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언급한 일자리 정책이다. 청년 전용 창업자금을 신설하는 등의 창업 지원 정책은 지난 달 발표된 2012년 예산안을 통해 예고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그간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1인 창업을 늘리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은 관련 예산을 올해의 1916억 원보다 2배 이상 증액한 4165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청년창업 전용자금이 1300억 원 규모로 신설될 예정이다.

MB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실언을 해온 것에 비한다면 장족의 발전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전 총리는 “이제 청년이 눈높이를 낮춰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4월 “청년실업 문제는 ‘문사철’ 학과의 과잉 공급 때문”이라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청년인턴이라는 대책이 나오기도 했으나, 고용 효과가 단기적이라는 점에서 안정적인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 강남청년창업센터



올해 들어 강조되기 시작한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은 실질적인 국가 재정을 대량 투입한다는 점, 그리고 일자리와 산업을 함께 창출하려 한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차별점을 지닌다. 청년의 ‘꿈, 도전, 패기’와 어울리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도 창업은 매력적인 대안이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은 최근 들어 창업 지원 정책을 일자리 문제의 만능 해결사처럼 사용하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출마한 나경원, 박원순 두 후보도 나란히 창업 지원 정책을 청년 실업 문제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많은 대학과 연구소에서도 창업 관련 프로그램들을 실시해 대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쯤 되면 거의 ‘창업 만능주의’ 수준이다.

ⓒ 희망제작소

그러나 국내의 척박한 창업 토양을 떠올리면, ‘창업 만능주의’를 마냥 흐뭇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 지난해 11월 희망제작소 강연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국내에서 창업성공률이 떨어지는 제도적 원인 두 가지를 지적한 바 있다. 첫째는 기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구조가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한 거래관행이다.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들 수 있게 초기 자금을 대주는 것만으로는 창업 성공이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국가 재정 투입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소규모 기업이 안정적인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게 금융 구조를 조정하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대기업이 막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장기적인 창업 진흥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창업 지원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오히려 청년들을 벤처 실패의 사지로 내모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눈높이를 낮춰라’에서 ‘창업으로 눈을 돌려라’로 바뀐 일자리 정책 트렌드, 그런데 공통점이 보인다. 눈높이를 낮춰서 취업을 하든, 창업 아이템을 짜내든 결국 일자리 문제를 청년들과의 ‘딜’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방향 전환을 강요하고, 그렇게 해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눈높이를 낮추고 싶은 청년도 거의 없었듯이, 높은 창업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청년이 많을지 의문이다. 정말 창업 진흥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부는 청년들이 스스로 창업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인 창업의 위험 자체를 줄여야 한다. 일회성 지원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