장 먼저 등록금으로 인해 겪는 대학생들의 ..

'엄친아' 보다 무서운 피하고 싶은 추석

▲(http://www.ibtimes.co.kr/bodo/view.php?id=bodoib7742) "이제 수능이 며칠 남았지? 그래, 성적은 잘나오니? 어느 학교로 가려고 생각중이냐?" 고등학교 시절, 명절이 되어 친척들이 모이게 되면 어르신들로부터 으레 듣게 되는 말들이다. 사촌들 중에 항상 전교 1등을 달리고 명문대 입학이 사실상 확정적인 녀석이 있기라도 하면 다가오는 명절을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은 게 그 당시 마음이 아니었을까? 명절은 1년에 몇 번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하는 일가친척들을 볼 수 있는 자리이다. 예전처럼 일가가 한마을에 모여 살고 하는 일들은 전설이 된지 오래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친척들로 인해 어색하기도 한 것이 사실 요 근래의 명절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