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에 연고전 (고연전)을 맞아서 연세대 응원단 ‘아카라카’ 에서는 다양한 응원구호가 쓰여 있는 현수막 수십여개를 신촌 명물거리에 걸기 시작했다. 그런데 현수막 중 하나가 호남지역을 비하하는 뉘앙스가 있다는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문제의 현수막에는 “오오미 슨상님 시방 고대라 하셨소”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오오미’라는 말은 호남사투리인 ‘오메’를 희화화한 표현이며, ‘슨상님’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부르는 호남인들의 애칭을 조롱조로 표현한 말이다.



현수막을 건지 2시간 만에 ‘아카라카’ 측에서는 사과문을 낸 뒤 문제가 된 현수막을 바로 철거 했다. 애초에 인터넷에서 유행한다고 그 단어의 유래를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쓴 것이 큰 잘못이었다. 그러나 유래를 모르더라도, '슨상님' 과 같은 말은 쓰이는 용례상 호남지역이나, 호남사람들을 비하하거나 조롱할 때 쓴다는 것은 모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카라카’의 부주의함이 더욱 유감스럽다.

‘오오미’와 ‘슨상님’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2009년 광주를 연고로 하는 기아타이거즈가 우승하고 난 뒤, ‘디씨인사이드’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기아 팬들과 호남지역을 비하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정치적으로 호남을 비하하려는 사람들까지 합세하여 만들어 낸 단어가 앞서 이야기 한 ‘오오미’ ‘슨상님’, 그리고 호남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인 ‘홍어’다. ‘디씨인사이드’ 내에서는 아직까지도 이와 같은 ‘호남 비하’ 단어들을 사용하며 폭력적인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전두환 전 대통령이 탱크를 타고 홍어를 밟는 합성사진 등을 만들며 우리나라 현대사의 큰 아픔인 5.18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끔찍한 행태도 보여주고 있다.
 
호남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뉘앙스의 단어들과, 글들이 포털사이트까지 퍼지면서 인터넷 문화를 무분별하게 접하는 10대들 중에서는 호남사람들을 ‘홍어들’이라고 지칭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대에서는 ‘오오미’라는 단어가 감탄사로써 유행하고 있다. 특정 커뮤니티 내 호남 비하 분위기의 산물인 ‘오오미’ 같은 단어를 젊은이들이 그 유래도 모른 채 쓴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호남 깎아내리기'는 명백한 지역주의다. 지역주의는 과거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고착화시킨,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다. 지역 출신에 따라 사람을 구분하고 평가하면서 한국 사회에 많은 갈등을 일으켜왔다. 특히 지역주의에 의해서 호남지역은 집권 정치세력에 의해서 차별을 받아왔는데, 젊은이들의 인터넷 문화 속에서 다시 호남지역이 비하와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청산해야 할 것이 오히려 답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상에서 지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젊은이들의 자각이 절실하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호남 비하’ 뉘앙스의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나아가 지역에 따라 사람을 구분하고 평가하는,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모든 움직임에, 단호하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