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上에서 이어집니다. http://goham20.com/1365)

“중학교때는 리니지에 미쳐살아” 고등학교부터 진보 정치 쪽에 관심가지기 시작해
“한대련이 비호감인 것은 안다. 그러나 연대가 만들 수 있는 힘은 인정해야”
“20대는 정의감이 있는 청춘들, 총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세력화 꼭 해야한다.”



인간 김종민, 그리고 한대련


총학생회장으로서의 활동을 대략적으로 언급해보고 나니, 총학생회장이라는 신분을 짊어지지 않은 '인간 김종민'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정치를 통해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20대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했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에 20대의 요구를 정치권에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운동권이잖아요. 2002년 미선이, 효순이 청소년 대책 활동을 시작으로 운동권에 들어온 걸로 알고 있는데, 운동권에 들어서기 이전엔 어떤 학생이었나요?

“중학교때는 정말 평범했어요. 리니지 매우 좋아했고. 담임선생님이 집에와서 컴퓨터를 빼앗을 정도로 폐인이었어요. 다행히 고등학교 가서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했어요. 청소년 단체 ‘희망’ 활동도 하고, 대책위 활동 하면서 고등학교 학생회장도 했어요.”

-이런 활동을 하는데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영향이 있었나요?

“고등학생 시절에 역사 선생님을 따라다니면서 일본위안부 수요 집회등에 따라가면서 역사의식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부모님의 영향이라면... 사실 집안 분위기가 좋은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다행히 어머니께서는 성실하신 분이었고, 제가 하는 일에 큰 터치를 안했어요. 제가 뭘 하든 믿어주시는 편이었어요.”

-총학생회장직을 하는데 민노당 당원으로 활동 했던 것이 많이 이득이 된 것 같나요?

“사실 민노당 당원을 하면서 생긴 장점은 정치적 감각이나 정치적 흐름에 대한 이해인데, 이 부분은 막상 학생회장직을 하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된 것 같아요. 오히려 고등학교 학생회장과, 아까 말한 ‘희망’이라는 단체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과 친해지는 거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가 운동권이고, 민주노동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한대련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이 인터뷰가 있은 후 며칠 안돼서 동고동락 총학생회는 한대련 가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대학 내에는 한대련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잖아요. “꽉 막힌 조직이다.” “이념적으로 편향되어있다.” 등의 비판이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한대련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면?

“비호감인 거 인정해요. 그래서 세련되게 갈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현재 학생들의 정서와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서 한대련 집회 가면 이미 너무 학생들이 분노해 있는 거예요. 막상 학교에 돌아오면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아니고요. 이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고민해 봐야할 것 같아요. 그런데 단순히 감 놔라 배 놔라 할 게 아니라 저희가 같이 가서 연대를 하면서 고쳐나가야 한다는 거죠. 이를테면 개별 학교는 등록금 동결은 할 순 있을지 몰라요. 그런데 인하를 하려면 한대련 같은 연대조직이 필요해요. 이번에도 박자은 한 대련 의장이 박원순 시장한테 ”시립대부터 반값해달라!“ 고 외쳐서 많이 고마웠어요.


김종민씨는 개인적으로 한대련과 함께 많은 활동을 해왔다. 왼쪽 사진은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환영 및 사립대 반값등록금 실시 촉구'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반값등록금 관련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의 만남 자리에 참여한 모습이다. 두 사 진 모두 박자은 한대련 의장의 모습이 보인다.   
 


-운동권 총학이 욕을 많이 먹잖아요. 한대련에 속한 총학이 학교일은 정작 제대로 안한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그런 총학을 볼 때는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대중의 지지를 못 받는 운동권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사실 한대련 활동을 하기 때문에 많이 바빴을 거예요. 시대적 요구가 절박하다보니 그들은 물대포 맞아가며, 연행되어가면서 반값등록금 촛불을 만든 거잖아요. 희생하는 역할을 그들이 자처한 거예요. 저는 사실 그렇게 못했거든요. 앞에서 투쟁을 선도하는 강한 운동방식도 존중하고 그것도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것이 제 방식은 아니에요. 저는 느리더라도 학생들이랑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학생들과 발맞춰 가는 것이 제가 잘하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해요.”

-한대련의 발전 방향은 어디로 가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학생들과 걸음을 맞춰가는 면도 있어야죠. 사실 시립대가 한대련에 가입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대련 안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앞에서 투쟁하는 사람도 있고, 저희처럼 학우들과 같이 맞춰가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천천히만 가도 안 되고 너무 빨리만 가도 안 되고 적당한 속도를 지켜야죠. 그래야 한대련이 학우들에게 지지받는 집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대의 정치세력화가 꼭 필요하다
 

-평소에 20대가 정치세력화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던데, 대학 내에서도 대학생들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데 대해서 반대하거나 꼴사납게 보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일종의 정치혐오증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먼저 정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정치적 모임이 생기는 것도 필요하겠죠. 그리고 ‘정치가 밥 먹여준다.’ 즉, 정치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이번에 박원순 시장이 당선 돼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는 과정은, 그걸 눈으로 직접 보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박원순 시장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20대 정치세력화’라는 말이 상당히 추상적으로 들리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박원순 시장 반값등록금을 이뤄냈던 과정이 정치세력화라고 생각해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을 안 지키자, 행정수도 이전이 약속되어 있었던 그 쪽 지역 사람들이 엄청나게 시위를 했고, 결국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던 것으로 기억나요. 그런데. 반값등록금 공약에 대해서는 ‘심리적 부담을 반으로 줄인다는 뜻’ 이런 말을 듣고도 처음에는 학생들이 반발을 하지 않았잖아요. 심지어 반값등록금 시위를 했는데도, 결국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았고요.

-그러니까 20대가 더욱 정치적 힘을 행사해야 된다는 말이죠?

“지역표심은 표로 이어주니까 무서운 거죠. 예전 정치권은 20대는 ‘무언가를 해주든, 안해주든 어차피 찍을 사람만 찍기 때문에, 특별히 무서울 게 없다’는 판단을 했었어요. 이제는 ‘20대의 요구를 무시하거나, 20대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정치적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20대의 요구를 강하게 정치권에 표출할 수 있는 조직을 갖는 것이 결국 정치세력화 같아요.”



-2012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20대 정치세력이 정치적 힘을 행사하는 방법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대학생들의 뜻을 개별학교 차원에서 모으는 것이 아니라, 한대련 같은 조직이 모두의 뜻을 모아서 힘을 행사해야 한다고 보는 거죠. 아까부터 한대련을 계속 언급하는 이유는 연대의 힘 때문이에요. 그리고 과정 면에서 볼 때는 저는 이번 시립대의 반값등록금 과정이 모범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모든 정치적 과정이 학우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학우들의 요구안을 모아오는 과정도 공개되어야 하고, 질의서도 정확히 공개하고, 특정 사안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공동으로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한대련 간부들끼리만 정치적 의사를 행사하려는 건 안 된다고 보는 거죠.” 

-20대의 세대문제도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계급차이로 인한 문제가 더 많잖아요. 일례로 부유한 학우들은 반값등록금 문제에 비교적 관심이 없잖아요. 그들도 20대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 하나요? 왜 굳이 20대여야만 합니까?
 

“사실 많은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부모님께서 대주시고 용돈까지 받고 학교에 다녀요. 저 또한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자기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외면하는 게 맞나요? 제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있으면 거기에 대한 연대의식을 갖는 것이 저는 ‘정의’라고 생각해요. 정의감 있는 모습이 20대, 청춘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20대가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또한 거의 대부분의 20대들에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취직이 안 된다.’ ‘취직이 되더라도 10년 이상 버티기 어렵다.’ 이런 인식이 공유가 되는 것 되고 있어요. 지금 20대에겐 ‘변화에 대한 욕구’가 분명히 있거든요. ‘정의감’, 그리고 ‘변화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에 20대가 지금이야 말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 할 시기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
 



-차기 총학생회가 뽑혔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돼면 좋을까요?

"애초에 공약에 걸지 않은 일이라도 시의적으로 필요한 것은 학생회가 주도해서 학생들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학생회가 학우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자신들이 하고 싶은것 보다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학우들을 위한 곳인데, 총학생회 집행부가 학생 전체를 대표하는 듯 생각하면 안 된다고 봐요. 그리고 올해 총학의 사업들을 확대시켜서 그들만의 색깔로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인생관이 조금 특이해서, 취직 고민을 한 번도 안했거든요. 그런데 경원이(차기 시립대 총학생회장 김경원)는 저보다는 평범하게 취직고민도 많이 해왔고, 아마 일반 학우들과의 공감능력이 저보다 더 뛰어날 거예요. 기대가 됩니다."

-본인은 앞으로 무엇을 할 계획인가요?

“아직 3학점이 남았고, 영어점수도 없어요. 일단 학교에 다니고, 졸업을 해야죠. 그리고 총선 대선이 끝난 2013년에 군대를 갔다 오고, 군대를 갔다 온 뒤에는 실제로 정치를 할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얼마 안돼서 김종민씨는 서울시립대의 한대련 가입을 추진한다. 그러나 한대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인지 학우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으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대련 가입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대의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않게 된다. 김종민씨는 더 이상 밀어붙이기는 힘들다고 생각하고 한대련 가입을 포기한다. 그가 말하는 ‘20대 정치세력화’를 위한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는 눈치다.

그가 말하는 20대의 정치세력화는 과연 어떤식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그가 구상하는 것처럼 한대련 아래서 뭉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조직, 다른 방식을 통해 20대 정치세력이 형성 될 것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안하게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다. 시립대 총학생회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그가 개인자격으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