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녀’ ‘키스녀’ ‘알몸녀’ 라는 말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성인 비디오물의 홍보문구 내지는 포르노의 제목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말들은 전부 나경원 서울 시장 후보를 인터넷 상에서 지칭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입에 담기도 힘든 저속한 말들의 유래는 이렇다. 2004년 자위대 창립 50주년 행사에 갔다 왔다고 해서 ‘자위녀’, 장애인 시설에 가서 알몸 상태의 10대 중증 장애인을 목욕시키는 장면을 언론에 공개한 후 구설수에 올라 ‘알몸녀’, 김종필 대표에게 손등 키스를 받아 ‘키스녀’다.  



성차별적인 ‘OO녀’ 붙이기

반 한나라당 성향의 네티즌들은 ‘보온상수’ (보온병을 들고 미사일이라고 말하던 안상수 전 대표), ‘주어동관’ (박지원 대표에게 주어 없이 문자보냈다고 변명하던 이동관 수석)과 같은 주옥같은 말을 만들어내 정치인들을 풍자하는데 익숙하다. 그러나 유독 나경원 후보를 지칭하는 말들을 살펴보면 풍자를 넘어서, 여성비하의 뉘앙스가 다분하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는 특정 여성을 ‘OO녀’라고 지칭하는 것이 “여성의 특색이나 여성과 관련하여 일어난 사건을 한 단어로 표현함으로써 여성을 하나의 선정적 이미지로 전환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OO녀’라는 표현은 ‘된장녀’ ‘개똥녀’ 와 같이 젊은 여성들을 향한 공격의 도구로 사용되거나, ‘계란녀’ ‘사과녀’와 같이 여성을 선정적으로 상업화시키는데 사용되고 있다.

나경원 후보의 성별과, 정치적 행태는 전혀 관련이 없다. 나경원 후보를 비판하려면 정치인으로서의 나경원에 초점을 맞춰야지, ‘OO녀’라는 식으로 여성으로서의 나경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성차별적이다.

또한 앞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나경원 후보를 지칭하는 말로 ‘관기’가 있다.2008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박사모’ 회장 정광용씨가 당시 대변인이었던 나경원 후보를 두고 “사또가 바뀌면 아무에게나 달려드는 이런 관기 기질이 있다.“ 고 한 것이다. 이에 정광용씨는 나경원 후보에게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다. 그런데 이렇듯 모욕죄에 준하는 ‘관기’라는 말을 나경원 후보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그대로 갖다 쓰고 있다. 여성비하는 물론, 성희롱에 준하는 ‘관기’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쓰이는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

 

풍자가 아니다. 성희롱이다.

‘관기’ 뿐만이 아니다. 나경원 후보의 안티세력들이 명사화 시켜버린 ‘자위녀’ 라는 말은 교묘하게 나경원 후보를 성희롱하고 있는 말이다. ‘자위대 창립 기념 행사에 간 나경원’을 ‘자위대녀’도 아니고 ‘자위녀’ 라고 압축해버린 의도는 뻔히 보인다. 그렇게 해야 나경원 후보를 더욱 깎아내리고 성적으로 조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위녀’라는 말은 ‘자위하는 여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여 말 자체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

실제로 유명 트위터리안이 트위터 상에서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싶다면 스스로 옷을 벗고 자위녀라고 인정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라는 말을 해 ‘자위녀’가 성희롱적 표현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알몸녀’ ‘키스녀’ 또한 ‘자위녀’와 비슷한 맥락이다. ‘관기’보다 더 심하게 성적인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말들이다.

물론 나경원 후보가 자위대 창설 기념 행사에 참여하거나, 취재진 앞에서 알몸상태의 장애인을 목욕시키는 것을 보여준 부분은 비판받아야 마땅할 부분이다. 그러나 언어적 성희롱을 일삼으면서 비판이 가능할 리가 없다. 그것은 나경원 후보 개인에 대한 저급한 모욕일 뿐이고, 행위에 대한 올바른 비판이 될수 없다.

그리고 나경원 후보의 안티 세력들은 대부분 진보 정치에 대한 열망이 큰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진보정치에 대한 희망만 있을 뿐, 그들 자신이 진보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는다. 여성 문제에 관심이 있거나, 진보적인 여성관을 갖고 있었다면 나경원 후보에 대한 언어적 성희롱에 문제의식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자신이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나경원 후보에 대해 성적으로 비하하는 속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수준 높은 비판을 보여줘라

인터넷 상에서 자신이 어떻게 불리고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나경원 후보는 애꿎은 박원순 후보만 공격했다. 나경원 후보가 발표한 ‘1일 1정책 공약’ 발표에 대해 “전문가가 써준 것을 읽는 건 현장에서 이해하는 것과 다르다”는 박원순 후보의 말을 “여성이라 폄훼당하고 있다.”는 식으로 응수한 것이다. 그러나 나경원 후보는 스스로 여성이면서도, 여성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자신부터 반성할 필요가 있다.

2007년 나경원 후보가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김대중 대통령을 찾아가자, ‘기생정치’라는 표현으로 논평한 것이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2008년에는 ‘경남여성지도자협의회 정기총회’에서 “1등신붓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 신붓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붓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 신붓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 이라고 말해서 비난을 받았다. 여성 정치인 스스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 기가 막히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나경원 후보가 여성비하 발언을 일삼는다면,  나경원 안티 세력들은 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나경원 후보를 비난하는 행태를 보면, 강용석, 안상수, 최연희등 性나라당 의원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적 색깔만 다를뿐, 여성관은 전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경원과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세력이라면 진보적인 여성관을 보여줘야 한다. 나경원 후보를 비판 할 때도 여성비하의 뉘앙스가 있는 말이나 성차별적인 용어를 쓰지 않아야 하는것이 당연하다.  비판의 방식이 저급하고 심지어 언어적 성희롱이 포함된다면 그것은 이미 비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감정의 배설, 폭력적인 모욕일 뿐이다.  비판의 방식이 올바를 때, 비판의 내용에 대중이 공감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