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오늘 아침도 바빠요. 대학생이든 사회 초년생이든 졸린 눈을 비비며 만원버스와 빽빽한 지하철에 몸을 싣는 건 마찬가지일거예요. 각자 목적지는 다르지만, 다들 자신의 꿈과 미래, 또는 현실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두릅니다.

이렇듯 바쁜 20대에게, 같은 20대로서 제가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내일은 30분만 더 일찍 집에서 나오세요. 가뜩이나 바쁜 20대들에게 30분 먼저 집에서 나오라고 권유하는 것은 무리한 부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딱 내일 하루만 그렇게 해주세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지는 다 아시죠?

내일은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30분만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 이후 약 2개월 동안 수많은 화제를 불러왔던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내일이라니 왠지 모르게 두근두근거리네요. 앞으로 2년 반이 약간 넘는 기간 동안 서울을 책임질 인물을 뽑는 것인만큼 중요합니다. 또한 차기 총선 대선에도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죠.





20대가 투표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

투표율은 곧 그 세대의 사회적 영향력이 됩니다. 중요한 선거인만큼 20대가 많이 참여해서 제도정치권을 흔들어 놓아야 합니다. 누굴 뽑든, 투표를 안 하는 것보다 나아요.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는 제도정치권에, 나아가 사회 전체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하고 효율적인 방법이죠.  20대 투표율이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때, 정치권은 20대의 목소리를 절대로 무시할 수 없어요. 20대가 무서워서라도 20대 관련 정책을 만들게 되겠죠?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고, 아예 투표를 안 하시겠다는 분들도 계시는데,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고른다는 생각으로라도 투표를 해야 해요. 우리가 정치권에 관심이 없으면 정치권도 역시 20대에게 관심을 쏟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표를 행사하지 않을 세대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잖아요.

20대가 높은 투표율로 사실상 이번 선거를 주도하게 되면 다음 총선과 대선의 구도가 많이 변화할 거예요. 각 정당에선 단순히 인터넷 상에서 20대의 표심을 잡으려는 ‘친근감 쌓기’ 전략에서 벗어나, 실제적으로 20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등록금 문제나 취업난 비정규직 문제 등의 20대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돼서, 내년이 우리 사회를 바꿔나가는 하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죠.


20대 “우리에게도 변화의 힘이 있다.”

20대는 현재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어요. 등록금은 비싸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기는 어렵습니다. 학력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인지라 지방대거나 고졸이면 더더욱 사회적인 대접을 받기 힘들어요. “88만원 세대” “4천원 인생”등 비정규직으로 취직하는 비율이 유난히 높은 우리20대를 일컫는 단어는 전부 비관적이에요. 이런 세상을 20대가 조금이라도 바꿔보기 위해, 거리로 나가 반값 등록금 시위를 하거나 또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보지만 세상은 절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사실 투표를 해도 당장 이런 현실이 갑자기 좋아지진 않겠죠. 20대 투표율이 90%가 되어도 20대 문제가 전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20대가 밀어준 후보가 서울시장과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세상이 한 번에 바뀌지도 않을 거예요. 그러나 가장 먼저 20대 스스로 우리 세대에게도 세상을 바꿀만한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20대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은, 20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세워지는데도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20대가 자신감을 얻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어요. 이제까지 기성세대에 억눌려왔었고, 또는 그들의 규칙과 방식에 따라야만 했던 20대들이 그 굴레를 벗어나,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각을 얻게 되겠죠. 성공적인 변화를 스스로 이뤄 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진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내일 투표하러 꼭 갑시다

우리 20대들 너무 자기 탓만 해요. 어떤 친구들은 자신이 취직 못하고 있는 것도 전부 자기 능력이 부족해서인줄 압니다. 그런데 사실 사회적 구조자체가 20대를 루저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거죠. 이런 사회에 저항해서 거리에서 20대들은 거리 시위도 해왔고, 대학교 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벌여왔지만 사회 구조 전체의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었어요. 단단한 벽처럼 공고하게 만들어진, 사회의 틀 자체를 변화시키기에는 20대의 힘이 너무 약했어요. 이번에는 투표로 그 ‘단단한 벽’에 조그만 균열을 내야 합니다.  

투표권은 모두에게 주어져요. 그리고 최소한 선거라는 제도 하에서는 대통령이 투표하든, 대학생 1인이 투표를 하든 동등하게 1표로 반영되죠. 재산, 학력, 직업 등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는 선거는 노동자 계급과 더불어 아직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20대가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 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투표는 시위처럼 정해진 장소에서 목청 높여 구호를 외치는 일과 같이 같이 큰 부담을 주지 않아요. 그래서 누구나 투표를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서울 사는 20대들은 알람 30분 일찍 맞춰놓고,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에서 나와 투표소 들려주세요. 내일 아침 30분의 투자가, 20대가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