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오랜만에 사회의 주목과 칭찬을 받았다. 10.26 재보궐선거를 치러내며 보여준 이들의 참여 열기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이 현실화되며, 대학생들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조만간 언론과 사회의 질타의 대상, `동네북`으로 다시 전락할 지도 모르겠다. 11월, 전국에서 치러질 또 다른 선거 때문이다. 바로 각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다.

매년 학생회 선거철만 되면 수많은 매체와 기자들의 눈이 대학가와 학생사회로 몰린다. 그만큼 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많은 사건과 의혹이 불거진다는 뜻이다. 최근 3년간 일어난 일만 추려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만큼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다. 2008년 원광대에서는 사전 유출된 투표용지가 발견됐고, 2009년 서울대에서는 부정개표와 도청 논란 끝에 학생회 선거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같은 해 성균관대는 후보자의 성폭력 의혹으로 시끌벅적했으며, 2010년 고려대에서는 한 선본이 학생들을 감찰한 사실이 드러나 선거판이 진흙탕이 되었다.

틀림없이 2012년의 총학생회를 선출하는 올해의 선거는 더욱 그 열기가 뜨거울 것이다. 총선과 대선이 열리는 해에 활동할 학생회를 뽑는 만큼, 학생사회를 잡기 위한 학내외의 움직임이 벌써부터 뜨겁다. 일부 대학에서는 다른 해에 비해 경선 구도가 다각화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출마가 예상되는 세력에서 학내에 자보를 붙이거나 행사를 개최하는 등 대학가는 이미 선거 정국에 돌입했다.

학생사회를 둘러싼 수많은 조직과 정파들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2008년 부산대에서 금권선거 개입의혹을 일으켰던 뉴라이트 세력, 또 2009년 여러 대학에 유사 공약을 내세운 선본을 내보냈다는 의혹을 받았던 기독교 세력, 또 전통적으로 학생회 선거에 후보를 내고 있는 다양한 학생 운동권들까지. 학내외 수많은 정치 조직들이 올해 학생회 선거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진흙탕 선거, 서울시장 선거전 당시 일어났던 네거티브 축제가 각 대학 선거에서 재현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강조되는 것은 유권자들, 즉 대학생들의 관심과 현명한 선택이다. 낮은 투표율, 같은 단과대 몰아주기식 투표, 후보자의 외모에 투표하기 등 기존 학생회 선거에서 벌어진 후진적 투표 경향이 반복된다면 대학생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선본이 권력만을 노리는 정치적이기만 한 조직인지, 어떤 선본이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생 사회를 이끌어가고 싶은 조직인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어느 선거에서나 그렇듯 공약에 대한 평가가 가장 유용한 판단 기준일 것이다. 어느 공약이 충분한 고민과 검토를 통해 나왔는지, 어느 공약이 표를 얻기 위한 비현실적인 선심성 공약인지는 충분히 검증이 가능하다.

2011년, 대학가는 ‘춘투’라고 불렸던 연이은 학생총회 성사로, 또 반값등록금에 대한 열망으로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학교는 학생총회를 성사시키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잘 모아낸 학생회의 도움으로 등록금 동결에 성공했고, 또 어느 학교는 학생회가 나서서 반값등록금을 열망하는 학생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대학생이 이번 학생회 선거를 잘 해야 하는 아주 충분한 근거고 증거다. 현명한 판단과 뜨거운 참여가 스스로의 2012년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