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 , <지붕뚫고 하이킥>에 이어 김병욱PD의 하이킥 시리즈 3탄,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 이 오늘(9월 20일)을 기준으로 2회가 방송되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 시리즈에 이어지는 기대를 업고 12%를 웃도는 시청률로 출발한 사실을 빼더라도 이미 <하이킥3>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9월 20일자로 <하이킥3> 중산층의 몰락을 그린 블랙코미디” 라는 기사를 볼 수 있었다. <하이킥3>가 ‘88만원 세대’와 ‘몰락한 중산층’을 전면에 내세워 지금의 현실을 적절히 비판하면서도 개그요소 또한 빠지지 않아서 뭉클한 웃음을 주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틀 연속으로 <하이킥3>를 직접 시청한 소감은 위의 기사의 내용과 비슷하다. 특수효과회사 사장 안내상과 그 가족들이 친구의 ‘먹튀’로 한순간에 부도가 나고 길바닥에 나앉는 모습에서 아버지의 사업 실패를 떠올리게 되고 가난한 여대생 백진희가 학자금대출 빛을 갚지 못하고 고시원 방세를 내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모습에서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신없이 웃다가도 가슴이 뭉클하고 눈가에 눈물이 고일 것 같기에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응원하고 싶고 거침없이 파이팅 이라고 외치고 싶다.

그리고 비슷한 기획의도의 또 하나의 드라마가 있다. 바로 SBS 수목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이다. <보스를 지켜라>에서는 드라마 내에서 재벌끼리의 집안싸움을 그리고, 재벌들이 법정에서 나올 때 동정표를 사기위해 휠체어를 타는 휠체어 퍼포먼스를 패러디 하는 등 우리나라 재벌들의 모습을 비판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보스를 지켜라>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가 취업난에 치이고 스펙 쌓기에 치이고 살벌한 조직생활에 치이는 이 땅의 청춘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보스를 지켜라>를 보다 보면 위로를 받기 보다는 유치하다는 느낌을 받고 어딘가 불편한 기분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사실 드라마 속에는 기획의도와는 달리 청춘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진솔한 설정이 부족하다. 한마디로 ‘보스를 지켜라’의 어정쩡한 현실 비판 의식은 오히려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보스를 지켜라>에서 차 회장은 노은설과 아들의 설득에 비자금 없는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또한 보통 재벌 회장이라면 아들이 평범한 여자와 연애하는 것을 반대하겠지만 오히려 노은설을 격려해주고 둘의 사랑을 응원해준다. 어떤 시청자들은 이러한 차회장의 모습이 따뜻하며 보기 좋다는 의견을 낸다. 그런데 이러한 차 회장의 모습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만화에나 나올 법 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비자금을 만든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거울 앞에서 참회를 하는 재벌 회장, 비서임에도 불구하고 불의는 참을 수 가 없어서 “회장님 이건 아니잖아요.” 라고 당당히 말하는 비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재벌의 경영구조까지 뜯어 고치겠다는 재벌 2세들의 순정어린 사랑. 어느 하나 공감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공감할 수 가 없으니 따뜻함을 느끼기도 힘들다.




세상엔 아름다운 것만 있는 것이 아니며 부조리가 널려있다. 실패와 슬픈 일도 너무나 빈번하다. 착하게만 살아가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아프고, 모든 것을 포기해 가며 열심히 준비했던 시험에서 한 순간 낙방하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빚은 줄지 않고. 이런 일들이 너무나 빈번한 것이 세상이다. 우리는 이런 고통들을 느끼고 삶의 밑바닥을 경험 하면서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보스를 지켜라> 에는 이러한 삶의 고통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 있지 않다. 모든 등장인물은 별다른 고민 없이 선을 택한다. 이러한 고민이 묻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휠체어에 탄 재벌’의 모습을 표현한다고 재벌을 비판할 수 없다고 본다.

아마도 ‘보스를 지켜라’의 재벌에 대한 설정은 기존의 드라마에 관습적으로 등장하던 전형적인 재벌에서 탈피하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약간의 신선함은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르나 드라마의 내용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서 가볍다는 생각이 들고 심지어 재벌을 미화한다는 생각까지 든다.  

드라마는 각각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개인의 잣대를 가지고 드라마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사실 위험한 일이다. 그렇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작품이 보는 이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까,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한 생활은 비참한 모습 그대로 묘사될 때에 상류계급의 허영과 속물은 또한 그러한 추악함 그대로 묘사될 때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수 있다고 느껴진다. 이 땅의 청춘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는 ‘보스를 지켜라’의 기획의도가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