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은 <우리 회사, 20대 덕분에 먹고 살아요> 기획을 통해 20대 마케팅을 하는 기업이 아니라, 20대라는 특정한 세대를 중심으로 돈을 버는 기업들에 말해보고자 한다.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20대를 주요 수요층으로 끌어모을 수 있었는지, 20대는 왜 그러한 기업들의 물건 또는 컨텐츠를 소비할 수 밖에 없게 되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20대들이 소비를 통해서 얻으려는 것은 무엇이며 최근 20대의 소비행태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회사, 20대 덕분에 먹고 살아요> 기획이 선정한 세번째 기업은 'ETS' 다.


“이번 주에 또 토익 신청해야해. 토익 응시료 때문에 집안 거덜 나겠어!” 친구의 한숨 섞인 목소리에서 200만 명에 육박하는 토익 응시자들의 토로가 느껴졌다. 토익 응시료는 39000원이다. 게다가 토익 스피킹 응시료는 72600원을 더하면 116000원이다. 고득점 토익점수를 요구하는 기업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취준생 A씨(26, 대학생)는 오늘도 어김없이 ETS에 111600원 거금을 투자한다. 유학을 준비하는 B씨(23, 대학생)는 대학이 요구하는 점수 IBT 100점에서 약간 모자란 점수 때문에 20만원 거금을 ETS에 두 번째 투자하고 있다. A씨와 B씨의 ETS로의 거금 투자는 토익이나 토플로 입학, 졸업, 입사, 승진시험을 보는 우리나라의 실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ETS가 요구하는 비싼 응시료
질 낮은 서비스에 불만 쏟아져

ETS는 TOEFL, GRE, GMAT, SAT, TOEIC 등 영어 인증, 자격시험 주관단체로 미국 회사다. ETS에서 주관하는 토익, 토플 시험 응시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20대는 비싼 응시료를 지불하고 매달 시험을 치른다. 비싼 응시료에 20대의 등골이 휘어져만 간다. 응시료로 인한 불만은 옛날부터 있어왔지만 응시료는 낮아지기는커녕 높아지기만 한다. 불만은 있지만 응시료가 비싸다고 해서 시험을 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수험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그 다음 시험에 응시료를 지불할 뿐이다. 비싼 건 비단 응시료뿐만이 아니다. 성적표를 재발급 받으려면 3000원을 내고 본인이 직접 프린트를 해야 한다. 종이 한 장 발급받기 위해 한 끼 밥값을 내야 한다니 이 얼마나 고달픈 상황인가. ETS는 2년간 데이터 보호 관리에 드는 비용을 대기 위해 응시자들에게 3000원이라는 거금을 받는다고 했지만 실상 데이터의 내용이 자세한 것도 아니다.

ETS는 비싼 응시료에 응당한 성적표를 제공하지 않는다. 성적표에는 LC, RC의 점수와 내 점수가 전체 응시자들 중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만 표시되어 있다. 몇 번 문제가 틀렸는지 그 문제가 전체 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는 나와 있지도 않아 본인이 이번 시험에서 어떤 부분이 취약했는지 알 수조차 없다. 시험을 치르기에도 촉박한 시간에 종이쪼가리에 답을 써온다는 A씨(26, 대학생)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답을 비교해 본다고 한다. ETS에서는 정답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고득점자들이나 토익강사들이 커뮤니티에 올리는 답이 그나마 신빙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성적 발표도 19일 후에 내는 ETS의 횡포에 취준생들을 비롯한 수험생들은 다음 시험 고득점을 기약하며 또 한 번 응시료를 낸다.


토익 의존도 76% 한국, ETS의 꼼수는 여전하다.

이래저래 오리무중의 상황에 놓인 응시자들의 불만은 끊이질 않지만 ETS는 응시료와 재발급비 모두 내릴 생각은커녕 자세한 성적표를 제공하려 하지도 않으며 꼼수를 부리고 있다. ETS 의 배짱과 꼼수는 우리나라의 토익 의존도가 일본(31%), 중국(3%)보다 훨씬 높은 76%에 육박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ETS를 향한 빗발친 불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계속된 높은 의존도를 보이기 때문에 ETS는 딱히 시정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태비너 ETS 부사장은 2009년, 한국이 세계에서 토플과 토익 활용하는 최상위 국가라며 시험 접근성 및 신속한 점수 통보 등 응시자 편의를 높이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응시자들의 편의는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불만은 여전하다.


출처 :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view.html?cateid=1041&newsid=20110425150809178&p=khan


곳곳에서 토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음을 지적하며 외화낭비가 크다는 불만을 끊임없이 제기하자, 정부에서는 국가영어능력시험(NEAT)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영어시장에서 ETS의 점유율을 낮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수험생들은 오래 전부터 ETS의 토익, 토플시험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ETS의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ETS는 응시자 편의를 높이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비싼 응시료에 응당한 편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오늘도 A씨(26, 대학생)는 밥값을 아껴가며 토익 성적표를 재발급 받고 다음 토익 시험 응시료 111600원을 ETS에 투자한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 착잡한 마음에 ETS의 비싼 응시료는 또 한 번 그의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도서관을 향한 그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고 그의 등골은 점점 휘어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