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으로 분류된 전남 순천의 4년제 대학 명신대와 강진의 2년제 대학 성화대가 7일 '퇴출'됐다. 지난 7월 정부가 부실 대학을 골라내기로 결정한 이후 4개월만의 첫 폐쇄 명령이다. 보도에 따르면 명신대는 지난 4월 종합 감사에서 재산에 대한 허위 보고, 설립자 교비 횡령, 수업 일수 미달 학생에 대한 성적 부여 등이 적발됐다. 성화대는 6~7월 특별 감사에서 20건의 부정 및 비리가 드러났다. 교과부 장관 자문기구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명신대와 성화대에 지난 9월 6일 각각 부정과 비리에 대한 시정 요구 및 학교 폐쇄 경고를 했다. 교과부는 두 학교가 딱히 시정을 이행한 바가 없어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한 학교라 판단하고, 고등교육법 62조와 72조에 따라 폐쇄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명신대는 위 방침에 반발해 지난 달 이미 행정 소송을 냈다. 성화대도 "소송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교과부는 "기존 재학생들의 수업권을 철저히 보장하겠다"며 명신대 재적생 537명, 성화대 재적생 2,762명을 인근 대학으로 편입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들 대학의 재학생들은 당장 전남 광주 등에 위치한 인근 대학으로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 중 항공정비과, 작업치료과 등 몇몇 학과는 다른 대학에도 유사학과가 없어 난처한 형편에 놓였다. 기숙사비 등을 면제받았던 성화대생에게는 예상치 못했던 등록금 납부가 1차적인 문제다. 낯선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 새로운 학교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명신대, 성화대 학생들을 받아야 하는 동신대 등 인근 대학 학생들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동신대에 재학 중이라는 한 트위터리안은 "명신대, 성화대 학생들을 받아준다는 이유로 우리 학교까지 '질 나쁜 학교' 취급을 받고 있다"며 "달갑지 않다"고 했다.

재단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열심히 학교를 다니던 재학생들까지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안흥진 성화대 총학생회장은 최근 교과부에 청원서를 보내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학생들이 '성화대에 다니느냐'며 언짢은 말투의 질문을 받고, '성화대 학생은 청소나 하라'는 말에 상처를 받는다"며 "재학생들이 계속 학교에 다니게 해달라"며 호소했다.

졸업생의 경우에도 강의를 수강해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에 이수 학점이 취소됨과 동시에 자격증 취득마저 취소될 수 있다. 특히 사회복지학 등을 전공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성화대에서 인터넷 정보 통신을 전공, 졸업한 조 모 씨는 "재단 비리는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모교가 폐쇄된다니 당황스럽다"며 "공금을 횡령한 건 윗사람들인데 왜 학생들이 취득한 자격증이 취소돼야 하느냐"고 항의했다.

사립학교 및 사학재단의 횡령, 비리는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할 고질병이다. 그러나 학교의 주인은 학생들이다. 학생들도 모르는 학교 비리 때문에 재학생에 대한 고려 없이 학교를 폐쇄하는 것은 1차원적인 해결책이다. 교과부는 "기존 학생들의 수업권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 전공생들은 다른 학교에 없는 전공을 했기 때문에 옮길 학과마저 없다. '가깝기만 하면 괜찮은' 아무 학교로나 학생들을 옮긴다고 수업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또 수업권만 보장받는다고 최대 피해자인 학생들에게 완전한 보상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은 '부실 대학'에 다닌다는 이유로 '부실한 사람' 취급을 받게 생겼다. 당장 아르바이트를 거절당하는 것으로도 그들이 미래에 어떤 사람으로 대접받을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출신 학교 이름을 보고 개개인의 능력 뿐 아니라 성품까지도 판단하는 사회다. 이런 사회 풍토에 대한 고려 없이 재단의 횡령 및 비리를 바로잡겠다고 수천 명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도 교과부는 흔들림 없이 부실 대학을 폐쇄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신대, 성화대 학생들에게 실제로 대학 폐쇄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도 뒷일에 대한 고려 없이 부실 대학 폐쇄를 이어나가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또 다른 부실 대학이 폐쇄된다면 더 이상 학생들의 피해는 없어야 할 것이다. 다니고 있던 학교를, 그리고 미래를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이미 빼앗겨버린 명신대, 성화대 학생들에게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보상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