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와 SM엔터테인먼트 간의 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동방신기의 세 멤버가 문제를 제기한 것에서 시작된 이번 일은 SM의 동방신기 상표출원, 팬들의 SM 불매운동 등을 통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무리한 스케줄 수행, 13년간 전속계약, 불합리한 수익배분구조. HOT와 같은 전례를 보고도, 이러한 것들을 다 알면서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을 6년 전의 그들을 생각하면 연민의 감정이 차오른다. 동방신기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남자 아이돌엔 그다지 관심을 갖지도 않았던 나에게 이러한 감정이 드는 건 왜일까?

머릿속에서 6년 전의 그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모든 멤버들이 10대 청소년, 고등학생이었던 당시 그들의 꿈을 이루는 것, 성공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당시의 그들에게는 스타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불리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라도 계약하지 않으면, SM엔터테인먼트가 제공하는 매니지먼트를 통해 스타가 될 수 있는 찬스를 놓치고 말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SM엔터테인먼트는 동방신기의 특정 멤버가 계약을 포기해 봐야 아쉬울 것 없는 상황이다. 그만한 능력을 가진 비슷한 또래의 연예인 지망생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당시 약자의 위치에 있었던 동방신기가 체결했던 계약들은 그들이 아시아 최고의 스타가 된 지금에도 여전히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계약서의 효력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다섯 멤버가 원하는 대우를 받으며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할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동방신기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데뷔 전 어쩔 수 없이 불합리한 계약을 맺게 된다. 최근 소속사를 옮긴 VOS의 멤버 박지헌은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가족을 숨겨야만 했던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연예인들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슬프게도 현실 세계와 너무나 잘 들어맞는다. 적어지는 일자리, 늘어나는 비정규직, 무한 경쟁 시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결국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는 우리들을 생각해 본다.

사실 경제학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노동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지금의 상황에서 노동 조건이 낮아지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무기력하게 낮은 조건으로 자신의 가치에 비해 푸대접을 받고 있는 지금의 비정규직 20대가 노동의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노동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 조차 적을 뿐더러, 노동의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도 그 혜택은 출발점부터 약자의 위치에 있었던, 지금의 20대가 누릴 수 있는 몫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능력을 가진 새로운 세대가 누릴 몫이다.

비단 20대의 경제적 문제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약자는 이러한 딜레마에 처한다.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면서라도 강자와 손을 잡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손잡기만으로는 약자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더 많은 갈등이 생기고, 고통이 따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약자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대우를 받게 하는 시스템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20대 문제에 관해서도 시스템적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동방신기의 팬들이 동방신기와 같은 아이돌의 근본적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은 일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