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5일, 서울여대에는 정문과 남문에 각각 ‘서울여대,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내용의 한 대자보가 붙었다. 이 대자보의 내용은 이전의 등록금을 인상한 학교 측에 대한 한 학우의 목소리였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대자보 내용에 동조의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의 의견이 포스트잇에 여러 장 붙어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잇과 함께 이 대자보는 오래가지 못하였다. 며칠 후 학교 측에 의해 급히 회수되었다.

현재 서울여대의 게시판은 정문, 남문, 인문사회관 이렇게 세 곳에 있다. 이곳에 게시물을 게시하기 위해서는 총학생회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서울여대 총학생회에서는 게시물의 규격(A2)을 확인하고 날짜가 새긴 도장을 찍어준다. 또한, 게시할 곳을 직접 선정해주는 종이를 건네준다. 실제로 게시를 위해 총학생회를 방문해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 정해준 곳에 게시물을 붙이려 했더니 이게 웬일인가. 이미 다른 게시물로 가득 차 마땅히 붙일 곳이 없었다. 서울여대 게시판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중 동그라미로 친절히 명시된 곳에만 게시할 수 있다. 넓지도 않은 이 공간은 겨우 한 칸이다. 결국, 좁은 자리를 비집고 그곳에 게시물을 게시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여대는 게시판에 한 번도 정치적 사안이나, 학교 측에 대한 요구가 담긴 대자보들이 활성화된 적이 없다. 강제적으로 학교에 의해 회수당하거나 아예 학교 측에서 게시물에 대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따라서 서울여대의 게시판은 늘 조용하다. 각종 공모전 홍보나, 단대 별 행사, 동아리 홍보와 같은 지극히 평범한 게시물로 가득하다.

하지만 타 대학들은 다르다. 이전에 방문한 K대는, 총학생회나 학교 측에 대한 요구를 적은 대자보가 게시되어 있었다. 이곳은 게시물 크기에 대한 규제를 전혀 받지 않았을 분더러, 자연스러운 소통의 장이 되어 생동감이 넘쳤다. 또한 S대의 경우 게시판의 크기가 매우 넉넉해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게시해 두었다. 게시판뿐만 아니다. J대는 교내 구조조정과 관련해 학생들의 반발로 그들의 목소리가 남긴 현수막들이 캠퍼스 곳곳에 걸려 있었다. 학교 측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담긴 현수막은 크기만 지킨다면 크게 통제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타대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서울여대 게시판 갯수>

서울여대는 어떠할까. 서울여대의 경우, 게시판과 현수막에 관한 통제는 타 대학보다 엄격한 편이다. 게시물의 크기, 날짜, 위치가 정해져 있으며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게시물을 규제한다. 특히 학교에 대한 반발이나 정치적 사안의 내용이 게시될 경우, 학생처에서는 이를 바로 회수하고 해당 학생에게 징계를 내릴 것을 경고한다. 이에 학교 측에서는 게시판 규제에 관해 ‘미관상’의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정말 ‘미관상’의 이유만일까?

서울여대는 게시물이나 현수막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치적 의견이라 치부해 게재를 규제해왔다. 하지만 지난 7월, 한국대학생포럼에서 내건 ‘무상급식은 복지포퓰리즘이다’라고 적힌 파란색 현수막이 게시되었다. 이 내용은 특정 당의 의견을 나타내는 주요 문구로 이 또한 정치적 사안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이 현수막은 꽤 오랜 시간 동안 걸렸다. 게다가 학교 측은 교내에서 학교 특성화 교육으로 진행되는 ‘바롬교육’에 관한 게시물들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는다. 지난 바롬교육2와 관련한 수많은 게시물들이 건물 곳곳에 게시되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이와 관련된 어떠한 규제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게시판 규제가 정말 '미관상'의 이유인지 의문이 든다.

                                             

서울여대는 학교 측의 무리한 규제 때문에 학교 게시판은 이미 공론의 장이라는 성격을 잃어  버렸다. 무엇보다 이것은 학생들 간의 소통 부재로 이어진다. 서울여대 학생들의 소통은 대부분 공론화되지 못하고, 교내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의견이 교류된다. 대학 내 자유로운 의견교류의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니, 소통문화는 더욱 은밀하게만 이뤄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은 소통에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사학과 2학년 재학 중인 신 모양은 “학교에 대한 불만들이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게시판 게재를 통해 여러 학우와 소통하길 바란다”라고 전하며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게시판 규제가 학생들의 활발한 의견교환을 이끌지 못하니 학교에 대한 건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1년 서울여대는 상대평가 확대에 따른 절대 평가기준 인원수 감소, 전산시스템의 오류 탓으로 재수강신청으로 학생들의 불만을 샀다. 하지만 일방적인 학교 측의 통보와 비교한다면 학생들의 적극적인 개선의 목소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대부분 학생은 커뮤니티를 통해서만 불만을 토로할 뿐이었다.

대학의 게시판은 각 학교의 이슈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서울여대는 이미 ‘서울여대만의 게시판’의 성격을 잃어버렸다. 다른 학교에 비한 엄격한 규제는 학생들 간의 소통을 단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학교 측에 대한 어떠한 요구도 바라지 않는 조용한 학교가 되어 버렸다. 현재 서울여대는 게시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게시판 대부분이 외부광고로 채워져 있다. 학교 측은 게시판의 개수를 늘리고, 외부광고를 제한하는 대신 학생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 그럼으로써 하루빨리 서울여대 학생들의 표현과 소통의 숨통이 트이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