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이겼다. 3일,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선거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배심원단 평가, 여론조사, 국민참여경선 세 단계로 이루어진 경선에서 박원순 변호사는 총 합산 52.15%의 지지를 얻어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 민주노동당의 최규엽 후보를 눌렀다. 막판에 박원순 변호사가 민주당에 입당할 여지도 남아있지만, 현재까지는 정당과 시민사회 중 시민사회가 승리한 형국이다. 범여권의 사정은 정반대다. 시민의 추대를 받은 형식으로 출마선언을 한 이석연 변호사가 자진사퇴하고,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으로 서울시장 후보가 사실상 확정되었다. 야권의 시민후보, 여권의 정당후보가 맞붙는 상황이다.



각종 매체에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정당 대 시민사회의 구도, 여성 대 남성의 구도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법은 선거를 보는 프레임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후보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선거를 ‘정당 대 시민’의 구도로 보는 유권자와 ‘성대결’ 구도로 보는 유권자의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선거를 보는 분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분류는 정치적 구도나 인물 관계를 기준으로 한 분류다. 조금 더 정책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비교적 탈정치화 된 20대에게 ‘정책’은 ‘정치’보다 더욱 중요한 후보 선택 요소다.
 
20대에게 가장 중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바로 청년 실업, 살인적 등록금 등 20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에 대한 정책이다. 서울시의 정책은 국가 전반의 정책을 선도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내년 벌어질 총선과 대선의 분수령이다. 따라서 차기 서울시장이 청년 문제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든 20대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후보들도 이 점을 놓치지 않고, 20대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공약을 각각 내걸었다.

박원순 후보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소외된 취약 계층과 청년들이 일어설 수 있는 사회 복지적 일자리와 창조적 벤처기업의 창업과 경영에 필요한 정책 지원에 나서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나경원 후보 역시 출마선언문을 통해 “일자리가 풍부한 경제도시를 만들겠다. IT, BT 등 신성장 동력산업을 지원해 일자리를 늘리고, 창업 공간 조성 및 교육을 통해 창업 기회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 모두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한 후보는 현재 없다.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 창업을 확대하겠다는 두 후보의 공약은 현실감 없는 ‘장밋빛’ 공약일 뿐이다. 이상적인 목표만 있고 현실적인 수단은 갖추지 못한 꼴이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동반되지 않는 정책에는 의미가 없다. 그저 당선되기 위한 후보들의 뜬구름잡기로만 보일 뿐이다. 그들이 서울시장 후보로서 청년 문제를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단순히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하겠다’는 답을 제시해야 한다.

 

서울시장 후보들의 행보만 놓고 보면 20대에 대한 그들의 애정은 그 어느 선거 때보다 큰 것처럼 보인다. 두 후보 모두 청년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20대를 응원하고 있다. 그러나 응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서울시장 후보라면 달콤한 말보다는 청년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답을 요구해야 한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더 좋은 답을 들고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지켜보아야 한다. 이제는 20대가 승리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