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목요일 채플시간이었다. 채플을 이끄시는 교수님과 대강당에 모인 학생들이 자유롭게 마이크를 대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날의 주제는 ‘학교발전’에 관한 이야기였다. 교수님과 학생들 사이에 여러 질의가 오가는 중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교수님, 채플도 학점으로 인정해주시면 안 되나요?”

종교 교양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채플’이다. 본래 채플은 예배 모임이라는 뜻으로써 기독교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40~50분가량 시행된다. 채플은 비기독교인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주로 공연이나 강연형식의 ‘문화 채플’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들어야 하는 채플은 뭔가 찜찜하다. 수강신청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채플 시간 중에 가장 좋은 시간을 선택하기 위한 분노의 클릭질을 해야 하는가 하면, 다른 수업이 채플과 겹치지 않기 위해 매 번 고민을 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강당좌석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노라면, ‘채플 이거 꼭 해야 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채플을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불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채플이 학점으로 인정되는지의 여부이다. 특히 비기독교인일 경우, 채플이 학점으로 인정되기를 희망한다. 채플이 학점으로 인정되는 학교는 이화여대, 숭실대, 명지대, 백석대 등이 있다. 이화여대는 8학기(4년) 내내 8학점이 이수 되는 반면 숭실대는 8학기를 통틀어서 1학점이 이수된다. 기한은 짧지만, 이수가 아예 되지 않는 학교도 있다. 연세대는 4학기(2년) 동안, 서울여대는 6학기(3년) 동안 채플을 듣고 한 학점도 이수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숭실대 2학년에 재학 중인 김 아무개는 “일주일에 한 번씩 50분 정도 강의시간과 비슷하게 할애하는 데 학점이 너무 인색하다”라고 말했고, 서울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함 아무개는 “학점이 이수 되지 않아 채플 참여가 매번 시간 보내기가 된다. 3년 동안의 채플에 1학점이라도 인정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불교대학인 동국대는 채플과 비슷한 ‘자아와 명상1,2’가 있는데 이것 또한 이수학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처럼 참여하는 횟수에 비례해 학점 이수가 되지 않는 채플에 대해 학생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채플의 내용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호적인 편이었다. 최근의 채플들이 ‘문화 채플’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종교인/비종교인의 참여를 모두 이끌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채플 만족도가 높은 명지대의 경우, 토크쇼·특강·공연 등으로 다채롭고 즐거운 시간이 되도록 학생들을 이끌고 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채플을 진행하는 학교들은 외부인사들의 강연과 뮤지컬이나 콘서트 형식의 공연들을 접목해 질적인 면에서 이전보다 나아지고, 거부감이 덜해졌다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플의 실효성에 대한 불만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채플이 졸업의 필수요건이 되거나. 채플을 이수하지 못할 때 장학금 자격요건이 되지 못하는 등, 학교생활에 일정부분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기독교 형식의 예배를 기반으로 하므로 찬양이나 설교, 기도, 강연자들의 간증 등 비기독교인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종교적 분위기도 여전히 존재한다. 채플 진행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에 대해, 학교 측은 학교의 정체성을 알고 입학을 선택한 것이므로 학생들이 일정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채플에 관해서 학점이 인정되는 등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절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션스쿨의 경우, 채플뿐만 아니라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종교교양과목 수업도 있다. 서울여대와 숭실대는 ‘기독교개론’을 1학년 때 필수로 들어야 한다. 연세대의 경우, 졸업을 위해 ‘현대사회와 기독교’, ‘기독교와 세계문화’, ‘성서와 기독교’ 과목 중 하나를 선택에서 들어야 한다. 불교대학인 동국대의 경우 ‘불교와 인간’을 필수로 들어야 하며 불교 관련 핵심 교양 네 가지 중 하나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

채플은 그렇다 치더라도 교양 과목에서 종교를 배우는 것은 개개인의 종교적 성향에 따라서 불만을 가지게 될 여지가 존재한다. 수업 시작 전, 교수님들은 비종교인은 다른 종교에 대한 배경상식을 쌓는다 생각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목사님 또는 스님인 교수님이 가르치시는 ‘종교 수업’이 중립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지기는 어렵다. 종교교양을 수강 신청할 때, 같은 과목이라도 교수님에 따라 수업의 호불호가 갈리는 현상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학생들은 종교 교양과목이 진정한 ‘종교학문’을 배우기 위해서라면 환영하는 편이지만, 수업에서 성경 말씀이나 종교 관련 서적이 사용되거나 시험에서 기도문이 나오는 등 종교적 교리를 강요하는 진행방식에 대해서는 불만을 느끼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종교인이냐 비종교인이냐에 따라 수업에 대한 이해와 참여도가 차이 나기 때문에 과연 이것이 학문으로써 공평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문점을 갖기도 한다. 때문에 종교교양과목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비종교인도 어우를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을 제공되길 바란다는 의견이 많다. 숭실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이 아무개는 “종교교양과목이 종교에 대한 교리적 강요보다 종교인/비종교인이 종교를 바라봐 상호 간의 차이를 존중하는 토론방식의 수업이 첨가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전하였다.
  
대부분의 대학 종교과목의 경우, ‘자는 사람> 과제 하는 사람(딴짓하는 사람)> 듣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생들의 무관심을 받는다. 때문에 학교 측은 종교교양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종교 교양을 필수로 들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분명 종교 교양을 강요하는 정도는 이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종교 교양의 필요성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학교의 정체성 유지를 위한 종교 교육이 우선인가. 그것이 꼭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인가. 종교 교양이 나아갈 방향은 앞으로도 더욱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