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명이 남았다. 현재 살아계신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할머니들의 숫자다. 종군 위안부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지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많지 않다. ‘이미 끝난 일’이라는 일본의 입장도 그대로다. 변한 게 있다면, 나날이 늘어가는 희생자 할머니의 나이와 반대로 나날이 줄어가는 생존 할머니들의 숫자 정도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왔다.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이 끝났다. 정부로서는 지금까지의 방침에 어떤 변화도 없다" 11일, 일본의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이 했다는 말이다. 위안부 문제는 법적으로 이미 해결되었다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에 앞서 지난 6일에도 일본의 겐바 외상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이미) 일관되게 밝혀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5일 간격으로 일본 각료의 위안부 관련 발언이 이어진 배경에는 한국 정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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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2일(한국 기준), ‘제 66차 유엔총회 제 3위원회의 여성 지위 향상 토론’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공식 거론했다. ‘정부의 법적 책임’에 대해 유엔 총회에서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에 앞서 6일에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공식 양자협의 제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겐바 외상의 발언 역시 그 제안을 거부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분명 변화한 모습이다. 지난 20년간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지지부진했던 원인 중 하나로 정부의 노력 부족을 들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 2조 1항’을 근거로 ‘해결은 끝났다’라는 논리를 폈고, 한국 정부는 그에 대해 반론을 제시하지 못했다. 때문에 정부의 대책은 사과 촉구, 내부적인 경제적 지원 등에 그쳤고 위안부 문제의 핵심인 ‘청구권 문제’는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나 동 협정은 제 3조를 통해 분쟁해결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즉, 협정 내용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통로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이 3조를 근거로, 지난 8월 30일 우리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책임과 방법이 있음에도 노력하지 않았다며 ‘헌법 위반’ 결정을 내렸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외교부 내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TF'를 구성했다. 9월에는 최초로 ‘한일 청구권 협정 3조’에 근거한 정부 간 협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일본의 ‘무시’작전으로 아직 성과는 얻지 못했지만 긍정적인 변화다.

제 991차 수요집회 @연합뉴스

정부에 공식 등록된 위안부 할머니의 숫자는 234명이고, 생존자는 67명이다. 생존자 분들의 연세도 평균 86세다. 늦었지만 다행히 정부는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섰다. 양자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다자협의 방식으로든, 중재의 방식으로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남은 건 일본 정부의 변화다. 어제 제 991차 수요집회가 열렸다. 언제나처럼 굳게 닫힌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할머니들은 분노했다. 더욱 서글픈 것은, 분노할 힘이라도 남아 집회에 참가할 수 있는 할머니 역시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정부의 즉각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시간은 이 순간에도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