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대생이 ‘입시경쟁’과 ‘학벌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자퇴 선언을 해서 화제가 되었다. 서울대생이 자퇴 선언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주요 일간지와 지상파 뉴스에 ‘자퇴 선언’ 에 관한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에 벌어지고 있던 목원대생의 광화문광장 ‘1만 배’ 시위는 일간지 단 두 곳에서만 보도를 하고, 지상파 뉴스에서는 보도되지도 않는 등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목원대생 김 모 씨는 목원대 측에서 ‘학내에서의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허가해주지 않자 3일부터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1만 배 시위를 시작했다. 만약 1만 배를 다 올릴 때까지 학교 측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분신자살을 한다고 밝혔다. 다행히 15일 오후 8시 무렵 광화문 광장에 부총장이 찾아왔고, 5시간의 협상 끝에 ‘학생들의 자유로운 서명활동을 보장하겠다.’ 는 데 합의했다. 김씨는 7800배에서 시위를 마쳤다.


▲출처 - 오마이뉴스



김씨는 방학 때부터 학교에서 등록금 인하를 위한 서명운동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학교 측으로부터 “총학생회가 아니면 서명운동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학교 측에 꾸준히 서명운동 허가를 요구해왔다. 3달이 넘는 기간 동안 학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총장실 앞에서 시위를 하며, 총장과의 면담도 시도했으나 학교 측에서는 김씨와 대화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학과교수가 ‘서명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하고,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김씨를 압박했다.

목원대는 올해 3% 등록금을 인상했다. 그러나 김씨의 말에 따르면 등록금을 올리고도 학생들을 위해 쓰지 않고, 수업시설도 부족한 마당에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외부 손님용 식당, 폭포가 있는 쉼터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목원대 총학생회는 반값 등록금 시위 때 “반값등록금 논란으로 인해 학생들은 학업에 큰 지장을 받는다." ”선심성 발언이나 학생들은 선동하는 정치적 발언은 자제하자“와 같은 말을 하며, 보수적 태도를 취해서 논란이 되었다. 총학생회가 등록금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자, 김씨가 홀로 투쟁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단순한 서명운동을 하는 것조차 학교 측에서 제재를 한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어느 학생이든 자신의 의사를 학교에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으며, 서명운동을 하는 것도 자유로운 의사표시의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애초에 서명운동 자체를 막았다는 것은,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다. 목원대의 비민주적 처사, 학생을 무시하는 태도가 결국 김씨가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김씨가 목원대 자유게시판에 쓴 글



보다시피 이 사태의 1차 책임은 ‘소통 부재’의 목원대에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 사회가 지방대나 전문대의 대학현실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학사회에서도 주로 서울소재 4년제 대학의 학내문제만 공론화되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지방대나 전문대의 문제는 크게 이슈화하지 않고 있다. 이번 일과 같이 지방대 중에서도 총학생회가 제 기능을 못하는 학교일 경우에는 개인이 학교 내의 문제를 알리기 쉽지 않은 구조다.

대학생들 스스로 시야를 넓히고 관심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대학조직이나 총학생회 중심의 운동이 반영하지 못하는 목소리를 찾고, 그들의 목소리에 동조하고 과감히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운동이 활발하지 않은 곳일수록 대학 내 문제가 많을 수 있고, 그 곳에서 소수가 투쟁하고 있다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대학생들 스스로 이슈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을 모아야 한다. 20대 언론, ‘고함20’ 역시 알려지지 않은 대학 내 문제들을 공론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