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신문>이 학교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했다. 신문 편집권 보장과 학생기자들의 권리를 배제시키는 KU미디어 규정 개정을 위한 싸움이다. <건대신문> 기자단은 지난 14일부터 편집권보장과 KU미디어의 규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학생들에게서 받고 있다. 기자단은 신문사 공식 트위터를 통해 “<건대신문>이 편집권을 지켜 대학언론의 역할을 지킬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최근 주간 교수와 기자단 사이의 대립이 격화된 것이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10일 발행될 예정이었던 1260호 신문은 1면 톱기사 문제로 주간 교수와 대립해 신문 발행이 중단되었다. 해당 기사는 학생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것에 대한 보도 기사였다. 사상 초유의 발행 중단 사태에 11일 <건대신문> 기자들은 주간 교수와 학교 측을 비판하는 호외를 발행했다. 이어 13일에는 <건대신문> 편집국장이 페이스북에 오보를 올렸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일방적인 해임을 당했다.

출처 : 건대신문 공식 페이스북



<건대신문>의 발행 중단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29일 발행 예정이던 1251호 역시 1면 문제로 인쇄가 금지되어 발행이 수 일 지연됐다. 주간 교수가 ‘인상률과 침묵 사이’라는 표제로 나온 1면 기사를 교체할 것을 지시했던 것이다. 기사는 건국대가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4.7%로 등록금을 올렸음에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학생들을 비판한 내용이었다.

대학언론 탄압 혐의를 받고 있는 많은 학교에서는 “학보사의 발행인은 총장이기 때문에 총장의 편집권 행사는 당연하다”는 논리로 편집권 침해를 정당화하곤 한다. 학교 입장에서는 대학언론이 학교를 비판하는 일이 귀찮은 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본래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바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이다. 또 대학이란 본래 어떤 곳인가.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다. 진리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할 대학에서 민주주의 체제의 상식을 배반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언론이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독립적인 편집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출처 : 고재열의 독설닷컴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빈발하고 있는 편집권 침해 사태는 다수의 대학이 대학언론을 ‘구색 맞추기’ 쯤으로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남대는 2010년 3월, <한남대신문> 934호 8000부 중 상당수를 강제 수거해서 물의를 빚었다. 해당 신문에는 등록금을 3.3% 인상한 한남대학교와 이에 미숙한 대응을 한 학생회를 비판하는 내용 및 기타 대학행정에 대한 비판기사가 실려 있었다. 2008년 명지대학교 <명대신문>은 한 면이 백지로 발행되는 아픔을 겪었다. 학내 문제였던 ‘비정규직 노동자 부당 해고’에 대한 기사를 학교 측이 임의로 삭제한 것이다. 동덕여대에서는 2006년 학교에 비판적 논조를 취해온 <동덕여대학보> 기자 16명이 전원 해임되기도 했다.

출처 : http://blacktv.tistory.com/699



이러한 ‘길들이기’ 과정을 거치면서, 몇몇 대학언론들이 발행하는 신문은 이미 학교의 입맛에 맞는 편집 방향으로 제작되어 발행되고 있다. 부족한 제작 인력, 어려운 제작 환경, 학생들의 무관심까지 업친 데 덮치면서 대학언론 스스로 자신의 본래 역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소속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기자 정신’을 발휘하려고 대학 언론에 들어왔던 많은 대학생 기자들도 ‘정의감’ 대신 ‘허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어려운 주변 환경 속에서도 독립적인 편집권을 지켜내기 위해, ‘쉽지 않은 길’을 택한 <건대신문>의 용기에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가는 길을 수많은 대학언론인들이 함께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