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와 21세기]라는 교양 강좌가 개설된 모 대학. 출처;스포츠서울



모 대학에는 [한국사회와 21세기]라는 교양강좌가 개설되어있다. 이 과목은 매주 외부 인사가 강의를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몇 주 전 20세기를 대표하는 학자라는 소개를 받고 한 강사가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 주제는 [21세기 청년과 미래 비전]이었다. 강의 주제부터 현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청년’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어 강사가 ‘김난도’처럼 달달한 말을 건넬지 ‘엄기호’같은 태도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궁금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강사의 말은 점점 기대와는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그의 강의는 ‘세상은 아름답다. 너희들의 관점이 문제다.’로 일관되었다. 질의응답시간에 “현재의 20대들을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20대들이 스펙을 쌓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가?”라는 한 질문의 그는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며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리고 지금 현실의 청년들이 마주한 문제들에 대해서 ‘지금 여기가 중요한 것’이라 강조하며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정말 우리의 관점이 문제일까? 


출처; [20대,‘등록금 빚쟁이’로 새 출발],파이낸셜 뉴스


지금 우리나라의 한해의 등록금은 1000만원에 육박한다. 물가상승보다도 더 가파르게 올라가기만 하고 있는 등록금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은 1000만원이라는 돈을 내고 대학을 다닌다.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학생들에게 긴 가방끈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등학생의 10의 8은 대학으로 진학한다. 사회가 원하는 ‘고등교육’을 받기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한해 10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서 직접 돈을 벌거나 정부의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들 모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더 무거운 짐만 지워줄 뿐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거의 최저임금에 가까운 시급을 받고 일을 하고 있고 정부의 학자금대출의 이자는 OECD국가 최고인 7.3%이기 때문이다.

힘들게 등록금을 마련하였다고 해도 학생들의 어깨는 가벼워지지 않는다. 사회는 더 많은 활동들을 학생들에게 원한다. 봉사활동에서부터 공모전까지 소위 ‘스펙’이라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마주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학점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좀 더 높은 평균 평점을 받기 위해 그들은 공부해야만 한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봐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 앵글을 넘어] 표지


"입시교육이라는 이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헤쳐나온 한국의 20대는 다시 ‘절망의 트라이앵글’속에 들어간다.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청년실업 100만 명, 비정규직 900만 명 시대’ ‘20대에 대한 오해와 사회적 무관심.’ 이 세 가지 문제가 20대에게 새로운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형성하고 있다."  -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조성주
 
지금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은 ‘시대적 과제’가 아니라 ‘노력의 차이’라고 말했던 그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지금은 그 인생의 반 이상을 차지했던 20세기가 아니고 그 당시 청년들과 지금 우리들이 마주한 것들은 다르다는 것 말이다. 지금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서 있는 이 자리는 그가 섰던 그 자리와는 다르다.

386세대가 당면하였던 시대적과제가 민주화였다면 지금의 청년들이 당면한 문제는 복합적이다. 어느 것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다. 알바부터 스펙까지 우리의 시대적 과제는 우리가 세상을 아름답게만 바라보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지금의 청년들에게 한 마디를 던져주고 싶다면 우선 우리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더 깊숙이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이 우리들의 어깨에 지어져 있는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