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은 지난달 22일 신입사원 채용 공고에서 '성소수자를 우대한다'는 내용의 모집 공고를 냈다. 장애인과 보훈대상자와 더불어 성소수자에게도 사원 채용 시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것이 이들의 방침이다. 채용 관계자는 이미 2~3년 전부터 이 정책을 시행해 이미 사내에 성소수자가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본 채용 정책의 취지는 다양성 확보를 통한 생산성 증대를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다수의 구직자들을 비롯한 누리꾼들은 우선적으로는 취업을 위한 '가짜 커밍아웃'이 일어날 것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단기적인 문제 외에도 IBM의 성소수자 가산점 부여 정책은 더 많은 장기적 부작용을 낳을 어리석은 결정이다.

먼저 장애인 및 보훈대상자와 더불어 성 소수자에게 채용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것은 성소수자와 장애인, 보훈대상자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장애인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인 불편함이 업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데도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채용에 있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방지하고, 오히려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한편 보훈 대상자에 대한 가산점 부여는 그들이 국가 또는 사회에 기여한 바를 채용 시 우대함으로서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성소수자는 이 두 경우와 부합하는 면이 있는가? 동성애 또는 양성애는 신체적, 정신적 불편함이 아니고, 따라서 장애 판정을 받는 것과 같이 판정받아야 할 장애도 아니다. 그들의 성적 취향이 국가 또는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 것도 아니다. IBM은 이미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성 소수자들에게 또 한 번의 낙인을 찍음으로써 그들이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뿐이다.



성 소수자가 일상 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는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허다하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몇몇 드라마나 영화 등을 계기로 개선됐지만 일상에서 성 소수자를 마주쳤을 때는 다르다. 그리고 그 '다른 태도'가 취업 등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게 만든다. IBM의 이번 채용 정책은 '불평등한 대우'의 개선을 의도한 것이지만, 정작 '성 소수자라서' 채용된 직원의 직장생활은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보도에 따르면 각종 성소수자 단체들은 IBM의 새로운 채용 정책에 대해 환영하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한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사무국장은 "성소수자에 대한 기업 차별이 줄고, 사회적 인식이나 제도도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책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제도 개선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더 큰 차별을 낳을 뿐이다. 성소수자를 위한 특별 가산점제도 도입은 입사 지원자들의 '커밍아웃'을 우선적으로 전제한다. 그들의 커밍아웃은 취업이 어려운 요즘 '취직'이라는 큰 축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사원의 '커밍아웃'에 대한 보상으로 그들을 고용하고 사회적인 이미지 또는 이윤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입사 직후 성소수자인 그들이 겪게 될 회사 내에서의 폭력적인 차별들은 그 누구도 입사 당시의 가산점 같은 것으로 보상해주지 않는다.

 

기업 내 성소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용으로서의 대우가 아닌 같은 사원으로서의 대우다. 성소수자들은 그들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고용돼서는 안 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고용되어, 사내 성소수자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업무 처리 능력과는 상관없는 성적 취향이 성소수자들의 고용에 도움이 된다면, 그들은 납득하기 힘든 근거로 성소수자 가산점제를 만든 사측의 입장에 동의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소수자 단체의 반가운 반응은 의문스럽다. 이 제도에 그들의 환영은 성소수자를 비하하여 차별하는 것은 나쁘지만, 그들을 우대함으로서 차별하는 것은 괜찮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성소수자를 고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성소수자도 당연히 고용되어야 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IBM이 성소수자에 특별 가산점을 줌으로서 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순간 다른 기업들도 이미지 재고를 위해, 또는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채용 우대 정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른 기업에서도 폭력적인 상황을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IBM은 이번 정책을 발표하여 진보를 위해 힘쓴 선두주자로 추앙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 퇴보를 자처한 어리석은 기업으로 손가락질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