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어물쩍’이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사건은 종결됐다. 법인화 논란이 계속되었던 서울대가 28일 법인등기 절차를 마치고 법인화에 마침표를 찍는다. 대학 측은 법인으로의 전환이 인사, 재정 자율권 확보를 통해 교육, 연구 등을 포괄한 서울대의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서울대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법인화가 몰고 올 결과들에 주목한 보도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결과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살펴야 할 것이 있다. 서울대의 법인화 추진은 순서가 틀렸다. 학내 구성원들의 동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힘으로 밀어붙인 졸속 전환이다. 재학생, 교수 및 교직원, 그리고 사회. 아직까지 그 어디에서도 서울대 법인화에 대한 합의된 동의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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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실시된 서울대 재학생들의 법인화 총투표에서 투표자 8522명 중 6757명, 투표자의 79.28%가 법인화 반대를 피력했다. 올해 6월, 법인화에 반대하는 재학생들은 비상총회를 거쳐 서울대 본부 점거에 들어갔다. 패러디 영상 ‘총장실 프리덤’, 락 페스티벌 ‘본부스탁’ 등을 통해 학생들은 법인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공론화했다. 법인 전환이 임박한 올 9월에는 법학과 오준규 씨가 법인화법 폐기를 주장하며 정문 고공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도 정관에 의문을 제기하고 정관 대안을 내놓으며 법인화에 제동을 걸어 왔다. 교수협의회가 12월 초 실시한 정관 수정안(11월 24일 발표)에 대한 찬반 총투표에서 80% 이상의 교수가 반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립대의 법인 전환에 대한 공감대는 사회적으로도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국유지였던 학술림을 독립 법인에 무상양도 하는 것과 관련한 시민들의 반대 의사도 무시할 수 없다. ‘백운산 지키기 시민행동’ 소속 회원들은 9월 23일 서울대 정문에서 상경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서울대 법인화 추진 과정에는 ‘어물쩍’, ‘얼렁뚱땅’ 같은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서울대 법인화에 대한 법안은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바 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1년 동안 상정도 되지 않았던 법안이 지난해 12월 갑자기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것이다. 올 10월 진행된 공청회도 세 번에 걸친 파행 끝에 형식적 절차만을 밟았다. 학내 구성원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는 상태에서 정관이 확정되고 법인 전환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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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많다. 대학의 기업화 우려, 비민주적 대학 운영, 대학교육의 공공성 약화, 등록금 인상 우려, 기초 학문 고사 우려 등의 물음표에 답하지 못한 채로 법인 서울대가 출범한다. 국내 첫 국립대 법인이다. 이 출범을 곱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독선적인 행정을 통한 법인 전환 과정이 출범 이후 앞날에 드리운 먹구름을 미리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법인 서울대가 어떠한 모습으로 운영되게 될지, 다른 지방 국립대들의 법인화가 어떠한 모양새로 추진되게 될지를 말이다.