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대학’에 관련된 소식이 많은 한 해다. 상반기는 ‘반값등록금’ 문제가 이슈더니, 하반기는 그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감사원의 대학 감사,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등 굵직한 주제들은 물론이고, 사학 비리, 지방대의 현실 등 매년 되풀이 되는 문제들도 재조명되었다. 특히 올해는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해결책 역시 제시되고 있다. 8일에는 지방 국립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지방 국립대 2천명 전액장학금…인재 지방분산 유도> 라는 제목의 기사다.

서울로 인재가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전국 20개 거점 국립대의 지역인재 각각 100명씩을 선발해 전액장학금을 제공하고, 졸업 후엔 본인 희망에 따라 교수 채용, 공무원 시험, 취업 지원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100명 집중 육성이라는 지방 국립대 지원이 성공사례로 정착되면 우수학생 유입, 학력 신장, 취업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사 속 인터뷰에서, 이 정책의 취지와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출처 : 조선일보

이 정책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 지방대학들은 악순환에 빠져있다. 우수 학생들을 ‘In서울’ 사립대에 뺏기고, 그로 인해 학교 전체의 학력 수준은 감소하고 있다. 그러니 결국 기업에서도 지방대 졸업생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이는 학생들이 지방대 입학을 꺼리는 이유가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취지는 환영할 만하다.

그렇다고 이 정책의 방식까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혜택을 받게 되는 학생 수 문제다. 기사에 따르면 정부는 20개 국립대마다 우수인재를 각각 100명씩 선발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다. 대부분의 지방 거점 국립대는 매년 3,000명 이상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재학생 수는 10,000명을 훌쩍 넘는다. 그 중 100명만을 선발해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전시성’ 정책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지역의 ‘엘리트’들을 그 지역 대학에 수용할 수 있는 효과는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정부가 원하는 ‘지방 국립대 경쟁력 강화’의 효과는 이룰 수 없다. 몇몇 지방대의 의예과, 한의예과 등의 학과로 ‘엘리트’들이 몰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대학의 경쟁력이 높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 혜택 자체의 문제다. 전액장학금, 취업 지원 등의 혜택은 이미 몇몇 사립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인하대의 아태물류학과나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동아대 석당인재학부 등에서 유사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립대에서나 있을 수 있는 혜택이지, 국립대가 제공할 수 있는 성격의 혜택은 아니다. 사립대가 특정 학과를 모기업의 채용과 연결시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지방 국립대의 ‘몇몇 엘리트’를 정부가 나서 기업 채용과 연결시키는 것은 시장 원칙과 평등 원칙 모두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혜택이 지방 국립대 재학생 전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학교 당 100명이라는 한정된 인원에게만 주어지기에 더욱 그렇다.

출처 : 한국일보

지난 달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85%의 고교생이 지방대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면 지방 국립대로 진학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 90%의 고교생이 공무원, 공기업 채용 시 가산점을 부여할 경우 지방 국립대를 택하겠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에서 알 수 있듯, 학생들을 지방 국립대로 유인할 수 있는 것은 ‘낮은 등록금’과 ‘취업 기회 확대’다. 이는 ‘소수의 전액 장학금’과 ‘소수의 취업 보장’과는 전적으로 다른 문제다. 지금의 정책은 ‘2000명 정예 인재’를 위한 정책일 뿐, ‘지방 국립대’를 위한 정책은 아니다. 조금 더 많은 학생이 보편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책이 제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