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합예술학교(이하 한예종) 학생들이 최근 5개월동안 잇따라 4명이 자살하는 일이 일어나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개개인마다 자살의 이유가 분명 다르겠지만, 한예종과 같이 규모가 작은 학교에서 연쇄적으로 자살이 일어났다는 점을 볼 때, ‘한예종’이라는 학교의 환경적 요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올해 초 카이스트 학생들이 연쇄적으로 자살을 해서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런데 얼마 되지도 않아서 한예종에서도 비슷한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한예종은 ‘예술계의 카이스트’로 불리고 있을 정도로 예술 분야에서는 최고의 학교로 불리고 있으며, 모든 미대 입시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들이 전부 부러워하는 학교에 다니는 그들도, 알고보면 힘겨운 상황에 놓여있다. 




주변 사람들이나 교수들의 과도한 기대, 실기 위주의 힘든 커리큘럼, 개인별로 원자화 되어있는 대학사회의 분위기 등이 한예종 학생들을 힘들고 외롭게 하고 있다. 더구나 대학과정의 어려움을 거치고 졸업을 하더라도, 사회에 나가서의 진로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그들을 더욱 막막하게 한다. 한예종 조형예술과에 재학 중인 A씨는 “실제로 故 최고은 작가의 죽음이 알려진 이후로 자신이 나가고자 하는 분야의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되고, 그로인해 좌절한 학생들이 많았다”고 하며 “최고은 작가가 무명이 아니라, 미래가 촉망되던 ‘잘 나가던’ 작가로 알려져 있었기에 그들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예종을 ‘예술 고등학교’ 화 시킨 것도, 한예종 학생들을 더욱 답답하게 했던 점 중 하나일 것이다. 유인촌 장관 시절 황지우 총장을 해임시키면서 동시에 한예종의 교육 과정을 대폭 개편했다. 다양한 인문학 관련 강좌라든지, 카이스트와의 협동교육과 같은 양질의 교양강좌를 많이 폐지했다. ‘예술학교니까, 예술만 하라’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논리에서 비롯된 조치였다.

국가에서 만든 학교마저 ‘경쟁 논리’에 의해서 구조 조정되고, 정부가 지향하는 ‘특정한 이념’에 따라서 교수들도 바뀌게 된다면 학생들이 과연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을까?  다양한 지식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있던 학생들은 ‘강압적 구조조정’ 이후 학교의 현실에 크게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당시 서사창작과, 이론과 같이 폐지논란이 일어났던 과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한예종의 비극은 단순히 한 두가지 문제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서 발생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학교 내부의 문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예술계의 고용불안,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예술은 대접받지 못하는 신자유주의 풍조 등... 이 모든 사회적 문제들이 대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한예종의 비극은 대학생 전체의 비극이다. 현재 수많은 학교에서는 한예종처럼 구조조정이 일어나서, 과가 없어지고 뜻하지 않게 다른 과목을 배워야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어느 학교든 예체능 계열이나, 비인기 학과에는 장래 진로가 불투명한 학생들이 많다. 언제든지 한예종에서 일어난 비극이 다른 곳에서도 되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 미친 세상’에 저항하여 당사자인 우리 20대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절실히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