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파트너'의 김현주는 법정에서 소리친다.

 "... 제가 십여년간 공부해 온 법에 회의를 느낍니다. 제가 생각해온 법은 억울한 자를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불행한 가정을 고통을 주는 그런 괴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생각해온 법은 억울한 자의 말에 더욱 귀기울여주고 아픈 사람을 어루만져주는 정이 넘치는 것이었습니다!!... "

 정말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슴이 찡해왔다. 이 사회가 이제 당연한 얘기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교과서에서 배운 당연한 논리들이 적용되지 않는 이 곳. 한국에 나는 살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워 온 '도덕'이란 지긋지긋한 과목. 한 때 우리들은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아도 도덕적인 사람이라면 시험문제를 다 풀 수 있을 거라 자신했었다. 아니 사실 도덕적인 사람이라면 다 맞아야 도덕이라는 과목에 의미가 있는 것인 아닌가.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그러하듯이, 도덕적인 것과 전혀 상관없이 교과서를 달달 외는 아이들이 항상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 아이들이 항상 도덕적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도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 많았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각 지역과 인물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과 윗분들은 이런 아이들 중에 하나였나 보다. '도덕'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좋은 직위를 얻기 위해 상식공부도 따로 하셨을 그 분들은 평소 '도덕'적이고 '상식'적인 행동을 하시는 것처럼 하다가도,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해머'를 들거나, 대다수가 반대하는 법안을 새벽에 살금살금 상정시키는 해프닝을 벌이시는 것이다. 이러니 우리 같은 20대들은 이런저런 생각에 가치관의 혼란이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몇 주 전, 검찰총장 임명후보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사퇴를 선언한 천성관 후보를 비롯하여 현재 후보로 지정된 김준규 신임 후보도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심지어, 김 후보는 자녀의 위장전입을 인정하지만 별다른 도덕성 문제로 취급하지 않는 분위기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한 일이므로 감안해 달라는 입장인 것이다. 공인이자 남의 허점을 캐야 할 검찰총장 자리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람을 앉혀도 더러워지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위장전입과 같은 문제는 사소하다 넘긴다면, 일반 국민들의 위장전입 문제로 벌금을 물린다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한 번이 어렵고 두 번째부터는 쉽다더니 새해를 맞이하면서 국회에서 등장했던 '해머'와 '전기톱'에 이어, 이번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등장한 국회 의결 과정은 한 편의 코미디 풍자극을 보는 듯 했다.

어느 누가 실제 상황이라 믿겠는가. 남의 눈치를 보며 타인의 투표 화면에 슬금슬금 손을 대고는 아닌 척 돌아서는 1人. 돌림 노래하는 부의장과 2人. 다른 당 사람인 줄 알고 넘어뜨렸는데 자기 편 사람인 걸 깨닫고 포옹하는 2人. 한 사람의 팔 다리를 나눠 잡고 끌고 나오는 3人까지. 슬랩스틱 코미디의 황제 찰리 채플린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에게 기꺼이 황제자리를 내놓아야 할 판이다.

 이런 장면들을 보고도 우리들에게 도덕교과서에 맞지 않는 행동들을 한다고 욕할 수 있는 어른들은 몇이나 될까. 분명 우리는 '도덕책'보다는 '텔레비전'과 오빠 동생 하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어색한 사이인 '도덕책'의 말보다는 '텔레비전'을 통해 배우는 도덕과 상식이 더욱 많다는 이야기이다. 저명하고 능력 있으신 국회의원 아저씨들이 이론과 실전을 다르게 생각하시고 행동하신다면, 우리 또한 배운 이론의 실제적용에 대해 제고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