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기업 인적성 검사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를 드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SSAT에 초점을 맞췄음을 알려드립니다.

 요즘 날씨가 선선하다. 산책을 하거나 독서를 하면 좋을 기온이다. 하늘 또한 너무 맑아서 사람들의 마음이 가을을 타고 설렐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좋은 날씨, 예쁜 하늘에도 마냥 감상에 빠질 수 없는 젊은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준비생들이다.

 9월은 가을의 시작임에 동시에 기업의 하반기 채용이 시작되는 시기이도 하다. 많은 취업 준비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삼성그룹의 채용도 시작되었다. 지난 25일에는 삼성직무능력검사라고 불리는 SSAT(SAMSUNG APTITUTE TEST)시험이 있었다. SSAT나 RPST(LG 전자) DCAT(두산)처럼 대기업들은 인적성검사를 입사 시험의 한 항목으로 포함시켜 왔다. 이러한 인적성검사는 대기업들이 시험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수치를 가지고 자신의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시행된다.

 위에서 소개한 삼성그룹의 SSAT는 기초 능력 검사와 직무 능력 검사, 인성 검사로 나뉜다. 기초 능력 검사는 언어영역 수리영역 추리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여기에 지신이 지원한 분야의 직무상식, 시사 일반 상식이 추가된다. 기초 능력 검사가 끝나면 특정한 상황에 처해졌을 때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와 개인의 성격을 판단하는 직무 능력 , 인성 검사가 있다. 삼성외 다른 기업들도 기본적인 틀은 비슷하지만 시험의 유형이 제각각이다. 인적성검사는 서류합격을 통과한 지원자들이 면접을 보기 전에 넘어야 할 두 번째 관문으로 SSAT의 경우 응시자의 30%정도 밖에 통과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어서 대기업 취업을 원하는 취준생들에게 그 비중은 대단하다.

 기업들이 인적성검사에 큰 비중을 두어서 실시하는 이유는 자신의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객관적인 지표로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특히 기업의 직무 능력과 인성 검사에서는 응시자들이 ‘기업에서 원하는 사람으로 둔갑’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뢰도’ 라는 지표를 따로 마련하였다. 이 신뢰도라는 지표는 검사자가 자신을 잘 보이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했을 때, 이 부분을 검증하는 지표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 인적성검사에는 기업들의 전략적이고 치밀한 의도와 계산이 숨어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업은 자신들이 원하는 인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수치화하여 평가하는 것 이다. 아마도 기업이 원하는 인성은 사회 속에 잘 섞이는 친화력, 돌발 상황에 대한 유연하고 빠른 대처 능력 등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인적성검사는 유형 또는 기출문제에 관한 책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기업별로 유형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취준생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이러한 인적성검사의 대비에 대해서 두 가지의 상반되는 의견이 존재한다. 인적성검사가 일반 상식을 측정하는 문제와 아이큐테스트와 비슷한 문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준비할 수가 없고 머리가 좋거나 평소 상식이 많으면 유리하다는 의견과 인적성검사가 나름의 유형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종의 ‘벼락치기’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취업 포탈에서는 여러 강의를 만들어 놓고 인적성검사에 대한 준비를 강조한다. 대기업취업 포탈 ‘에듀스’  (www.educe.co.kr)에서 인적성 검사에 대한 FAQ중  ‘SSAT는 준비를 어떻게 해야하며 단기간 학습이 가능합니까?’ 라는 질문이 있다. 답변에는 ‘삼성에서는 단기간 학습으로 효과를 볼 수 없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채용 시기에 학교를 찾는 리쿠르터들은 반드시 학습을 통해 유형을 파악하고 SSAT에 응시할 것은 권장하고 있습니다. SSAT는 충분히 Training을 통해서 그 능력과 점수를 상승 시킬 수 있는 요인이 있습니다.’ 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인적성검사가 벼락치기가 가능하든지 상식이 많고 아이큐가 좋으면 풀 수 있든지 간에 둘 다 한 번의 시험으로응시자를 평가한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4년 동안 쌓아온 자신의 비전과 능력들이 단 하루 만에 평가된다는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상식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큐 테스트를 연상케 하는 문제들은 과연 노력으로 뒤집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준다. 벼락치기가 가능하다면 단기간에 유형 파악을 잘 한사람이 훨씬 유리한 조건에 서게 되는 것이므로 또한 불공평하다.


 혹시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인재를 선별 할 수 는 없을까? 실제로 국내의 외국계 기업은 우리나라의 기업들과 채용방식이 다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규모 공채가 많은 반면 외국계 기업은 수시채용, 경력채용이 많다. 수시채용은 각 대학의 교수의 추천이나 헤드헌터를 통해서도 많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헤드헌터의 정식 명칭은 Exclusive Search Consultant로 외국계 회사에 임원과 간부를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각각의 방식이 장단점이 있을 수 있지만 외국계 회사의 방식이 단 하루의 시험 성적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 동안 쌓아온 경력과 평판을 중시함을 알 수 있다.

 또한 국내 기업이 공채로 많은 인원을 뽑아 놓고 여러 자리에 배치를 하는 반면에 외국계 기업은 업무 중심의 채용을 한다. 지원자들이 대기업이라는 타이틀만을 보고 지원하기보다도 처음부터 자신이 일하고 싶은 업무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세워놓은 것이다. 가장 눈여겨 볼 점은 외국계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정말 중요하게 보는 것이 ‘지원동기’ 라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은 비슷한 조건의 지원자들 가운데서 지원 동기가 풍부하고 가능성이 있는 미래 지향적인 인물을 뽑으려 하고 , 지원 동기는 입사에서 약 50%나 되는 영향력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 기업에 취직하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인재를 뽑으려 한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서류를 통과하고 난 뒤의 2차 관문으로 인적성검사를 배치할 만큼 이러한 시험을 중요시 여기는 태도와 차이가 있다.          

 인적성검사를 통해 얻는 장점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을 때 객관적으로 점수를 매기면 모든 응시자가 좋은 대학, 나쁜 대학에 관계없이 0점에서부터 평등하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조사에 의하면 삼성은 전문대졸과 4년제 대학졸을 아예 다른 시험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전문대졸은 4급 시험을 치르고 4년제졸은 3급의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4년제졸의 경우 시사능력이 없고, 수리 문제가 50문제로 2배 가량 문제가 많고  TOEIC Bridg 혹은 생활영어문제도 포함이 된다는 점이 다르다. 어차피 서류 전형에서 대학이 다 공개되긴 하지만 인적성검사에서 조차 기업은 전문대 졸업생에게 장벽을 세운다.

 따라서 인적성검사를 통해 기업은 객관적 수치를 가지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사람을 뽑는 편리함을 누릴 수 있겠지만 응시생의 입장에서는 별 다른 장점이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응시자의 심적 부담 또한 문제이다. 올해 4월 13일 데이터 뉴스의 경제면 나눔 뉴스의 사회면 등 여러 신문사에서 신입구직자의 60% 이상이 ‘인적성검사’에 부담을 느낀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교육에 대해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곤 한다. 자유로운 토론과 학문에 대한 탐구 없이 그저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입시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아이큐 테스트와 수능 시험을 섞어 놓은 것을 연상케 하는 인적성검사를 고집한다면 대학생들의 마음가짐이 고등학교 때와 달라지지 않을 것 이라는 걱정이 된다. 인적성검사는 아무리 인성과 적성을 측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앞에서 말했듯이 단 하나의 시험에 불과하다. 실제로 대학생들 중에 1학년때 부터 토익에 매달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도 기업에 내세울 수 있을 만한 스펙을 쌓으며 대기업 취직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런 과정들이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입시처럼 보이는 이유는 왜 일까?

 

 올해 9월 20일 EBS 사회면에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희망기업 1위가 ‘삼성전자’라는 기사가 났다. 꿈의 기업 삼성 그리고 그 꿈의 기업을 들어가기 위해 SSAT문제집을 사서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 SSAT를 단기간에 정복할 수 있다며 단기 완성 강좌를 소개하는 여러 업체들. 기업에서 인재를 발굴하는 방식은 ‘인적성검사’ 와 같은 종이 몇 장의 시험보다도 그 사람이 쌓아온 성실함과 노력 그리고 어떠한 일에 대한 열정과 포부 가능성 등으로 결정되는 것이 그 기업을 위해서도 훨씬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느껴진다. 많은 학생들이 오늘도 취업을 위해 분투하고 있을 10월의 첫 주에 기업들은 정말 가능성 있는 인재를 선발 할 수 있고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 또한 배신당하지 않을 수 있는  ‘채용 제도’가 만들어 지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