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는 진실, 농업과 먹거리의 중요성 
 
요즘 번화가의 편의점, 백화점, 제과점들은 여느 때 보다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바로 11월 11일인 ‘빼빼로데이’ 때문이다. 그런데 혹시 이 사실도 알고 있는가? 어떤 달력에는 11월 11일에 ‘빼빼로데이’가 아닌 다른 기념일이 적혀 있다는 사실을. 11월 11일은 한자로 땅이 두 번 겹친 十一월 十一일 즉 土월 土일로 풀이된다. 이 한자어가 농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흙 토(土)자를 상징한다고 해서 1996년 법정기념일로 제정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빼빼로데이’에 묻혀서 관심을 끌지 못했고, 2011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이다.

요즘 FTA로 말이 많다. 여야의 날선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조짐이 보인 이후로 국회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11월 8일 오늘, 야당의 점거 농성이 9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한미 FTA 비준안 처리는 연기되었다. FTA반대자들은 숨을 고를 것이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불만을 표명할 것이다.

찬, 반간의 대립이 극심함에도 불구하고 FTA의 찬반론자들 대부분이 동의하는 사안이 있다. 바로 FTA가 ‘농업 분야’에 미칠 악영향이다. 정부도 FTA로 인해 우리나라 농업계가 향후 15년간 연평균 8150억원 수준의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 본부는 더 큰 피해를 예상한다. 곧 다가올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은 이미 축제가 아니다. 많은 농민들이 FTA로 미칠 피해를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칠 것 이다.

정부는 물론 피해 보는 농민들을 위한 재정적 지원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FTA로 농사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농민들에게 몇 푼의 돈이 소용이 있을까. 농민 단체는 그나마 이 지원조차 대농과 전업농을 위주로 지원하는 장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FTA 찬성자들은 농민들이 변화하면 된다고 말한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제기되 온 ‘기업형영농과 품질 향상 브랜드화를 통해서 외국 시장에서도 이름을 알리는 브랜드를 만들거나, 부가가치가 있는 작물을 재배하자’등은 이들의 주장하는 대안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들은 실현 가능성의 여부도 모호할 뿐 만 아니라 큰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농업인의 날’을 검색하면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 이라고 요약되어 있다. 농업이 국민 경제의 근간이라, 조금 고리타분하고 낡은 말 같이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이 경제뿐만이 아니라 조금 확장시켜서 우리의 건강과 너무나도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잘 알면서도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사실들이다.



‘농업’ 을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 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하여

“먹거리에 관심이 있으면서 먹거리 생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명백한 부조리다. 도시에 사는 보존론자는 자신이 농민이 아니므로 먹거리 생산에 무관심해도 좋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들은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어떤식으로든 그들을 위해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지어야만 먹을 수 있다.”

이 구절은 소농형태의 농업, 가족농과 먹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한 웬델 베리 저작 ‘온 삶을 먹다’ 라는 책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웬델 베리는 1970년대부터 농업의 기계화와 산업화가 끼칠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이 당시 거소라는 사람은 농업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는 먹거리의 건강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지금의 환경위기, 기후변화, 비만, 제2형 당뇨병에 대하여 경고 하였다.
 
40년이 흐른 지금 웬델 베리와 거소의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미국이 주도적으로 시행한 산업화된 농업은 농사의 과정을 편리하게 하고 수확량을 급증시켰으나 결국 인간과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한 환경오염, 어쩔 수 없이 일정량의 화학물질을 먹고 있는 우리들, 유전자 조작 식품(GMO)은 아직까지도 확실히 안전하다는 근거가 없다.

이러한 환경과 먹거리에 찾아온 위험은 암 환자를 급증시켰다. 의사들은 지금의 20대가 40살쯤 되었을 때 즉 20년 정도 후 ‘4명 중 1명’ 꼴로 암에 걸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암을 이겨 낸 사람들, 의사들은 암을 예방하기 위해 서구식 식습관과 잦은 외식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암을 이겨내는 밥상’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책 속의 사람들은 가족농의 형태로 농약을 쓰지 않고 직접 재배한 채소, 직접 담은 된장들로 기적을 만들었다. 1970년에 웬델 베리가 강조한 것이다.

FTA가 체결 되면 우리 먹거리를 다 잃은 채 미국의 대규모 기계 농업으로 생산된 음식들에 온전히 의존하는 세상이 오는 것이 무섭다. 웬델 베리가 경고한 예 들은 현실이 되어 가는데 우리는 또 역주행을 하려 한다. 현재 우리나라 농민은 350만명에 불과하고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 FTA를가 체결되면 그나마 남은 농민에게도 농촌을 떠나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FTA로 경제가 좋아진다는 말도 굉장히 의심스럽지만 경제만 산다면 우리가 매일 농약에 찌든 음식, 유전자 조작 위험성이 있는 음식을 먹어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웬델 베리의 말처럼 농업은 ‘산업’이 아니고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피부로 느껴야 할 논리이다. 

즉, 한미FTA는 우리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이 위험하다고 한다. 수입산 쌀이 시장을 점유할 것 이라고 한다. 시골의 논이 점점 사라지고 가정에서도 값이 싸다는 이유로 수입쌀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농업은 ‘산업’이 아니다. 우리 민족이 생긴 이래로 한 민족의 먹거리와 건강을 책임져온 즉 우리의 생명을 책임져온 생명줄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생명까지도 담보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