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소재의 한 대학에 입학한 K씨는, 처음 선배들로부터 수강신청 방법을 배우며 놀랐다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대학교에만 오면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마음껏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K씨가 다니는 대학은 기독교계 대학이어서, 졸업을 위해선 의무적으로 채플을 4학기 이상 참가해야 했다. 기독교 관련 과목, 글쓰기, 영어 말하기 등의 수업등 역시 의무였다. 또 자신의 과와는 무관하게, 인문, 사회, 과학, 국제 등 분야의 수업을 각각 하나 이상 들어야 했다. 

K씨의 불만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선배들이 추천하는 수업을 찾아 들었는데도, “이게 대학수업이야?”싶었던 수업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은 속칭 ‘교양’이라 일컬어지는데, 전공 수업에 비해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의견이었다. 물론 선배들이 수업을 추천했던 기준 역시 ‘덜 힘들고, 과제가 없으며, 학점은 잘 주는’ 수업이었고, 그 말을 듣고 수업을 신청한 자신의 잘못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낸 등록금만큼의 가치는 없었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K씨는 이번 학기 수강신청에는 의무적으로 들어야 할 수업이 아니면, 의식적으로 교양 수업을 배제하고, 차라리 다른 과 전공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모 대학의 졸업요건 일부. 졸업을 위해 필수로 들어야할 교양이 꽤 많다는걸 알수 있다.

반면, 같은 학교 1학년 Y씨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오히려 교양수업을 들으면서 ‘이런 게 대학 수업이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공기초나 전공탐색 등 전공과 관련된 과목들은 내용이 딱딱할 뿐만 아니라 수업방식도 고등학교의 주입식교육과 다를 바가 없었는데, 교양수업은 시청각자료도 다양하게 활용하고 때때로 창의적인 과제도 부여해서 더 좋았다는 것이다. 또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글쓰기나 영어말하기 등의 과목 역시 수업이 소규모로 이루어졌고, 교수와의 면대면 상담이 가능해 자신이 들었던 어떤 과목보다 실질적으로 배운 게 많았다고도 말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 학교처럼, 의무로 들어야 할 수업을 지정해놓고 있다. 또 ‘교양필수’, ‘학부선택’, ‘학부교양’ 등 다양한 이름으로, 전공 외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보통 이를 통틀어 ‘교양수업’이라 부른다. 두 학생의 의견처럼 교양 수업에 대한 시각차는 크다. 학생의 수업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부터 “배울 것이 없다.”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또 “널럴해서 좋다.”부터, “열심히만 들으면 전공보다 배울 게 많다.”는 의견까지. 교양수업을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졸업을 위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채플

논란은 단순히 “교양 수업이 좋다, 싫다.”에서 그치지 않는다. 종교 재단이 설립한 학교의 경우 존재하는 ‘종교 교양’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 학생들이 모두 좋아하는 교양 수업도 있는데 그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 교양 수업과 전공 수업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 차이에 대한 논란 등. 이쯤 되면 교양수업이 대학교의 ‘뜨거운 감자’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서 준비했다. <고함20>이 내놓는 ‘교양 수업’ 기획. 학생들이 생각하는 좋은 교양 수업과 나쁜 교양 수업, 그리고 독특한 교양 수업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 종교 교양에 대한 대학생의 생각을 들어본다. 그리고 교양 수업이 주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도 다루고, 나아가 교양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의 태도에 대한 솔직한 생각까지 들어보는 기획이다. 조금 더 나은 교양수업을 기대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