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연일 화제의 중심에 오르고 있다. 지난 1일 오마이뉴스가 안 원장의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마설을 보도한 이후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 안 원장의 출마 여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조종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의 후보 단일화 및 불출마 선언까지 이 모든 뉴스가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데는 채 1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자 각종 매체는 한 발 앞서가 안 원장의 대선주자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안 원장이 “대통령 선거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은 폭발적이었다. 중앙일보가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일대일 가상대결 결과, 안 원장은 46.3%의 지지율로 박 전 대표(46.6%)와 오차 범위 내의 박빙 접전을 기록했다. MBC의 9일 조사 결과에서는 안 원장이 59.0%라는 경이로운 지지율로 박 전 대표(32.6%)를 압도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승패와 지지율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2012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에게 앞서거나 혹은 대등한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안 원장이 최초라는 사실이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꿈꿔봄직한 우리나라 정치의 중심이다. 그런데, 안 원장의 약력에서는 정치나 행정에 관련한 어떠한 경력도 찾을 수 없다. 시민 사회에서 활동한 경력도 거의 없다. 안 원장의 정치 능력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검증된 바가 없고, 그의 국가 운영 철학에 대한 정보도 알려진 바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라는 브랜드,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비춰진 모습만으로 가장 강력한 범야권의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그간 수많은 정치인들이 장기간 정치의 최전선에서 활동해도 오를 수 없었던 위치에 안 원장은 정말 ‘하룻밤 사이에’ 진입했다. 그야말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국민들이 더 이상 정치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어떤 정치인의 행동이나 말도 흔들지 못한 유권자의 마음을 정치와 별 관련이 없었던 안철수가 흔들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정치가 얼마나 국민에게서, 일상에서 괴리되어 있는지를 상징한다. 기존의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환멸이 새로운 ‘탈정치 세력’에 대한 열광적인 신드롬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정치다. 민주주의라는 제도의 성숙은 정치 내에서 얼마나 더 많은 여론이 조직되느냐로 판단된다. 기존 정치 세력의 미숙으로 인해 국민들이 안철수, 그리고 제2, 제3의 안철수를 찾으려 한다면, 한국 정치는 더욱더 그늘져만 가게 될 것이다. ‘안철수 신드롬’을 계기로 정치권은 자신들이 보여주지 못한 희망을 안철수는 어떻게 보여줄 수 있었는가를 뒤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희망을 정치권에서 스스로 만들어내기 위해 더 많이 고민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