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별


 대학 언론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고질적인 문제가 되었다. 특히 대학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대학 언론인은 그것을 더 확실히 체감하고 있으며, 지금의 좋지 못한 상황을 타개하려 애쓰고 있다. 대학 언론이 대학생 당사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교지나 학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눈에 확 띄지 않는 디자인, 고루하고 딱딱한 문체,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는 기사들,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려운 점,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등이 대학 언론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그렇다면 대학 언론과 대학 언론인만 달라지면 지금과 같은 '대학 언론의 위기'는 단숨에 해소되는 것일까? 시선을 돌려 받아들이는 독자들에게 포커스를 맞춰 보자. 기사 작성을 위해 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하였다.





 

 * 대학 언론을 왜 읽지 않는가

  '재미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교지, 학보, 영자신문 등 학내 언론을 굳이 찾아서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흥미가 가는 기사가 별로 없고, 대학 언론에 기대할 수 있는 학내 여론을 담아내는 것조차 서툴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학교에서 일어난 규모가 크거나 중요도가 높은 일을 다루긴 하지만, 보통 학생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뻔한'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안 봐도 사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라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또, 배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의외로 꽤 지적되었다. 막상 읽으려고 찾아 보면 없다고 했다. 지나치게 '색깔'이 들어가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다. 학교 이름 아래 운동을 한 이야기가 많고, 학생들을 선동하려는 시도가 보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든다는 것.


 * 대학 언론이 달라져야 할 방향

 학생들에게 더 큰 공감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사로 승부해야 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독자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춰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들을 채워달라는 주문이었다. 공모전, 이벤트 등 보다 실용적인 내용을 원했다. 지금도 실리고 있긴 하지만, 학내 문제에 대한 내용도 보다 심층적인 보도를 해 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도서관뿐 아니라 더 다양한 장소에 두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차별화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대학 언론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 대학 언론, 그리고 독자

 설문조사 결과 대학언론을 읽는다는 답은 매우 적었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본래 무언가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특징을 지닌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대학 언론이 '꼭 봐야 하는' 미디어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그러나 대학 언론을 '읽지 않는' 현실에는 독자들이 가진 한계나 환경적인 약점도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살펴 보도록 하자.



 1. 책 원래 잘 안 읽는데요? 굳이 신문을 봐야 하나요?


  얼마 전 알바몬(www.albamon.com) 대학생 9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학생들은 교양을 쌓기 위해 '독서'를 한다고 답했으면서도 한 달 독서량이 4권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7권에서 4.7권까지 학과별로 차이가 있었고, 평균적으로 3.5권을 읽는다고 했다. 사회 안팎에서 나오는 '책 읽기 권하는' 목소리가 그다지 영향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2008년 한국언론재단이 발간하는 '신문과방송' 조사에 따르면 신문 정기구독률이 34.6%로 조사되었다. 지난 1996년 69.3%였던 정기구독률은 2002년 52.9%, 2004년 48.3%, 2006년 40%로 꾸준히 하락해 왔다. 신문 열독률도 56.1%에 불과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언론 만족도 역시 5점 만점에 2.93점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기서 종합일간지로 분류된 신문은 매체 만족도가 5점 만점 중 3.08점으로 가장 낮았으며, 매체 신뢰도 역시 TV, 인터넷에 이어 3위에 랭크되었다. 매체를 불문하고 가장 믿을 만한 매체를 물었을 때에도 신문사의 상위 3위권 안에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21세기에 들어 활자보다는 영상이 환영받고 있는 이 시기에, 활자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정보 공급원이 나타나면서 신속성과 전문성(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두 가지 면에서 신문은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인터넷보다도 신뢰도가 낮고 구독률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신문. 주요 매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런 참담한 결과가 나왔는데, 대학 언론이라고 이 역풍을 피할 수 있을까.

※ 참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9041022361&code=940100
경향신문 2009년 9월 4일자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7838

PD저널 2008년 9월 22일자



 2. 내가 진짜 관심 있는 건 딴 건데
 


 2009년 2월에 알바천국(www.alba.co.kr)에서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들의 관심사에 대해 조사해 보았다. 2위와 굉장한 차이를 보이며 1위를 차지한 답은 바로 '돈'. 아르바이트 등 일자리를 구하러 방문하는 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이므로 어느 정도 걸러서 받아들여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 엄청난 수치를 기록한 것은 간과할 수 없다. 취업, 진로도 상위권을 기록했고, 외모와 이성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대학생들은 돈, 취업, 진로문제에 대해 민감도가 높았다. 학내에서 벌어지는 일 등의 학교 소식, 학우 인터뷰, 교수님이 글 쓰시는 꼭지, 문화/사회 이야기 등으로 구성된 대학 언론에서 '열심히 보도하는' 부분은 아니었다. 학내 총학생회 선거나 축제, 새로운 캠퍼스 건설, 말뿐인 등록금 협상, 영어 강좌 증설 등 '학내 이슈'에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실제 대학생들의 관심사와 대학 언론에서 다루는 내용은 서로 상당한 괴리가 있었던 것이다.

※ 참조 : http://w21.datanews.co.kr/site/datanews/DTWork.asp?itemIDT=1002910&aID=20090226132304967
데이터뉴스 2009년 2월 26일자



 3. 취업 걱정하기도 바빠요

 


 대학생들의 관심사가 돈과 취업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 수긍이 간다. 지난 달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대학 졸업생의 정규직 취업률이 사상 최저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 전문대학, 일반 대학원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76.4%이었는데, 여기서 정규직 취업률은 48.3%로 절반도 채 되지 않아 충격을 주었다. 경기는 조금씩 회복되어 간다는데, 정작 청년 취업률은 점점 더 떨어지고만 있다. 완벽에 가까운 인재를 요구하는 기업들 덕에 대학생들은 고3보다 더한 수험생활을 겪으면서도 만족스러운 취업 성공률을 내지 못한다. 이러니 더더욱 취업 준비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갓 입학학 새내기도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동아리에 들고, 스터디를 꾸린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대학생 모두가 취업 앞에 자유롭지 못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제작하는 대학 언론 종사자들이 양질의 학보를 만든다고 해도 무용지물이 된다. 더 이상 책과 신문을 가까이 하지 않는, 학내 이슈 등 학보에 실릴 만한 내용들에는 무관심한 그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은 있다. 대학 언론이 자꾸만 기를 펴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현재의 위기에 본의 아니게(?) 기여한 셈이다. 자신의 학교에 교지가 있는지 학보가 어떤 빈도로 발행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우리들. 원래 남의 흠을 잡는 것은 쉬운 법 아닐까. 우리의 무심한 태도를 돌아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