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최신 유행이라는 ‘일방통행’이 한 번 더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안 그래도 재단 문제로 탈이 많았던 세종대학교다. 세종대는 ‘면학분위기 조성 및 학습의욕 제고’라는 명목으로 모든 수업에서 학기 중 과제를 5회 이상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학교의 모든 강사들에게 개강 전부터 공지되었던 강의계획서를 새로운 제도에 맞게 고쳐서 제출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학기말 강의평가에 ‘과제 수 평가항목’을 집어넣을 것이라는 위협은 보너스다. 이 같은 사실들은 전자우편과 부총장의 발표를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되었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이, 과제 더 내기인가. 출처 : http://blog.naver.com/monmon11



‘까라면 까라는 식’의 밀어붙이기에 교수와 학생들은 황당할 따름이다. 한 학생은 세종대 학생커뮤니티에 “아르바이트에 시험공부도 힘든데, 쓸데없는 과제에만 시간을 날리게 생겼다.”는 댓글을 남겼다. 교수들도 자신들의 교육 철학이나 수업권을 깡그리 무시한 일방통행 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일부 교수는 강의 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새 제도를 따르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 것”이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사전에 교수,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과제의무부과’ 제도는 딱 보기에도 허점투성이다. 수업의 내용에도 맞지 않는 끼워 맞추기식 과제에 대해 학생들은 벌써 '애꿎은 시간만 날린다'는 반응이다. 과제 제출 및 평가라는 만만치 않은 업무를 추가 담당해야 하는 강사들에 대한 고민은 제도 어디에도 없다. 학내 구성원 그 누구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당장 강의계획서를 바꾸고 바로 시행하라니 이런 막무가내가 또 없다. 오히려 “학생들을 과제에 붙잡아 놓고, 재단에 반대하는 시위를 못 하게 하려는 것”이라는 음모론이 더 신빙성 있게 느껴질 정도다. 지난 몇 년 간, 세종대는 친정부 성향을 지닌 구 재단의 복귀 문제로 대학과 학생들이 대립각을 세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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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철저한 준비 없는 일방통행 정책들이 대학 내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이미 수많은 사례로 증명된 바 있다. 올 봄, 카이스트는 ‘징벌적 등록금’을 견디다 못한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정책을 폐기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외치며 각 대학이 앞 다퉈 추진하는 ‘영어강의 비율 확대’, ‘외국인 학생 유치’ 등으로 인해 교수와 학생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의 현장인 수업에는 참여하지도 않는 대학 당국이 머리로만 짜낸 정책, 교수와 학생을 어떻게 굴릴 것인지만 고민한 제도로는 더 좋은 교육을 만들 수가 없다.

강제책을 통한 면학 분위기 조성 정책이 고등학교도 아닌 '대학'에서 유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놀 시간, 자유롭게 사색할 시간, 창의적인 활동을 할 시간들을 빼앗아 책상 앞에 붙들어 놓는 대학들의 교육 철학이 매우 유감스럽다. '수동적인 과제 기계 양성'이 세종대의 교육 목표, 교육 철학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준비도 안 된 일방통행 정책에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시키면 해야 하는’ 학생들이다. 당장 눈앞에 떨어진 과제를 하고 있는 학생들은 한 과목쯤 수강을 철회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종대의 수강 철회 기간은 9월 3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