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을 쇄신하자는 목소리가 한나라당 내부에서부터 높아지고 있다. 소장파 초선 의원들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25명은 청와대에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747 공약 폐기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홍준표 대표는 중앙당을 폐지하자고 나섰고, 당 지도부에서는 ‘국민경선으로 선발하는 비례대표’, ‘공개오디션을 통한 정치 신인 영입’과 같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부자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하자는 측면에서 일부의원은 부유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다양한 쇄신안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쇄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본다. 이명박 대통령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한나라당의 변화 동력을 얻을 수 없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당의 쇄신 분위기와 관련해서 벌써 당 내부에서 분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쇄신안이라고 내놓은 방법도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중 하나인 남경필 의원



대통령과 정부에 책임을 묻기 전에,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정부의 정책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수행한 한나라당 의원들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부유세 도입 역시 그동안 부자감세 정책을 동조하거나 방관하던 이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급하니까 부유세 도입을 추진한다는 인상만 줄 뿐이다. 또한 중앙당 폐지, 국민경선 비례대표 아이디어는 같은 ‘보여주기 식’ 이벤트에 불과해, 민심을 돌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 쇄신 분위기에 대한 SNS 상의 20대들 반응을 살펴봐도, 냉소적이거나 비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당의 변화를 기대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홍준표 대표는 최근 20대 대학생들과의 타운미팅을 가진 자리에서 “왜 대학생들은 한나라당을 싫어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답은 이미 홍준표 대표 스스로가 알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부자정당’이라는 이미지 때문이 아니다. 정부와 집권여당이 등록금, 취업, 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20대 문제에 대한 변변한 해결책을 못 내놓다보니, 20대의 삶이 더욱 고단해졌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정치가 현실을 방관하거나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을 보고 20대는 분노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대에게 한나라당은 서민과 약자를 배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의 유지만 추구하는 정치인 집단의 이미지로 굳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한나라당은 이전까지 20대와의 소통마저 포기한 상태였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에서는 박원순, 나경원 당시 두 시장 후보에게 정책질의서를 보내고, 이 정책들을 실현할 수 있는지 답변을 얻으려 했다. 이에 따라 박원순 선본은 처음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2012년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을 주요 정책으로 하는 ‘정책 협약식’ 까지 했다. 그러나 나경원 선본에서는 총학생회 측에서 전화를 해도 7차례나 답변을 회피하고, 서울시립대 측의 강연 초대도 거부했다.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데, 제대로 된 20대들을 위한 공약이 만들어질리 만무했다.





반면 박원순 시장은 학생들과 소통했고, 그것은 바로 정책으로 반영이 되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2013년 반값 등록금 계획을 1년 앞당겼다고 보도했지만,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꿔, 정책 협약식 때 이미 ‘2012년 즉시 반값등록금 시행’을 명시했다. 그리고 시장이 되자마자 바로 시립대 반값 등록금 예산 책정을 지시하면서,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키지도 않을 ‘반값 등록금’ 공약을 던진 이명박 대통령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박원순 시장을 본받아야 한다. 특이한 아이디어를 내서 쇄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실천’이 중요하다. 서민의 고통을 감싸 안는다면서, 정작 서민에게 피해가 많이 돌아가는 한미 FTA를 사회적 합의 없이 처리하려는 모습, 20대를 향한 공약을 내걸고도, 전혀 지킬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모습에 20대는 실망했다. 한나라당은 근본적으로 당의 체질을 바꾸는 쇄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어설픈 이벤트를 벌이면서 변화했다는 생색만 내려고 들 때는, 20대는 결코 속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