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들의 화살과 돌이 날아다니던 진주의 한 마을
, 미모가 빼어나던 여성은 전쟁 중 왜적을 끌어 안고 벼랑 끝에서 발끝의 힘을 풀어 버린다. 여성과 왜적은 진주 남강에 빠진다.

이것은 왜적을 끌어 안고 촉석루 아래 의암 에서 투신한 논개의 모습이다
. 경남 진주시는 최근 10회 논개제라는 이름으로 논개의 충절을 기리는 의미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논개 체험이란 축제 이벤트를 마련하였다. 그런데 체험이라고 하기엔 좀 이상한 점이 많다. 논개 체험? ‘설마 진주 남강에 빠지는 체험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솜으로 된 왜장 인형을 안고 1m 높이 난간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체험이다.

  

그런데 논개 체험으로 도대체 어린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단지 흥미를 위해 이벤트성으로 진행되었다고 하기에는 그 영향력이 너무나도 커 보인다. 어린 아이들은 인형을 안고 뛰어내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몸 바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까. 아니면 잠깐 놀이기구 타는 것처럼 짜릿함을 느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느꼈을까.

 


순국한 논개를 기리기 위한 체험이기는 하지만 반응은 전혀 다르다. 일각에서는 결국 어린 아이들에게 자살 체험을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며 곧 테러 체험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서울대 조국 교수 역시 논개의 충절을 기리는 것도 좋지만 시민으로서, 부모로서 도저히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을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설령 이 체험이 진실로 논개의 뜻과 충절을 기리기 위함이라 해도, 이렇게 희화화해서는 그 취지를 실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체험을 한 아이들이 논개의 순수한 정신을 알기나 할까. 마냥 뛰어내리는 것만 기억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모든 열사들의 행적을 체험화한다면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체험도 나올 판이다.

 

또 한가지 이색체험은 바로 유치장 체험이다. 경기도 수원 화성경찰서와 충남 아산경찰서가 견학을 온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치장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화성경찰서는 지난 7월부터 어린이집 원생들을 대상으로 경찰서 견학 프로그램인 범죄 예방 교실을 운영해오며 유치장을 체험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분여 동안 유치장안에서 범죄 예방 동영상을 보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금까지 유치장을 체험하고 범죄예방교실에 다녀간 유치원생들은 12차례에 걸쳐 모두 76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비어 있는 유치장 활용방안을 찾다가 경찰서를 견학 온 어린이들에게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체험 교실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좋은 것만 보고 배워야 할 어린 아이들에게 유치장 체험은 심리적 압박과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체험이다그리고 과연 미취학 아동들이 유치장 안에서 20여분 동안 갇혀 있으면서 어떤 범죄 예방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기념사진 촬영이라니? 유치장안에 갇혀있는 것이 무슨 기념이 될 수 있다고 기념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인지 생각 자체가 우습다. 비어있는 유치장 활용을 위해 마련된 체험 학습이라고 했는데 비어있는 유치장을 왜 활용해야만 했을까. 오히려 비어있으면 더 좋은 곳이 유치장인데 말이다. 그곳을 활용해야겠다는 압박감에 고작 생각해 낸 것이 어린아이들에게 견학 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점도 우습지만, 프로그램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범죄 예방은 커녕 아이들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준점과 기념 사진 촬영을 하며 가볍게 치부한 점도 이색 체험에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논개 체험 학습, 유치장 체험 학습으로 인해 배우는 바가 전혀 없다고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목적에 비해 부작용이
너무 크다. 개념을 확립해 가는 시기에 자극적인 체험 활동은 오히려 역 효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논개를 떠올리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 그리고 경찰은 곧 유치장이라는 엉뚱한 개념만 갖게 될 것이다. 희화화되고 가볍게 치부된 체험 학습은 아이들에게 진정한 의미를 각인시키기 보다는 하나의 놀이나 웃음거리로밖에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논개의 정신을 기리고 범죄 예방을 막기 위해서라면 무리한 체험학습 말고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흥미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퇴색되어 본래의 목적을 아이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하고 논란의 여지만 가득 남긴 이색 체험 학습. 앞으로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면서 희화화 되지 않도록 행사 주최 측의 사려 깊은 생각과 아이들에 대한 배려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