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부터 매년 100개 노후 공가를 수선해 ‘대학생 주택’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대학생 주택’은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보증금 100만원, 월세 15만원 수준으로 공급되며, 지방 출신 저소득층을 우선 선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그 외에도 유스 하우징(Youth Housing), 뉴타운 내 임대주택 공급 등 다양한 공급방식을 통한 ‘서울시 대학생 주택 확대 공급방안’을 추진하여 매년 450호 900개의 대학생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일단은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등록금, 주거비, 생활비가 한꺼번에 살인적인 수준으로 오르는 삼중고로 인해 지방 출신 대학생들은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요동으로 인해 전, 월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20대의 주거권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월세 40만원으로는 서울에서 제대로 된 방 한 칸 얻기 힘들어진 현실에서, 이러한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됐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시의 대학생 주택 공급뿐 아니라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의 저소득층 주거 지원이 시도되고 있다. LH공사에서는 대학교 인근의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개․보수한 후 대학생 주거용으로 저렴하게 임대하는 ‘대학생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 경기, 6대 광역시 및 전주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와 생활협동조합은 ‘민달팽이 장학생’이라는 대학생 주거지원 장학금을 신설했다. 생협 수익금을 기금으로 사용해, 자격 조건을 갖춘 재학생들에게 월 15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형식이다. 지난 달 실시한 첫 장학생 선발에 지원한 168명의 학부생 중 120명이 장학금을 지원받게 됐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대학생 주거 문제 대책이 저소득층에 대한 시혜적 복지에 집중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서울시와 LH 공사가 공급하는 ‘대학생 주택’의 신청자격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50% 이하 세대의 자녀다. 그나마 주택 공급량도 아직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올 2월 ‘대학생 보금자리주택’ 청약에는 297개 방 공급에 2247명의 대학생이 몰려 7.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자격을 갖춘 저소득층 대학생마저 추첨에서 탈락하면 감당하기 힘든 월세 방으로 다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혜택을 얻는 것은 좋은 운에 걸려든 8명 중의 1명뿐이다.

이미 대학가의 자취․하숙방 시세는 중산층 가정에서도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비싼 수준이다.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저소득층 주거 문제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대학생들의 주거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후자에 대한 정책이 있어야만 더 근본적으로 대학생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실현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검토해 볼만한 다양한 대안들이 있을 것이다. 대학가 월세 가격 인상을 막고, 각 대학에 비싼 민자 기숙사 대신 저렴한 기숙사를 확충하게 하고, 공공 주택을 늘리는 등의 대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해 정책화해야 한다.

서울시의 대학생 인구는 무려 65만 명이다. 선택된 일부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과 함께, 이제는 65만 명 대학생 모두를 위한 보편적인 주거 정책이 나올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