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 그리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다. 알바렐라는 20대가 되어서 ‘자기 자신’을 잃었다. 그리고 세상과 돈에게 구박을 받는다. 신데렐라는 12시가 되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알바렐라도 알바 시간이 되면 뛰어가야 한다. 그래도 신데렐라에겐 호박마차가 있었다, 왕자님이 있었다, 유리구두가 있었다. 우리 알바렐라에겐 무엇이 있을까. 우리를 구원할 희망이 있기나 한 것일까.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그 열 두번째 이야기! 공강시간만 되면 어딘가로 달려나가야 하는 진정한 알바렐라. 때론 부러움을, 때론 불쌍함의 시선을 동시에 받는 학교 근로 장학생. 1년 째 학교 행정관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고 있는 추상아씨를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건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추상아입니다. 현재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 처음 시작 하신건가요학교 근로를 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지난 학기와 이번 학기 두 학기 째 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약 일 년 정도 되어가요.

학교 근로 장학생은 자신이 원한다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경쟁이 꽤 치열했을 텐데 어떠한 경로로 이 일을 하게 되었나요.

학교 게시판에서 근로 장학생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그걸 보고 조교 오빠께 말씀을 드렸어요. 그 조교분이 저희 과 선배님이셔서 평소 친하게 지냈거든요. 제 이야기를 듣고 조교 오빠가 추천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그 다음 학기에는 원래 일했던 곳에서 제게 계속 일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해 주셔서 하게 되었어요.

아, 추천이 있어서 일년째 일을 하실 수 있었군요. 그렇다면 다른 아르바이트도 많은 텐데 굳이 이 일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반 아르바이트는 사실 학교를 다니면서 병행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제가 하고 있는 근로 장학생 일은 오히려 학교를 다녀야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죠. 굳이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학교 근로 일도 꽤 여러 가지로 나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아씨는 어떠한 일을 하고계세요? 또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일하는 곳은 학교 행정관이에요. 학교의 모든 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죠. 저는 그 중에서도 총무 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제가 주로 하는 일은 학교로 오는 우편을 정리하고 등기를 수령해서 직원 분들께 드리는 거에요. 그 외에도 그 곳에서 필요한 잔 업무들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사무 보조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근무는 주 3일 총 7시간을 해요. 하루에 7시간씩이 아니라 한 주에 총 7시간을 하는거에요.

아무래도 매일 수업이 있을 텐데 언제 일을 하게 되나요.

주로 공강 시간을 활용해서 하고 있어요.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과 함께 미리 제 시간표를 보고, 제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요. 수업시간과 겹치지 않는 시간하고 조정해서 정기적으로 일할 시간을 정합니다.

상아씨도 공강 시간에 쉬고 싶을 텐데 힘들진 않나요.

물론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요. 하지만 공강시간에 빈둥빈둥 노는 것 보다 일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공강 시간에 빈둥빈둥 노는 것 보다 낫다는 말이 저를 찔리게 하네요. 그럼 학교에서 상아 씨가 근로 시간을 정확하게 엄수하도록 하나요? 편의상 봐주는 경우는 없고?

정확하게 엄수하도록 하는 편이에요. 시간 약속에 민감하기 때문에 저도 절대 지각을 하지 않으려 하죠. 하지만 조별과제가 있다거나 몸이 아프다거나 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봐주는 경우도 있긴 해요.

수입은 어떻게 되나요, 상아씨는 수입에 만족하고 있나요.

한 달에 십오만 원이에요. 저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업무에 비해 이 정도 수입이면 저는 적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학교 교직원 분들과 함께하는데 어렵거나 불편한 점은 없나요.

처음에는 어렵고 불편했어요. 어른들을 대해야 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일년 동안 알바를 하며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또 시간이 흐르니 많이 편해졌어요. 그리고 저는 항상 예의바르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항상 웃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분들이 많이 예뻐해 주세요.


어른들께 예쁨 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대단하시네요
. 그럼 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다고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힘이 든다고 느낄 만큼 일이 어렵거나 고되지는 않아요특히 육체적으로는 전혀 힘들지는 않아요. 하지만 축제기간에 다들 놀고 있는데 나는 일을 해야 한다거나, 공강 시간에 친구들하고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때가 있어요. 이러한 부분 빼고는 특별히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아무래도 학교 행정실에서 일 하다보면 학교 시스템이나 정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지 않나요? 이러한 점이 상아씨에게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요.

네. 아무래도 학교에 어떠한 행사가 있거나, 학교에서 주최하는 대외 활동이 있는 경우에 다른 학생들 보다 먼저 알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일하는 곳에 계시는 팀장님께서 원래 대외협력팀에서 일을 하셨어요. 그래서 이번에 학교에서 학생들을 중국으로 한 달간 교환학생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주최하는데 그분께서 저를 추천해주신다고 하셨어요. 제가 중국에 무척 가고 싶어 했었거든요. 그 외에도 같이 일하시는 분들께서 종종 제 진로에 대해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주실 때가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좀 들려주세요.

저는 젊은 대학생이고, 아무래도 패션에 대해 관심이 많을 나이라 찢어진 바지도 입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한번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 계시는 나이 많은 어른께 의상에 대한 지적을 받은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단정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지적을 받은 순간에는 보수적인 기관이라 하더라도 학생들의 개성을 너무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분하기도 했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최대한 단정한 옷차림으로 가려고 노력해요.

옷차림도 신경을 써야 한다니 생각보다 너무 보수적인 것 같아요. 다음 학기에도 이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실 생각이신가요.

사실 지금은 휴학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다음 학기 때는 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만약 제가 휴학을 하지 않고 제게 다시 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할 의사가 있어요.

학교 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상아씨가 조언을 해주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러한 학교 기관 내에서 일할 때는 기본적인 예의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별거 아니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인사를 잘하고 무엇보다 항상 웃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물론 맡은 일을 성실히 하는 것은 기본이구요. 저는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싫어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자세를 배웠어요. 그리고 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이 일은 분명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에요. 일반 직장, 샐러리맨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보통 대학생들에게 공강시간에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캠퍼스 거리를 거닐며 커피를 마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수업시간 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상아씨에겐 가끔가다 찾아오는 여유이고 소소한 로망일 것이다. 방금까지도 근로 일을 하고 왔다고 말하는 상아씨에게는 요즘 여대생들에게 느끼기 힘든 소탈함과 묵직함이 느껴졌다. 아마 상아씨가 다음 학기 때 휴학을 한다면 현재 그녀가 일하고 있는 행정 총무팀 직원 분들은 무척 아쉬워 할 것이 틀림없다. 성실한 알바렐라 추상아씨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