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 제 처지는 고려하지 않고 저보다 나은 사람을 따라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속담이다. 팟캐스트 계에도 망둥이가 뛰고 있다. ‘명품수다’ 이야기다. ‘품위 있게 망가지는 새로운 토크쇼’를 표방하며 등장한 명품수다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나는 꼼수다’의 포맷을 그대로 따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공개된 명품수다 1회 ‘박원순은 왜 까도 까도 또 나올까?’를 들어보았다.

(전략)
우리는 재미에 목마르다. 다른 이들의 주장을 들어주면서도 나의 말과 언어를 부드럽게 전달하는 통로를 만들고 싶다. 재미는 문명인이 추구해야할 21세기의 화두다. 갈등과 이견을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2011년 가을에 인터넷 토크쇼 하나를 새롭게 시작하는 이유다.

<명품수다>는 모든 사회현안을 다룬다. 정치 경제 문화 연예 국제문제를 모두 논할 예정이다. 날카롭되 무례하지 않고 진지하되 유쾌한 언어가 우리의 무기다. 비속어를 남발하며 천박함을 친밀감으로 위장하는 방식은 사절이다. 콘텐츠의 부재를 공연히 목청을 돋우는 어법으로 돌파하는 방식도 단호히 거부한다. 수명이 다한 고루한 방식이 아니라, 품위 있게 망가지는 새로운 토크쇼가 우리의 지향점이다.

명품수다 출연진들. 출처 : 뉴데일리

‘명품수다’가 야심차게 내건 목표다.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나는 꼼수다’를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임을 알 수 있다. 또 ‘무례하지 않고’, ‘비속어 남발, 천박함’ 등의 표현에서 ‘나는 꼼수다’에 정면으로 칼을 겨누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의 성격과 방향이야 비판할 것은 아니다. ‘나는 꼼수다’ 출연진들이 프로그램을 베꼈다고 문제를 제기할 위인들도 아닐뿐더러,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역시 방송 중 “너희도 만들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표적인 극우 언론 <뉴데일리>가 서버를 제공하고, ‘듣보잡’ 논쟁으로 널리 알려진 보수 논객 변희재 씨가 참여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명품 수다’는 보수를 표방한다. 진보적인 프로그램이 있다면, 보수적인 프로그램도 하나쯤은 있어야 균형이 맞는 법이니, 여기까지는 비판할 것이 없다. 그러나 벤치마킹을 하려면 똑바로 했어야 했다. 적어도 명품수다 1회 <박원순은 왜 까도 까도 또 나올까?> 편만 봐서는 ‘나꼼수’와 비교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질이 떨어진다.

첫 번째로, 명품수다는 ‘재미에 목마르다’라는 화두에서 출발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민망스러울 정도로 재미가 없다. ‘나꼼수’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풍자와 재미였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시사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주니, 젊은 층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명품수다는 그렇지 못하다. 나꼼수 출연진에 비해 유머, 위트 등 내공이 떨어지며, 팟 캐스트라는 매체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심지어는 10분 동안 본인들의 정치관에 대해 토론을 나누기도 한다. 애초에 ‘수다’를 프로그램의 콘셉트로 잡았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그야말로 자충수를 둔 셈이다.

두 번째로 명품수다는 ‘품위 있게 망가지는 방송’을 표방하나, 전혀 품위가 없다. 나꼼수가 애초부터 품위를 포기했다면 명품수다는 품위를 지키되 재밌게 하겠다는 방향성을 천명했다. 그러나 1회 내용을 들어보면 그야말로 ‘저질수다’다. 이들의 대화를 보자.

“화장실에서 잘생긴 남자를 본 거에요. (중략) 인사를 했더니 오줌을 끊고 인사를 하더라구”
“(남자는) 오줌이 끊어져요?”
“남성의 생리에 대해서 얘기하지 마세요. 알면 다치십니다.”
“나중에 좀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일동 웃음)
 
“사실 까고 말해서 나 같으면 이렇게 하겠어요.(박원순 씨의 해명에 대해) (중략) 난 이렇게 후까시 좀 잡았다. 남자가 살다보면 (중략) 배 째라고 뒤로 눕고 말이야. 그래야 되는 거 아냐?”
“성차별적인 발언이네요. 여자는 그러면 안 되나요?”
“아니 그건 뭐, 제가 남자로만 살아와서…”
“여자가 배 째고 누우면 오히려 그건 뭐 …좀 더 이상해지죠.” (일동 웃음)

성희롱이 아니냐는 한 패널의 지적이 있자 출연진 중 유일한 여성인 석수경씨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했을 때, 제가 여성인데 제가 불쾌하지 않으므로 괜찮다.”고 말한다. 피해자 중심주의의 적용이 올바른가도 문제지만, 저런 발언을 하고도 함께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다. 과연 이 대화가 ‘명품수다’가 말하는 ‘품위’라고 할 수 있는가.  저런 말을 자연스레 내뱉고, 또 편집조차 하지 않고 자신있게 공개했다는 것은 오히려 자신들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꼴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명품수다는 “콘텐츠의 부재를 목청을 돋우는 어법으로 돌파하지 않겠다.” 고 말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콘텐츠가 부족함은 물론이고, 그것을 돌파하는 방식 역시 ‘어거지’에 불과하다. 명품수다는 1회에서 박원순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지만, 기존 언론들의 보도에서 추가된 것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 세세한 것에 집중하는 바람에, 출연진 스스로가 “너무 쪼잔한 거 아닌가요. 라고 말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다.

콘텐츠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확장’이었다. 박원순의 학력을 이야기하다 서울대와 전과자 수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고, 박원순의 경력을 이야기하다 시민단체와 북한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식이다. 그렇게 무리하게 확장을 시도하니, ‘어거지’만 늘어난다. 또 다시 명품수다 속 한 마디를 빌리면, “감옥에 간 사람의 숫자가 제일 많은 사람이 서울대 법대에요. 전과자 양성대학이라고 거기가. 서울법대 동문에서 나 고발하라 그래” 라는 식이다.

‘목청을 돋우지 않겠다.’는 말도 허언이었다. 여성 출연진 석수경씨가 대화 중 말실수(그들의 입장에서)를 하자, 이어진 대답은 거의 협박 수준이었다.

“(전략) 북한은 우리나라도 아니고 이웃 국가인데(말 끊김)”
“우리 저거 뭐야(흥분해서 말 더듬음) 수경언니는 말씀 제 앞에선 조심하세요. (북한에게) 국가 이런 말”

이 밖에도 문제는 많다. 60년대 새마을 노래를 인트로 음악으로 선택한 미감이며, 대화 흐름을 방해하는 기계음을 삽입한 것 등, 1시간을 참고 듣기가 힘든 수준의 편집이다. 게다가 박원순을 검증하겠다고 해놓고, 출연진은 대화 중 “사실 제가 나후보고 박후보고 잘 몰라서…”라는 말을 한다. 콘텐츠의 부실함을 고백한 셈이다.

‘나꼼수’는 ‘다른 목소리’를 내며 기존 언론들과 차별화를 하는 데 성공했다. 보수 언론이 담론을 장악한 현실 속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명품수다’는 이미 기존 언론들이 했던 말을 반복할 뿐이다. 즉, 내용 면에서는 있으나 마나한 방송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미라도 있어야 했다. 그게 아니면 깊이라도 있어야 했다. 그러나 1회 같은 방송이라면 유행어처럼,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는 저질수다에 불과하다. 오늘은 명품수다 2화가 공개되는 날이다. 야심작 '명품수다'가 명품이 될는지, 단순한 짝퉁으로 전락할는지, 지켜보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